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본격 추진 중인 ‘유보통합’은 교육과 보육의 이원화된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국가적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교육부가 관할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소속인 어린이집의 운영 방식과 자격, 지원체계를 하나로 묶어 아이들이 어디서나 동등한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보통합은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계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 가운데 충청남도교육청은 유보통합 실현의 발판으로 ‘2025 마주동행학교’라는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지난 7월 논산시 강경읍에 위치한 국공립 인동어린이집을 포함한 시범 운영 기관을 선정했다. 오는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운영되는 이 사업을 통해 충남형 유보통합 모델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본지는 유보통합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는 인동어린이집의 유향란 원장을 만나, 마주동행학교의 실제 운영 계획과 교육 철학, 유보통합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 '마주동행학교'란 무엇인가요?
마주동행학교는 말 그대로 ‘아이와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학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충남형 유보통합의 시범 모델로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기 다른 제도 아래에서 운영되어 온 것을 하나의 기준과 방향 아래 통합해 나가기 위한 교육 현장의 실천 과제입니다.
특히 우리는 마주동행학교 운영에 있어 네 가지 핵심 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이용 시간과 일수 보장>, 둘째,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셋째, <수요에 맞춘 교육·보육 프로그램의 강화>, 넷째,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입니다.
이 과제들은 궁극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어느 기관에 다니든지 간에 동등한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것이죠.
■ 충남형 시범사업의 핵심과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요?
첫 번째 과제인 <충분한 이용시간 보장>은 현재 유치원(하루 8시간)과 어린이집(하루 12시간) 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학부모의 혼란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방학 중 돌봄 공백 문제도 커다란 과제였습니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치원도 탄력적으로 돌봄 시간을 연장하거나, 어린이집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입니다. 기존에는 과밀 환경 속에서 한 명의 교사가 많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현실이 있었죠. 이는 교육의 질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번 마주동행학교에서는 교사 추가 배치와 더불어 놀이 지원 자원봉사자를 도입해 아이들의 다양한 활동을 밀도 있게 지원하려 합니다.
세 번째는 <맞춤형 교육·보육>입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나 가정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도 다양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각 기관의 특색을 살린 보육과정과 소규모 기관 간 연계를 통해 정서·심리 지원, 특수교육 대상 유아의 통합 지원, 다문화 가정 유아 지원까지 포괄적인 접근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사 전문성 강화>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교사들의 연수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청 연수뿐 아니라 원내 학습공동체, 교사연구회, 자율적인 교사 동아리 운영 등을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성장할 수 있을 때,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 유보통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때 기대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유보통합은 단순히 제도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출발선 평등’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출신 지역이나 다니는 기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공정하고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같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서로 다른 법령, 다른 기준, 다른 재정지원 체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혼란스러웠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처우가 달라 불만이 컸죠.
유보통합이 실현되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경감되고, 행정 절차도 간소화되며, 교사들은 하나의 자격체계 안에서 전문성을 강화해 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일관된 교육 철학과 방식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자라날 수 있게 됩니다.
■ 인동어린이집은 어떤 철학 아래 마주동행학교를 운영할 계획인가요?
저희 인동어린이집은 이번 시범사업에서 ‘생태 중심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생태유아교육'이 저희의 핵심 철학입니다.
지난 6월에는 일본과의 국제 교류를 통해 생태유아교육 사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관찰하고, 질문하고, 만들어 가는 경험은 그 어떤 인위적인 교육보다 훨씬 깊은 배움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이기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함께 놀아주며,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지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제적인 학습보다 자발성과 내적 동기를 키워주는 교육이 결국 아이들의 뇌 발달과 자존감 형성에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 끝으로 지역사회와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유보통합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변화가 성공하려면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인동어린이집은 단순히 정부 시범사업 기관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공동체’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아이 중심, 놀이 중심, 생태 중심의 교육을 실천하며, 부모님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마을과 함께 걸어가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유보통합이 아직은 멀고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지지만, 현장의 진심있는 실천이 모여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동어린이집 유향란 원장의 진심어린 철학과 실천이 지역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보통합에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전영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