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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기생충’과 『미나리』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1/04/06 [22:15]   놀뫼신문

2년 연속 우리나라 영화계에 즐거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니 이 소식은 영화계를 넘어 우리 문화계, 더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아주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이즈음에 그나마 작고 맑은 시냇물 같은 소식이 봄꽃이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계절에 우리 곁에 다가와서 더욱 반갑습니다. 

 

영화 『미나리』가 가져온 즐거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인 가족이 낯선 미국땅에 정착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내는 가족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영화 『미나리』는 각종 영화제에서 벌써 90여회의 상을 이미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큰 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할머니 역할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윤여정씨의 연기는 얼핏 보면, 그녀의 연기를 오랫동안 보아온 한국인 관객에게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연기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외국인들에게는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모습으로 다가갔던 모양입니다. 

현재 여우조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는 만큼, 이들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개의 상이라도 받게 된다면 작년 ‘기생충’의 뒤를 이어 대단히 신나는 일이 될 겁니다.

물론 미나리와 기생충은 성격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기생충이 순수한 우리 영화인데  비해 미나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영화 제작사가 만든 미국영화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나리는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하고 대사의 반 이상이 한국어로 진행되며 스토리라인이 모두 한국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영화의 제작사나 감독의 국적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아 우리 영화의 자존심을 드높인 기생충이 복합적이고 섬세한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빈부의 격차라거나 인간성의 황폐화라고 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면, 미나리는 매우 소박하고 간결합니다. 외국인들은 전혀 그 맛을 이해하기 힘들 미나리의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처럼 영화는 매우 단선적이면서 잔잔한 가족의 성공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보다 외국 관객들이 이 영화에 더 공감하는 것은 아마도 미국 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들의 조상이 아일랜드에서, 이탈리아에서, 혹은 레바논이나 몽골에서 등등 수많은 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지금의 삶을 일구어 나간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의 눈에 한국인 이민가정이 견뎌내는 삶의 무게는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미나리는 우리 형제들의 이야기

 

독자 여러분의 주변에도 형제나 친척, 친구들 중에는 분명 한두 명은 미국으로 이민간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가끔 주고받는 소식만으로는 그들은 살기 좋은 미국 땅에서 좋은 집 지니고 좋은 차 타고 여유있게 사는 분들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겉으로만 보아 왔던 이민자들의 고민과 갈등을 미나리는 우리에게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영화를 만든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형님과 친구를 생각합니다. 가끔 미국에 갈 때 잠깐씩 들러 신세를 지곤 했던 그들도, 아마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겠지요.

한국시간으로 4월 26일이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서 영화 미나리가 멋진 상들을 거머쥐어 한국문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멀리서 살고 있는 내 주변의 이민자들을 챙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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