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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권선옥 (시인·논산문화원장)
기사입력  2024/08/04 [12:05]   놀뫼신문
 

그의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기력이 왕성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혹여 어디 불편한 데가 있어 그러는가 싶었다.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느라 잠을 많이 자지 못해 그런다고 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애국자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 보고, 경기 결과에 따라 환호하고 애석해하기도 한다. 선수와는 서로 잘 아는 사이처럼 가까워졌고, 그를 응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불타는 애국심은 나도 놀랍다.

선수들의 기량도 뛰어나고, 열정을 쏟아붓는다. 우리 선수들이 양궁에서 메달을 쓸어 담을 때, ‘세상에 이렇게 속 시원한 일도 있구나생각하며 그들에게 감사했다. 경쟁은 하지만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기를 바라지 않으며, 실수했을 때 통쾌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는 서로 악수하며 상대의 노고를 치하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가 특히 응원하는 선수는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와 탁구의 신유빈 선수이다. 그들의 경기를 볼 때에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응원하고, 그들은 어김없이 나의 응원에 보답한다. 안세영 선수의 경기는 본방송을 보았어도 재방송도 다시 본다. 상대의 어떠한 공격에도 능란하게 대처함으로써 상대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찬탄, 찬탄, 찬탄을 거듭한다. 감동이다. 경기를 보면서는 그동안 정치하는 사람들이 안겨준 체증이 싹 가셨다. 올림픽 좀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이만한 명약이 없다.

 

그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정치인들이 서로 물고 할퀴는 것을 보면 굶주린 맹수 같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포효하고, 시정잡배 중에서도 아주 쌍스러운 무리나 입에 올릴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이 자랑할 만한 능력이라 생각하는 듯하고, 무모한 싸움질로 소속한 집단에 충성하려는 듯하여 애처롭다. 웬만한 각오로는 선뜻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난장(亂場)이다.

초심(初心)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뜨끔하다. 누구나 어떤 일을 앞두고는 마음을 경건하게 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 ‘내가 합격만 하면’, ‘내가 그 일을 담당하게 되면그러나 작심삼일, 경건함과 각오는 흐물흐물. 처음 먹은 마음, 유권자들에게 했던 약속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빨리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고려말의 학자 이곡은 차마설(借馬說)이라는 글에서 말을 타고 나면 그 말의 주인을 잊는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진실로 필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은 탁월한 판단이다.

우리 속담에 뒷간에 갈 때와 올 때가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뒷간에 갈 때에 조급하고 덤벙거렸다면 올 때는 점잖고 의젓해야 한다. 그런데 갈 때는 비굴하고 올 때는 교만하다. 칼을 쥐면 크든 작든, 날카롭든 무디든 간에 휘두르지 않는 사람을 보기는 어렵다. 사람의 속성이 그러려니 하더라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도 처음부터 작정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칼질을 하다 보니 엉뚱한 맛에 도취하여 초심을 잃은 것이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얼마 전에 우리 문화원에 정성을 다해 정해진 대로라는 현수막 하나를 걸었다. 우리 문화원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뜻에서이다. 나 자신에게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정해진 대로, 정성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잃어버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린 것을 알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당당한 것이 문제이다. 염치를 몰라도 사람은 사람인가.

이제 천방지축 허둥대다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처음 먹은 마음, 어머니가 늘 이르시던 말씀,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것들, 내가 본받고 싶었던 선배가 가졌던 삶의 태도, 그리고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리고, 그리고, 수없이 많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되는데 너무나 오래 잊고 살았다. 잊고서도 잘 살았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도 잘 살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서둘러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버려야 할 것을 떼어내야 한다. 난감한 일이다.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의 일절을 다시 생각한다

 

  

▲ 권선옥 시인/논산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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