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동춘당전국휘호대회 우수상 이/수/영
온종일 묵향에 빠져서~
4월은 충청도 서예가들에게 분주한 나날이었다. 전국휘호대회는 27일 대전 동춘당에서, 28일은 계룡문화원 첫 행사로 사계고택에서 열렸다. 당진문화원은 24일 구봉 선생을 기리는 학생 시·서·화 공모전이 진행됐다.
이처럼 충남에는 크고 작은 휘호대회가 열리는데, 논산시 서예휘호대회도 매년 열린다. 충남에서 제일 큰 대회는 충청남도 서예대전이다. 작품을 출품해서 특선 이상은 직접 현장휘호 후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이보다 규모가 다소 작은 대회는 참가인원 전원이 당일 현장에서 휘호(揮毫) 후 심사결과가 발표된다.
최근 전국대회 수상자 중 동춘당에서 입상한 논산서예가가 있어서, 차제에 묵향과 함께 차 한 잔 나눈다.
제27회 동춘당 전국 휘호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으셨군요. 축하 드리면서, 먼저 이번 대회 상황을 간단하게 들려주시지요.
= 대전 동춘당은 연산 돈암서원과 관계 깊은 곳이고 멀지도 않은 곳이라서 아침 일찍 서둘러 참석했습니다. 참가인원은 총 127명이었고 출품수는 145 작품이었답니다. 저는 100여 명이 참여한 대학·일반부에서 우수상을 받았는데, 등수로 말하면 3등이지요.
서예를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요?
= 서예 입문한 지는 딱 2년 되었네요. 우연히 저의 스승이신 양촌서화실 선생님을 만났는데,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붓글씨 한번 써보지 않을래요?” 초면이지만 저는 주저없이 답했습니다. “네, 할게요.” 제 서예인생은 2년 전 이렇게 시작되었어요^
2년이라니 놀랍군요. 그럼 서예공부는 어떻게 해왔는지요?
= 처음 8개월간 저의 스승이신 응천 김갑순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씩 재능 기부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서예 고수들 영상을 많이 찾아 봤어요. 이목 주영갑 님 교재를 펴놓고 집에서 죽어라 열심히 임서했습니다. 올인했다고나 할까요.
서예든 무엇이든, 몰입하는 동안 희노애락이 따랐을텐데요....
=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고도 하는데, 저는 그냥, 그냥 글 쓰는 게 좋았습니다. 2년 동안 매일 꾸준히, 미친듯이 썼습니다. 2년 만에 이러저런 성과를 얻은 건 그간의 간단없는 노력 결과라고나 할까요, 꿈에서도 글을 쓸 정도였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힘든 고비는 없었습니다. 나이 50 중반에 저의 재능을 제대로 찾아서 그런가 봐요.
단기간에 이번 수상 말고, 다른 수상 경력도 있나요?
= 집중해서 한 덕인지 결실이 좀 있었습니다. 논산시 서예휘호대회 우수상(2회)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 김호연재 여성휘호대회에서는 장려, 특선을 했습니다. 충청남도 서예대전에서 특선을 했고, 이번 동춘당 전국휘호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거죠.
대기만성이라 하기도 그렇고, 괄목상대라고나 할까요? 그래 서예를 해보니까 덩달아서 어떤 점도 좋아지던가요?
= 제 경우는요,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명상이나 기도보다 숨을 고르게 호흡하면서 평온한 안정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서예를 권하고 싶어요.
초보자들 눈에 한문서예는 거창해 보여서 엄두가 안 날 수도 있는데, 한문서예와 한글서예는 많이 다른가요?
= 저는, 시작은 한글로 했어요. 한글을 어느 정도 쓴다면 한문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든지 기본이 탄탄해야 하니까요.
캘리는 서예와 같은 듯 다른 듯싶은데, 내용은 다양해 보여요. 서예는, 쓰는 내용을 주로 어디에서 발췌하는지요?
= 서적을 사서 발췌합니다. 출품시 원본사진을 첨부해야 하거든요. 한글도 글씨체가 많아서, 공부를 다양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2년밖에 안 된지라, 갈 길이 멀다고 느껴요.
서예를 해가노라면 지역사회에 봉사하거나 교류하는 일도 생길 거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도 들려주시죠.
= 제가 사는 곳이 양촌이다 보니, 작년 양촌 곶감축제 때에는 양촌서화실 일원으로 재능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가훈, 명언쓰기 부스에서요.
앞으로는요.... 초심 잃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요? 이번 국전에 처음 출품했는데 5월 중 결과발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로선, 일단 국전 초대작가가 목표입니다. 그 다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붓글씨에 깃든 한글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면서 가르쳐 주고도 싶습니다. 내 가슴 숨 쉴 때까지 정진하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본격적인 서예가로서 출발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역으로 본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임을 실감시켜 증인 같습니다. 요즘서야 잎새 틔우는 대추나무처럼 올해도, 내년에도 알찬 결실을 기대합니다.
[대담] 이진영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