2025년은 육십간지의 42번째 해, 을사년(乙巳年) 뱀띠 해다. ‘푸른 뱀의 해’로 불리는 을사년은 청색을 상징하는 ‘을(乙)’과 뱀을 상징하는 ‘사(巳)’가 결합된 해로, ‘청사(靑巳)의 해’라고도 불린다. 전통적으로 뱀은 지혜와 풍요, 다산을 상징하며, 불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을사년은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격변의 해로 기록되어 있다. 이번 을사년이 대한민국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역사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조망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뱀띠는 열두 띠 중 여섯 번째로, 뱀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분주하고 성급하지만 활동적이며 지혜롭고 명확한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뱀은 풍요와 다산, 영생의 상징으로도 여겨져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을사년은 역사적으로 변혁과 위기의 해로도 기록되며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
역사 속 을사년의 굴곡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와 전환의 해
1965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미국 하와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같은 해, 광복 20년 만에 한국과 일본은 한일 국교 정상화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경제적 협력을 통한 국익 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으나,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부족과 배상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한편, 1964년부터 시작된 국군의 베트남 파병이 1965년 본격화되며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군사적 역할을 확대했다. 이는 국내 산업 발전의 기회가 되었지만, 베트남 전쟁 참여에 따른 윤리적 논쟁도 발생했다.
1905년: 을사늑약의 치욕
1905년 을사년은 한국사에서 가장 뼈아픈 해로 기록된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늑약을 강제 체결했다. 이로 인해 대한제국은 사실상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고, 1910년 국권 상실로 이어졌다. 반면, 같은 해는 세계 과학사에서 “기적의 해”로 불린다. 당시 26세였던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545년: 을사사화와 조선의 권력 투쟁
1545년 조선에서는 인종과 명종의 왕위 계승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다. 외척 세력 간의 치열한 권력 다툼은 을사사화라는 대규모 숙청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조선 중기의 정치적 불안을 상징하며, 이후 정미사화로까지 이어졌다.
1425년: 세종 시대의 문화적 발전
세종 7년인 1425년은 조선 초기 활자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해다. 당시 인쇄 업무를 맡은 주자소는 금속활자 기술로 제작한 '장자'를 문신들에게 배포했다. 이는 조선의 학문적, 문화적 발전을 상징하며 세계적인 금속활자 기술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1365년: 신돈의 등용
고려 공민왕 14년이었던 1365년에는 공민왕이 개혁의 일환으로 신돈을 등용했다. 신돈의 등장은 당시 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갈림길
현대의 을사년인 2025년은 정치적 대격변이 예상되는 해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대대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과 보수 진영의 정계 개편이 예상된다. 반면,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적 판결을 둘러싸고 진보 진영의 정계 개편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재명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대권을 잡더라도 사회적 혼란과 진영 간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역사 속 을사년은 변혁과 위기의 상징적 해로 기억된다. 2025년 대한민국은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며,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지혜와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혜롭고 풍요를 상징하는 뱀의 의미처럼, 2025년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