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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새해에 만난 세 사람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기사입력  2025/01/05 [17:48]   놀뫼신문
 

새해가 되었다. 날은 춥고 세상은 어수선하다. 이런 새해는 처음이다. 그야말로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다. 엎친 데 덮친다더니, 꼭 그 꼴이다. 새해는 희망이 용솟음치고 발걸음이 가벼워야 한다. 그런데 마음은 뒤숭숭하고 발걸음은 무겁다. 이게 정녕 우리가 꿈꾸던 새로운 세상인가. 

그런데도 사람이 할 일은 하여야 하고,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 몇이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성질 급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기 마련이다.

 

■ 느긋하게 절차를 지켜야

 

새해에는 천천히 살기로 했다고 한다. 너무 서둘며 사는 것 같아 이제는 좀 느긋하게 살려고 한단다. 많은 사람이 ‘빨리빨리’ 허둥지둥 살고 있다. 무엇을 미루어서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서두르다 번번이 일을 그르친다. 그르치고 나서 아무리 후회한들 이전으로 되돌리지 못한다.

몇 년 전에 어떤 기관에서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나도 그 일원으로 참여하였는데, 일을 몹시 서두르고 있었다. 예상 밖의 기획에 절차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그대로 일이 추진된다면 나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여 많은 말을 했다. 그러나 담당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더러 말을 줄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어렵더라도 천천히 일을 잘하려는 사람도 있고, 그냥 빨리 해치우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디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아 얼마 후 같은 말을 다시 했다. 그런데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오란다고 아무 데나 갈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나도 다르지 않다. 아침에 자동차 시동을 걸면서 ‘천천히 천천히, 느긋하게’라고 타이른다.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내 인내심을 시험해 보리라. 2차선을 벗어나지 않겠다’라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곧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때마다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이 꼴에서 벗어날까’라고 나무라지만 번번이 허사다.

 

■ 나보다 못한 사람 드물다

 

다음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기로 했다고 한다. 8대2로 하겠다고 했다. 그간은 듣는 것보다 많이 말해서 후회한다고 한다. 앞으로는 8만큼 남의 말을 듣고 2만큼만 말하여야겠다고 했다. 

많은 선각(先覺)들이 말하기보다 듣기를 힘쓰라고 말의 위험을 경계했다. 말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듣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하겠다는 표현이다. 대개의 일은 하기보다 하지 않기가 쉽다. 그런데 말은 하기보다 하지 않기가 더 어렵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옳고 그름을 깊이 따져보기 전에 말로 내뱉는 것에 익숙하다. 말하고 나서 되짚어 보면 사리에 맞지 않기도 하고, 상관하지 않아도 될 일에 끼어들기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명언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음식을 적게 먹고 아쉬워한 적은 거의 없으나 많이 먹고 후회한 적은 많다. 말은 안 하고 후회한 적은 드물고 많이 하고 나서 후회한 적은 셀 수 없다. 음식은 적게 먹고, 말은 조금만 하여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아직도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 정성을 다해 정해진 대로

 

천양희 시인은 시 「단추를 채우며」에서 단추를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단추를 채우는 것, 옷을 입는 것이 쉽지 않다고. 단추를 채우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이 필요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단추를 채우기가 어렵다는 걸까. 구멍에 단추를 채우기 어렵고, 그보다 더 그 단추가 채워져야 할 구멍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이 크게 잘못되는 일은 ‘첫~’이 바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첫~’을 좋아한다. 첫 만남은 가슴을 설레게 했고, 첫사랑은 깨진 뒤에도 오래 기억한다. 첫 입학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 입학이 더 뿌듯했고, 첫날, 첫 여행, 첫 출근 등등 ‘첫~’은 유달리 좋았다.

그 ‘첫~’의 두려움을 모른다. 실은 이 ‘첫~’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만나야 한다.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은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과 겸손이 정성을 기울이게 함으로써 일을 성공으로 인도한다. 

일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널리 남의 말을 듣고 깊이 생각하고 천천히 결정하여, 정성을 다해 정해진 대로 추진한다면 실패하지 않는다. ‘이 풍진 세상’이 올 줄을 예전엔 왜 몰랐을까. 

 

 

▲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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