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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돌다리도 두드려야 한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기사입력  2024/11/11 [16:29]   놀뫼신문

 

평소 정답게 지내는 몇몇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사람이, 지금 우리 사회가 정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가 지적한 몇 가지 문제점에 좌중은 선뜻 동의했다. 그런 문제들은 이미 만성화된, 새삼스럽지 않은 것들이었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놀라운 일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큰 걱정거리가 생기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픈 줄을 모른다. 그것은 신기하다고 표현할 만큼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밥을 먹어 배를 채우는 일은 사람이 생득적으로 가진 생존의 욕구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생식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욕구다. 그런데도 큰 걱정거리 앞에서는 일시적으로 식욕도 느끼지 않는다. 

 

■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우리 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는 태풍을 맞아 몸살을 앓는다.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것을 명시한 학칙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년 동안은 인권 침해로 판단하여 금지해 왔는데 뒤집혔다. 지난 10년간은, 학생들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휴대전화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판단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 그때에도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권을 확대하여 보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물결 앞에서 맥을 출 수 없었다. 거센 파도는 돛대나 삿대가 없이도, 노를 젓지 않아도 노를 젓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배를 몰고 갔다. 

배의 속도만 중요하게 여겼을 뿐, 배가 나가는 방향을 염려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오직 그 속도감에 도취하여 쾌재를 불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배의 방향키는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 돌다리도 두드리고 두드려 보아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10년 전보다 지금이 통신 수단은 더욱 발전하였고, 생활은 더 복잡해져서 소통의 필요성이 커졌다. 순리대로라면 10년 전에 금지했던 것을 지금 풀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거꾸로 되고 말았다. 그나마 10년 전의 결정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반성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갔어야 할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되돌아와야 한다. 속도가 빨랐으면 그만큼 멀리 나갔기 때문에 바른길로 오려면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그런데 회복할 수 없는 것은 그때의 결정에 따라 학교생활을 했던 학생들의 피해이다. 잘못된 결정에 따라야 했던 선량한 학생들이 입은 손실은 어떻게 보상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모든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는 말이 있다. 길을 서두르는 사람에게는 썩어서 무너지게 생긴 나무다리도 돌다리로 보일 수 있다. 아니 우리 사회는 그런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에 대한 정책도 장관이 바뀌면 후다닥 바꾸어 놓는다. 특히 나라의 앞날을 결정하는 교육정책은 여러 가지의 상황을 참작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여 결정해야 마땅하다. 나 같은 범부(凡夫)도 저렇게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다. 돌다리인 것처럼 보여도 두드리고 두드려 보아야 한다. 다리가 무너져 아래로 추락하면 다시 올라서기가 매우 어렵다.

 

■ 악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깨어나면 그것이 헛된 꿈이었음을 알기도 하고, 신이 나서 날뛰었는데 그곳이 악령의 손아귀였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러나 잠에 취했을 때는 꿈인 줄 모르고, 환상에 젖어서는 악령의 계략인 줄 알지 못한다. 

겉은 멀쩡하게 잘 익은 호박이라 달콤할 것 같은데, 갈라보니 속이 단단히 썩고 고자리가 득실거린다. 꽃이 피었을 때 나방이 알을 낳으면 그런다고 한다. 호박은 애초부터 벌레를 품고 태어나면서도 그것을 알 리 없다. 

우리도 이런 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악령의 손바닥에서 춤을 추고 있지는 않은지 잘 따져보아야겠다.

▲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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