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의 테마는 ‘공간의 재활용’이다. 낙후된 건물이라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재활용 과정을 거쳐 새로이 주목받는 공간들이 있다. 자칫 사라질 뻔한 건축을 재생하여 지속 가능한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여행지를 추천한다.
추천 여행지는 ▲경기 부천아트벙커B39 ▲강원 평창무이예술관 ▲충북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경남 거창근대의료박물관 ▲광주광역시 전일빌딩245 등 총 5곳이다.
이 중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를 만나러 충북 충주로 떠나보자.
▲ 우리나라 정크아트를 이끌고 있는 오대호 작가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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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심어진 오래된 교정과 옛 초등학교 건물에 특별한 예술이 덧입혀졌다.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빈 교실과 복도, 운동장을 채웠기 때문이다.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를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40대 후반, 미국의 정크아트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만난 후, 운명처럼 정크아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기계공학적인 기술을 녹이고, 상상력을 발휘해 독특한 정크아트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작품은 약 20년 동안 6000여 점에 이른다.
2007년 폐교한 능암초등학교에 전시된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호기심이 절로 샘솟는다. 철과 나무, 플라스틱 등 평범한 재료에 그의 독창성이 더해진 작품은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신기하다. 새와 물고기, 곤충, 고양이, 개 등의 동물은 물론 동화와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예술 작품인 키네틱아트(kinetic art) 덕분에 손으로 만져보는 전시가 가능하다. 직접 레버를 돌리면서 체험하는 작품들이 많아 전시 감상에 생기를 더한다. 주말에는 교실을 극장으로 꾸민 공간에서 마술공연이 열리는데 아이에게는 놀라움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오대호아트팩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아트바이크 타기다. 운동장에 폐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활용해 만든 아트바이크는 누구든 즐길 수 있다.
▲ 듀센버그를 베이스로 한 고풍스러운 레플리카도 볼 수 있는 코치빌더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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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재료에 상상력이 더해지면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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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교의 흔적, 나무 바닥의 복도에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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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 스피커 등 오대호 작가의 작품 세계는 폭넓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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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바이크를 타고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 운동장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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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시트를 활용해 의자를 만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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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핸들도 코치빌더에서는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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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치빌더에서는 자동차 키링과 가죽 팔찌 등을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도 열린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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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아트팩토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 남한강 목계나루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카페 코치빌더가 자리한다. 조선 시대 후기 5대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 중 하나였던 충주 목계나루는 1930년대 충북선 철도가 이어지기 전까지 수운 교역의 중심지였다. 담뱃잎 재배로 유명했던 충주는 이 목계나루를 통해 각 지역에 담배를 전했는데, 그 당시 담배 창고였던 공간이 지금의 코치빌더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창고의 특징인 높은 층고에서 개방감이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뼈대는 살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리모델링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카페 ‘코치빌더(Coach builder)’ 곳곳엔 클래식카와 올드카가 이목을 끈다. 귀여운 레몬 빛깔이 돋보이는 오펠 GT 로드스터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경량 로드스터 다이하츠 코펜, 중후한 멋을 지닌 1970년대 재규어 XJ, 듀센버그를 베이스로 한 레플리카 등도 볼 수 있다. 카페 외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올드카도 전시되어 있다. ‘각 그랜저’라고도 부르는 현대자동차의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쌍용 코란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이다.
카페 벽면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계기반, 클러스터, 변속기, 카 오디오와 같은 실내 부품과 라디에이터 그릴, 휠, 타이어 등 외관 부품은 물론 실린더 블록과 피스톤 등의 엔진 부품까지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자동차 시트가 의자로, 타이어가 탁자로 재탄생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주말 열리는 원데이클래스에서는 자동차 열쇠고리나 가죽 팔찌 등을 만들 수 있다.
▲ 폐교의 변신, 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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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아트팩토리]
- 운영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18:00
- 휴무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운영)
- 요금 : 7000원(아트팩토리 체험), 15,000원(마술쇼+아트팩토리 체험)
▲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담배창고가 자동차 마니아의 성지인 카페 코치빌더로 거듭났다._박산하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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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빌더]
- 운영시간 : 10:00~21:00(20:30 주문 마감)
- 휴무 : 없음
- 요금 : 아메리카노 6000원, 수제 레몬에이드 7000원, 코치치즈빵 7800원
-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