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들에게 어버이날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조국을 떠나 외로움과 서러움, 모진 세월을 헤쳐나온 그들이다. 성공했든 하지 못했든 그 자체로 존경을 받아야 하는 대상들이다. 타국 중에서 유독 차별이 심한 일본살이는 더욱 그러하다.
논산 출신으로서 시즈오카현에서 한인 동포를 섬기는 사람이 있다. 황혜자 재일본시즈오카현한국인연합회장이다. 황회장은 지난 5월 4일 ‘제52회 어버이날 행사’를 개최하였다. 동포 어르신들을 초청해 카네이션 달아드리고 식사도 대접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운 시간이었다. 여러 사람이 동참하여 대가족을 이루었는데, 그 훈훈한 분위기를 황회장이 직접 전한다.
시즈오카현은 후지산이 아름다운 조용하고 맑은 도시로, 여기에는 재일본시즈오카현한국인연합회/시즈오카한인회가 있습니다. 어버이날 행사는 1년 행사 중 가장 소중한 행사로서, 우리는 5월 4일 토요일, 시즈오카 현에 사시는 동포 어르신들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렸습니다.
한일 간 어버이의 날은 다소 다릅니다. 한국은 어버이날(父母の日) 문화인 반면, 일본은 5월 두번째 일요일이 어머니의날(母の日)이고, 아버지의날(父の日)은 6월 세번째 일요일입니다.
행사 1부가 끝나면, 2부는 교류회 시간입니다. 2부는 상황 따라 달라지는데, 박문환 수석부회장 야키니쿠 갈비집에서 갈비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회원들이 함께 어울어져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올해는 임원진의 따뜻한 후원으로 정겨운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강영화 이사는 새벽부터 간장조림으로 만든 닭날개찜(대바사키)과 김밥을 만들어 1시간 거리를 운전해 와주었습니다. 정효식 임원은 도지사 상을 받을 만큼 시즈오카현 최고의 맛있는 돼지족발 보유자입니다. 정효식 사장은 맛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 끈적한 갈색의 돼지족발을 펼치면서 “나이 드시면 콜라겐이 최곱니다. 따뜻할 때 많이 잡숫고 다들 건강하게 사세요”라면서 입맛을 돋았습니다.
다른 임원진들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봄향기 가득한 달래지지미를 지지고, 토란과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된장국을 끓여서 고향맛 점심 식사를 즐겁게 나누었습니다.
매년 행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너나할 거 없이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리는 이 지역사회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과 좀더 소통하고자 합니다. 외로운 타국살이에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감싸주는 정을 나누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어버이날이 그런 날이었답니다.
- 황혜자 재일본시즈오카현한국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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