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미숙이를 죽였어요 어린 미숙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죽였어요. 누가- 누가 말들 좀 해 줘요...”.
윤경이는 통곡하며 몸부림을 쳐댔다. 교장 선생님은 보다 못해 윤경이를 잡고서 말했다.
"윤경아! 보기에 너무 안타깝구나, 우리가 이런 시대에 태어나 산다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구나, 윤경아- ".
교장선생님도 돌아 앉아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성근 선생님은 앉아서 장일수 선생님의 손을 잡아주며 묵념을 하고 계셨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잡아보는 손이다.
삶과 죽음의 갈린 현실에서 그들은 그렇게 만났다.
오성근, 장일수 그들은 국민학교 학생에서, 국민학교 선생님이 될 때까지 그들은 친구로서 동기로서 참으로 다정 했다.
오성근 선생님은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으면서 일어나 먼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그 옛날 다정했던 친구! 그들은 이렇게 만나고 이렇게 헤어져야만 했다.
장일수 선생님의 무덤은 학교가 내다보이는 저수지의 언덕위에 봉분도 없이 사모님과 미숙이와 함께 묻었다.
장일수 선생님은 식구들을 데리고 산으로 가면서 그렇게까지 산에 오래있게 될 줄은 몰랐다. 산에가 며칠간 있다 보면 전항이 좋아져 집으로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러나 시일이 지날수록 전항은 더욱 나빠져 산에서 내려오기가 점점 더 어려웠다. 그래 달 밝은 밤 장선생님은 결심을 하고 식구들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이곳 저수지까지 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되나 장선생님은 최후 결정에서는 사모님하고 말다툼까지 했다.
장선생님은 사모님의 애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끼줄로 먼저 몸을 묶고는 사모님을 바라보셨다. 그러나 사모님은 그럴 수는 없다며 울면서 애원을 했다.
어린 미숙이가 불쌍하고 살았으면 집에 돌아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윤경이가 눈에 밟혀 그럴 수는 없다며 울었다. 그러나 장일수 선생님은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 먼저 저수지 쪽으로 내려갔다. 그것을 본 사모님은 미숙이를 안고서 울면서- 울면서 따라 갔다.
까맣게 웅크리고 있든 대둔산이 저수지를 향하여 밀려오고, 밝은 달빛은 갑자기 어두워져 갔다.
하늘에서 날고 있든 밤새들이 까만 물체들을 들어 받으면서 대갈통이 깨지고 몸통들이 부서지면서 우두두둑 저수지의 깊은 물속으로 떨어지며 흩어져 갔다.
그 밤 달은 밝았지만 물은 차가웠다.
저수지는 갑자기 파문이 일고 숲속의 새들은 놀라 잠에서 깨어 크게 통곡을 하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한참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해야할 나이에 순간의 잘못 판단으로 장일수 선생님은 애석 하게도 그렇게 일찍 이 세상에서 떠나 가셨다.
늦가을 햇볕 속에 군용 짚 차는 코스모스 길을 달려가고 있다.
송일섭 교장 선생님과 육군 중령 오성근씨는 짚 차 안에서 무슨 말들을 하면서 가고 있을까 .
그분들의 가슴속에도 옛날을 생각하며 소리 없는 소낙비가 흘러내리고 있을 것이다.
학교 수업이 끝났는지 자잘 대는 목소리들이 이곳 언덕까지 들려왔다.
장 선생님께서도 무덤 속에서 우리들의 이 목소리 들을 듣고 계실 것인가? 선생님 무덤 앞에는 친구들이 언덕으로 올라오자 예쁜 단풍잎과 들국화들이 수북이 쌓여 갔다.
그런데 언덕 아래에서는 누군가 소리를 지르면서 이곳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기도원에서 숙희가 집에 왔는지 우리를 만나려고 올라오고 있었다.
"기범아, 영임아, 선희야, 혁진이, 현기, 성철이도 너의 들 모두 여기와 있고나. 기도원에서 오다 학교에 들였더니 너희들이 장일수 선생님 돌아가신 곳에 갔다는 말을 듣고는 달려 왔어.“
우리들은 숙희가 올라오자 손을 잡고는 장일수 서생님 무덤 앞으로가 원을 그려 앉아 명복의 기도를 드렸다.
숙희는 기도를 드리고는 말을 했다.
“내가 덕만이를 싫어하고 동순이를 미워했지만 그들이 죽고 보니 지금에 와서 후회스럽고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울면서 말을 했다.”
숙희는 또 말 했다.
미국에서 어제 밤에 어머니가 오셔서 내일이면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우리들은 숙희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말에 여자들은 몹시도 아쉬워하며 숙희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들을 비벼 대며 눈물을 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