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아동학대 사건의 1차 대응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논산시는 2021년 5월 '학대신고대응센터'를 개소해 365일 24시간 아동보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밤중에도, 주말과 공휴일에도 학대신고대응센터의 전화는 쉼 없이 울린다. 논산시 아동복지돌봄과 학대신고대응센터팀은 아이들의 울음과 신호에 즉각 반응하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울타리’다. 신고 접수 후 곧바로 현장에 출동하고, 피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한 뒤 보호 조치와 사례 연계, 재발 방지까지 맡는다. 아동의 웃음을 지켜내는 일이 곧 이들의 가장 큰 사명이다.
추용희 팀장을 비롯한 8명의 직원들은 현장 출동에서 피해 아동 보호, 사례관리와 사후 모니터링까지 지역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오늘도 분주히 뛰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의 최후 울타리"
2021년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아동보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른바 ‘정인이법’으로 불린 이 법안은 아동학대 살인죄를 신설하고, 가해자에게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중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아동학대 사건의 ‘1차 대응’ 권한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었고, 지자체는 곧바로 아동보호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논산시는 같은 해 5월 아동학대신고대응센터를 개소하며 365일, 24시간 아동학대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센터팀을 이끄는 추용희 팀장은 “지자체가 직접 아동학대 현장을 대응한다는 건 큰 전환점”이라며 “논산시는 총 8명의 전담 인력이 학대예방경찰관과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업무는 단순한 신고 처리에 그치지 않는다. ▲학대 의심 신고 접수 및 현장 조사 ▲피해아동 보호 조치 ▲사례 연계 및 사후 모니터링 ▲유관기관 협력 네트워크 운영 등 ‘예방부터 사후관리까지’ 아동보호의 전 과정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추 팀장은 “학대 가정에 나가보면 부모의 질병이나 알코올 문제,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대물림된 학대 경험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의 학대가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는 현실은 무겁다”고 말했다.
위기와 갈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명감
현장 업무는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했을 때, 일부 보호자가 폭언과 협박을 퍼붓는 일도 잦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김남욱, 이영민 주무관은 “업무 특성상 안타까운 사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사건이 머릿속에 맴도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도움이 될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24시간 교대근무는 이어진다. 피로가 쌓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추용희 팀장은 “고단하지만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보람이 있기에 버틴다”고 덧붙였다.
신고에서 사후관리까지, 세심한 절차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절차는 신속하지만 정교하다.
서정민 주무관은 “신고 → 현장 출동(경찰 동행) → 아동학대 여부 조사 → 사례판단 → 보호계획 수립 → 서비스 연계 → 종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수지 주무관은 위기아동실태조사를 맡고 있다. 정 주무관은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생활환경을 확인한다”며, “잠재적인 학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적 기능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종대 주무관은 “피해 아동들이 상담과 치료를 거쳐 웃음을 되찾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다만 일부 관계인들의 비협조로 필요한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때는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처벌보다 보호, 변화의 기회를 열어준다”
센터팀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달리 행정적 권한을 직접 행사한다. 이형주 주무관은 “우리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아동을 보호하고, 가정이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문제가 드러났다는 건 해결의 기회가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 주무관은 학대 사건이 단일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빈곤, 정신질환, 부모의 양육 역량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얽혀 있다. 우리는 행정적·복지적 자원을 매칭해 가정이 재학대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다.”
서달원 주무관은 출생신고 누락 아동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신생아는 출생 직후 임시번호를 받는데, 행정 착오나 출생 사실 은폐로 정식 주민등록번호와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논산시 조사 건수는 총 37건. 이 가운데 21건은 출생신고 완료, 3건은 사망, 12건은 수사의뢰, 1건은 신고 예정이었다. 서 주무관은 “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베이비박스 유기, 해외 출국 등으로 수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며 “아동의 존재가 행정망에 드러나야만 안전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웃음이 곧 우리의 보람
최근 들어 아동학대 신고는 ‘의무 신고자’뿐 아니라 피해 아동 본인, 이웃, 배우자, 심지어 지나가는 시민에 의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센터팀은 신고가 접수되면 단순히 현장조사에 그치지 않고, 이후 상담·서비스 연계를 통해 아동이 재학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촘촘한 사후관리’를 강조한다.
학대신고대응센터 개소 이후 꾸준하고 선제적인 아동학대예방활동과 아동학대예방교육 결과, ▲2021년 신고건수 177건 / 학대판단 110건 ▲2022년 신고건수 186건 / 학대판단 90건 ▲2023년 신고건수 117건 / 학대판단 61건 ▲2024년 신고건수 93건 / 학대판단 53건으로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추용희 팀장은 "아동학대 신고 중 절반 이상이 학대 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대는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며, 일부는 분리되지 못한 채 재학대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 센터에서 맡은 수많은 사건 중에도 부모에 의한 지속적인 신체학대로 긴급하게 조사 개입이 이뤄진 건이 있다. 긴급하게 아동을 분리한 직후, 아동은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리적 불안정이 컸으나, 심리치료 의료 학습지원 등 다방면의 개입으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지연되고 있고, 부모와 원가정 복귀를 희망하면서도 아동은 학대 가해자인 가족에 대한 두려움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지켜낸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놀고,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고 센터팀 직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논산시 학대신고대응센터팀은 오늘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작은 울타리’가 되기 위해, 그들은 발로 뛰며 땀 흘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추용희 팀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전했다.
“아동학대는 한 지역, 한 기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과제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작은 의심, 작은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실 때 아이들이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