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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세상이야기] ‘친절하진 않지만, 한결같은 사람’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
기사입력  2023/03/29 [17:28]   놀뫼신문
 

도시 생활을 접고 귀촌을 한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필자를 보며 “여기 사람 아니죠. 저도 이 지역에 처음 왔을 때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해 이유를 묻자, “우선 친절하잖아요. 제 얘기에 맞장구도 잘 쳐주셨고, 그러다 보니 가정사까지 탈탈 털려버렸네요” 이어 “귀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에서 일을 잠시 했었거든요. 장사가 잘 되는 곳이라 손님들도 많았어요. 음료 주문받는데 무뚝뚝한 표정의 퉁명스러운 말투가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어요. 단골이 돼서 찾아오신 분들이라고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아이들 가져다주라면서 작은 선물을 건네주시는데, 츤데레(차갑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에 정색하시는 모습이 재밌어 보이더라니까요. 아직도 적응은 잘 안되지만요. 그래서 선생님처럼 다정하고 상냥한 분을 만나면 괜히 반갑고 얘기도 하고 싶어지고, 고향 사람 만난 느낌이랄까요” 그녀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나 역시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분명하지 않은 말투 때문인지 불친절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 모호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다. 

지역적 특성인 듯 말을 길게 빼면서 두루뭉술한 태도가 뭘까를 생각하던 차, 한 작가가 쓴 책을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청풍명월의 말과 웃음’을 펴낸 안상윤 저자는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아래위 사이에 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유독 피침이 많았던 복잡다단한 충청도의 역사적 배경과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밴 뭉근함, 능청, 너스레, 눙치기, 과장, 모사 등이 충청인의 기질로 자리 잡은 듯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론에 가서 ‘달처럼 한적하니 밤하늘에 떠서는 안 보는 척하면서 세상만사 다 굽어보고,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슬바람, 즉 청풍명월(풍자와 해학으로 세상사를 논함)’에 비유했다. 

몇 년 전 방영했던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등장인물을 보면, 충청인들의 기질이 잘 나타난다. 극 중, 고향을 찾은 강종렬(김지석)은 “온 동네가 무슨 가족 같아. 막 친절하진 않은데, 뭔가 되게 뜨뜻해”라는 말로 토박이들의 동네를 추억했다. “밥때가 되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밥을 먹어도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숟가락 하나 더 놔준다는 것. 친절하진 않지만 뭔가 되게 뜨뜻한 동네”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만난 토박이 충청인들도 그랬던 것 같다. 

우선은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고, 어제나 오늘이나 그날이 그날같이 한결같음이 있었다. 옆에서 보면 화가 날 만한 일에도 “워쩐 대유~괜찮아 유”, "좀 지둘러봐요" 하며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다 정말 못 참겠다 싶으면 "엔간히 혀" 무심하게 한마디 던지면 상황이 마무리된다. 

처음엔 살갑게 대하다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쉽게 냉담하거나, 이랬다저랬다 기분대로 행동하는 변덕쟁이보다는 친절하지는 않지만 한결같은 사람이 이웃인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라이프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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