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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정승처럼 쓴다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기사입력  2024/08/19 [17:43]   놀뫼신문
 

오해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작은 일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표현하지만, 사실 자기 의사를 제대로 잘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다양하고 많은 능력이 필요한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가 의사소통 능력이다. 나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나 남의 언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어렵다. 

어떤 일은 오해로 인하여 뜻밖의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개의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 첫째는 오해하는 사람이 잘못이다. 말하는 사람은 그게 아니었는데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멋대로 해석해 버린다. 다음으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람도 잘못이 있다. 자고로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갓끈을 고쳐 매는 것을 본 사람이 배를 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오해를 유발했으니 이 또한 잘못이다. 오해를 하는 것도 나쁘고, 오해를 받게 하는 것도 나쁜 일이다. 

 

속담은 수정되어야 한다

 

어떤 것에 대한 오해가 몇몇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시대에 따라 어떤 사상이나 풍조가 사회를 거센 폭풍처럼 휩쓸기도 한다. 나중에 해일이 지나고 나면 그때 왜 그랬던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것이 진리이며 최선의 선택으로 여긴다. 

우리 속담 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는 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신분이 낮은 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저것 볼 것 없이 악착같이 벌어서 쓸 때는 정승처럼 품위 있게 쓰라는 말이다. 이 말 속에는 돈을 모을 때에 정당하지 못한 수단이나 방법을 동원했더라도 나중에 그것을 잘 쓴다면 앞에서의 파렴치나 부도덕이 무마된다는 함의(含意)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옳지 않다. 결과는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 또한 정당해야 한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과정에서의 비도덕이나 절차상 하자가 허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지 못하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일은 절차도 명확하고 과정도 정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가 아니라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한다. 정승처럼 쓴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럿을 이롭게 하는 일에 쓰라는 말이다. 자기가 번 돈이라고 하여 제멋대로 써서는 안 된다. 그렇게 돈을 벌게 해 준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이웃들 덕분이다. 그들이 가게를 찾아와 물건을 사 주었고, 그들이 낸 세금으로 공사가 발주되었다. 그러니 부자가 많은 돈을 가지게 된 것은 순전히 이웃들의 공로이다. 그러므로 내 돈이라고 내 맘대로 써서는 안 되고 그 고마운 이웃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돈을 써야 한다. 이것이 정승처럼 쓰는 것이다. 

따라서 속담은 ‘개처럼 벌었어도 정승처럼 쓴다’로 수정되어야 한다. 설령 개처럼 벌었더라도 정승처럼 쓴다면 돈을 버는 과정에서의 변칙이 다소 묵인될 수 있다.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내가 아는 사람 하나는 자기 소유의 집이 없으면서도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많은 돈을 성금으로 낸다. 그가 일확천금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돈을 정말 열심히 벌어 모은다. 새벽부터 쉬지 않고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열심히 돈을 번다. 그의 가게는 물건값이 싸기로 널리 소문이 났다. 그렇게 번 돈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선뜻 내놓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만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동생이 그 주인공이라면 “너 아파트 하나 살 때까지는 절대로 돈을 아껴서 모아야 한다”라고 충고할 것이다. 자신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도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야말로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한꺼번에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정성과 노력을 돈을 벌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승처럼 버는 것이다. 그의 비린내 풍기는 작업복과 검정 장화는 새나 용이 그려진 높은 벼슬아치의 관복이나 목화(木靴)보다도 귀하고 우러러보인다.

 

▲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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