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논산‧계룡‧금산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황명선 당선인이 잘해서 이긴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박성규 후보의 전략적 패인이 더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이번 선거를 박성규 후보의 괴멸적 참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논산 백성현 시장, 계룡 이응우 시장, 금산 박범인 군수가 논계금 유권자들로부터 확보한 표는 총 60.9%로써 39.1%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보다 20.2% 더 많았다.
그런데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박성규 후보는 47.15%의 지지를 얻으면서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12.95%를 덜 받는 결과를 토출했다. 그러니까 백성현 시장, 이응우 시장, 박범인 군수를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서 ‘100명 중 13명은 이탈했다’는 이야기다. 노름판에서 땃던 돈 잃는 게 더 분통하듯이 당연히 이길 거라 생각했던 판이 뒤집힌 것이기에 ‘괴멸적 참패’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왜, 그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파묘의 시간을 가져본다.
우선, 헌법 제46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국회의원은 국익을 우선해야 할 국민의 대표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아젠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박성규 후보는 ‘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유권자와의 소통과 정책 홍보보다는 자치단체장의 아우라 뒤에 숨어 인원 동원과 세 과시에 몰두했다. 2년 전 단체장들이 받았던 표만 가져오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두 번째, 간절함이 부족했다.
국민의힘 내부 경선이 끝나고 최종 논계금 국회의원 후보로 확정되자, 박성규 후보 캠프는 예비후보 캠프에서 바로 당선자 캠프로 변질됐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오기도 전에 후보 캠프 내의 자리다툼은 물론 논공행상이 시작됐다. 그리고 많은 유권자들이 “육군대장 출신이라 그런지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후보의 도도한 고자세를 꼬집었다. 정치는 감동을 주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간절함이 보여야 되는데, 그 점에서 박성규 후보는 정치 초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세 번째, 박성규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백성현 논산시장과 이응우 계룡시장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역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기 집에 들어온 손님을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사지를 늘려서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이다. 즉, 대통령의 독단과 자치단체장의 자신 기준만 고집하는 전횡에 대한 ‘심판의 바람’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다시 시작이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에 ‘물유본말(物有本末)’이란 말이 있다. 모든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듯이, 마침과 시작이 있다는 것이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시작보다 그것을 지켜내고 마무리하기가 어렵다”며, “꽃자리처럼 너저분 흐트러진 마음자리를 알아차리고, 꽃 피우려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려는’ 다짐이 인생의 가장 기본 공부”라고 일갈했다.
2022년 5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세상은 원자와 빈 공간뿐, 나머지는 의견이다”라는 본인의 좌우명에 대해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고대 원자론을 인용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는 원 상태로 돌아가려는 ‘탄성’ 갖고 있다. 그런데 변형의 범위가 회복할 수 있는 탄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현상을 ‘소성’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정치에서도 시민의 힘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소성의 상태에 이르느냐, 아니면 다시 탄성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느냐는 오롯이 정치인의 몫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냐, 개발도상국이냐 하는 것은 이제 GDP와 같은 경제적 잣대만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우리 사회 얼마든지 다시 탄성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시민의 힘이며, 선진국의 기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