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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사람들] 문화 사고파는 가게 '햇살농원' '전통쌀국수'
기사입력  2021/07/21 [08:54]   놀뫼신문

|시장사람들| 아시아채소전문농장 베트남쌀국수

문화 사고파는 가게 햇살농원 전통쌀국수집

 

논산화지중앙시장의 가게주인이 외국인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삼사 년 전 야시장때 외국인은 한두 명만이 참여하였다. 현재 시장 인근에는 아시아마트가 네 곳이다. 베트남쌀국수집 수효도 그 정도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질까? 베트남에서 시집 온 두 자매가 운영하는 ‘햇살농원 전통쌀국수’집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 아시아마트 햇살농원 3총사(처제 정하정, 농부 송찬호, 아내 장하영 씨)     ©

 

 

식당은 한국처럼 마주보는 테이블이 아니라, 나란한 식탁이다. 마치도 기차 식당칸처럼 나란히, 약간 비좁아 보이는 곳에 식사 일행이 삼삼오오다. 베트남 풍경 사진이 붙어 있는 실내에 베트남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베트남말이 오간다. 한국손님도 간간 오가는데, 어떤 손님은 배달을 부탁해놓고 바깥에서 기다린다. 

 

만원의 행복, 한껏 누리는 별천지

 

기자는 소고기쌀국수를 주문하였다. 메뉴판을 보니 쌀국수도 여럿이다. 게살, 갈비, 비빔 쌀국수는 5천원이다. 소고기쌀국수에 얹혀진 쇠고기는 1/3쯤 피가 보인다. “날거로 먹어도 될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여기 고소는 먹을 만하면 넣고, 간은 이 양념간장으로 맞추세요.” 한국말 설명에 어리벙 따라서 하다보니 고기 핏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고기도, 국수도, 육수까지 부드러웠다. 국물에는 쪽파 뿌리가 섞여 있고 고추... 근데 이 고추가 알고 보니 땡고추란다. 매웠고, 그래선지 국물도 다소 자극적이었다. 

속을 달래려 메뉴판 다시 보니 아이스, 밀크 커피가 각 2천원이다. 그림에 나와 있는 열대과일로 주문했다. 야자수처럼 큰 과일을 빨아마시니 속이 참 편해진다. ‘생코코넛’ 3천원이다. 메뉴판 맨 윗줄 비싼 걸로만 시켰는데 총 9천원이다. ‘만원의 행복’을 만땅 느끼며, 옆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이 아시아 마트는 가게가 둘이다. 하나는 4년 전에 개업한 ‘아시아 채소전문농장’ 그 집 주인은 여사장 장하영 씨이고, 그 왼편 쌀국수식당 주인은 여동생 장하정 씨다. 일요일이라 쉬는 짬에 가게에 나와 쪽파를 다듬는 장하영 남편 송찬호 씨는 10여 년 전 양촌에서 농사를 지었다. 삼중하우스 25동 전체에 아시아채소만 키웠다. 2~3년 대박이 났다. 부르는 게 값이었다. 당시 채소가 kg당 15,000원 호가했는데, 지금보다 서너 배 높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돈 된다 하니까 소문이 나면서 전국으로 퍼져나가니 차차 줄이면서, 현재는 석 동만 짓는다. 

아시아마트는 외국인들이 몰려 사는 공단이나 원룸촌에 많다. 중국마트라는 간판도 많은데, 시장 아시아마트는 대박마트가 최초였다. 여기 채소를 공급한 곳이 햇살농원 송씨 부부였다. 햇살농원이 있는 양촌(陽村)은 한글로 햇살촌이다. 양촌 ‘바랑산농원’ 백광복 대표는 10년 전 셋째딸에게 Foreign Foodmarket(대박인력)를 열어주었다. 그 후 두 번째 생긴 아시아마트가 햇살농원인데, 4년쯤 전의 일이다. 이후 두 군데가 더 생겼고, 한 군데가 문을 닫는가 싶었더니 다른 곳에 또 하나가 생기면서 결론은 같은 상황이다. 

 

 

 

 

 

 

쌀국수, 베트남커피, 반미빵.....

 

아시아채소는 양촌농장에서 자체 공급하지만 과일, 식료품, 공산품 등은 중간수입업자를 통한다. 기자가 커피도 생각 나서 찾으니까 “베트남커피는 어때요?” 물어온다. “베트남이 커피수출국 세계 2위입니다. 중부 커피생산지 달랏은 평균기온이 18~20℃인데 여기 커피가 최고랍니다. 뒤끝 쏘는 일반 커피에 비해서 순해요. 숭늉처럼 심심하달까요.”  손님 대접은 커피에 이어 빵으로 이어진다. 빵이름은 ‘반미’  가격을 물으니 5천원. 파리바케트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 있다. ‘빵껍질도 부드럽다’ 반응했더니 ‘빵도 여기서 직접 만든다’고, 제과제빵사인 처제(장하정)를 치켜세운다. 시장을 찾는 젊은 손님들이 쌀국수 대신 즐겨찾는 게 바로 이 빵, 반미란다. 반미? 어감이 이상해지는데....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여서 파리바케트 빵도 많아요. 일본도 잠시 베트남을 식민지 삼은 적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 자존심은 대단해요. 지배는 당하지 않겠다는 거죠. 결국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전쟁에서도 지지 않았고....” 이렇게 설명하는 송찬호 씨의 세계사 특강은 본인의 진로로 귀착된다. “10년 전 베트남 제2수도 호치민(사이공) 공항은 우리나라 90년대초 분위기였어요. 한국차도 거의 없었고요. 해마다 한국간판이 점차 늘어나더군요. 현재 단항 같은 관광지 상가를 보면 70%가 한국간판인 거 같아요.” 

결혼이민1세대의 자녀들이 이제는 군대 가고 시집갈 때가 되었다. 2세대의 결혼풍속도도 많이 바뀌었다.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하려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 아빠도 아들에게 ‘참한 베트남유학생 어떤지?’ 의향을 타진했으나 돌아온 답은 ‘나의 인생은 아빠 인생과 달라요’였단다^

 

 

 

기회의 땅 동남아, 베트남

 

아시아마트를 시작한 동기는 부부가 달랐다. 베트남 시장부근에서 자라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부인은 장사경험도 있었던 터. 농장일 줄이면서 장사를 해보고 싶어했다. 남편은 생각이 좀 달랐다. 한국에서 아시아마트를 해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베트남에서 제2의 인생을 펼쳐보고 싶은 청사진이 있어서다. 두 부부는 현재 처갓집인 베트남 남단 떠이닌에 2층 건물을 지어놓았다. 코로나로 인하여 오차가 생기고 있지만, 남편은 언젠가 이민을 결행할 성싶다. 

“베트남이 여러 모로 불편하지 않나요?” 기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긴 문을 꼭꼭 닫고 살아요. 사회주의 국가에다가 치안도 문제지요. 그러나 전 우리 예전 아날로그가 좋더라구요.” 이렇게 말문을 여는 그의 인생여정은, 평범이나 평탄을 거부하는 쪽이다. 낮에는 공고 기계과에서, 밤에는 학원에 나가 컴퓨터를 배웠다. 우리나라 컴퓨터1세대다. 졸업후 취업한 대우조선을 2년 후 퇴사하는데, 그날 그는 거제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올라왔다. 제대 후에는 철도청에서 12년 근무하다가 어느날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연암대에서 농업을 공부한 그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곳은 양촌이었다. “나를 포기하면 된다” 위신, 체면 같은 것을 걷어내면 행복해지는 법.  송 대표는 그걸 직접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처럼 평생 외길인생도 좋겠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다양함과 변화다. 농사꾼, 국제결혼, 후진국으로의 이민.... 사회적 통념만 바꾸면 얼마든 골라잡을 수 있는 선택지다.  그는 ‘다름’을 인정하면 다문화가정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본다. “부부싸움하면 누가 이기느냐?”는 질문에 부인이 활짝 웃으면서 손을 번쩍 든다. 담배도 부인의 권고로 5년 전에 끊었단다. 

문화차이에 대하여 실감이 덜 나는 기자는 주변에서 가끔 듣게 되는 ‘베트남 며느리의 아침 불효’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베트남은 냉장고가 없어요. 식비가 싸니까 아침은 나가서들 먹는데, 한꺼번에가 아니라 각자 알아서 나가 사먹고 들어와요. 그런 식문화에 굳어지다 보니 시아버지 아침밥 챙겨드리는 걸 소홀히 하게 될 수도 있는 건데....” 

베트남 장인장모의 처음 안색은 흑빛, 불안초조 자체였다고 한다. ‘한국인 사위들은 어떻다더라’는 선입관에서였다. 지금은 연일 환한 미소다. 베트남은 동부인하여 매년 한두 번씩 다녀온다. 떠이닌은 토속신앙 가우라이 본당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때 한국 시어머니도 동행하는데, 처음엔 사돈지간이라 어려웠지만 이제는 별도 집도 장만해 놨으니 꽃길만 걷는 기분이란다. 한국에서는 365일 문 닫는 일이 없지만, 퇴근 후에는 심야영화도 즐긴다. 가족은 물론 일하는 식구들도 함께, 한국어도 익히면서 해피하게.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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