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초대석| 기호엽 전 강경상고교장
강경스러운 도시 리모델링 견인차는 초중등학교
‘폐교당하기 전 자율통합으로 엘리트교육 수혜 최대치로 누리자’는 제언
최근 온라인에서 강경중앙초등학교가 핫 잇슈다. 급기야 청와대청원까지 올라가 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의 학교 졸업생들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일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거시적, 전방위적으로 조망해볼 필요가 있다. 졸업생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후배들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교육수혜의 측면에서는 특히 더 그러하다. 강제 통폐합으로 자칫 몰수냐? 그 전에 자율통폐합으로 귀족교육이라 불릴 만큼 교육수혜를 누리느냐?
이런 문제를, 본지는 채운면 사례에서도 제기한 바가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 문제는 비단 학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역사회에 던져지는 파장이 일파만파다. 흥이냐 망이냐의 촉발점이 될 수도 있어서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뼛속까지 강경산인 교육자의 제언을 들어본다. 기호엽 전 강경상고 교장의 이야기를, 1면과는 달리 직접화법으로 해서 경청한다. <편집자 주>
남미 브라질의 문화도시 ‘꾸리찌바’시를 보면서
브라질 남부에 ‘꾸리찌바’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전시보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훨씬 많은 ‘빠라나’ 주의 주도입니다. 강경의 리모델링을 검토하면서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녹색도시 ‘꾸리찌바’시에 대한 정보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꾸리찌바’시는 우선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대중교통과 녹색교통의 모델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특수교통통합체계 외에도, 연장거리 115km에 달하는 자전거도로망과 세계적 규모의 보행자도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추진된 폐기물 관리 프로그램으로 환경 및 생태 관련 분야에서 많은 나라의 공무원, 시민운동가, 언론인들이 직접 와서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입니다.
이러한 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와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쓰레기와 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노력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사와 학교의 창조적인 노력은 환경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문화영역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에 탄약창으로 사용했던 곳이 극장으로 변모하고, 폐기된 기차와 버려진 버스가 어린이 탁아소와 이동식 교실로 다시 활용되었습니다. 이처럼 도시 전체가 재활용되면서 순환형 사회로 거듭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꾸리찌바’시는 남미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났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경쟁력 있는 학교는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든다
2021.03.15일 기준으로 강경중앙초등학교 학생수는 1학년 10명, 2학년 8명, 3학년 6명, 4학년 9명, 5학년 6명, 6학년 4명으로 총 43명입니다. 또한 산양초등학교는 50명, 황산초등학교는 205명입니다. 세 학교 모두 합쳐도 3백명이 안됩니다.
지역에서 고등학교까지 진학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대략 세 번의 전학을 고려합니다. 첫번째가 초등학교 4학년에서 5학년으로 올라가면서이고, 두번째는 중학교 진학하면서입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할 때 성적 여하에 따라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학부모의 마음은 보다 더 나은 교육여건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학생수가 몇 안 되는 초등학교는 존립하기 위하여 여러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면 단위 초등학교마다 사활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대략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학생을 유치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경쟁력은 변수가 많습니다. 마을에 귀농과 귀촌이 따르고 더불어 학교를 중심으로 살기 좋은 마을이 형성되어야 경쟁력이 높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강경중앙초와 산양초가 합병하게 되면
우선 두 학교가 통합하게 되면 합쳐진 학교에 교육부에서 30억원, 충남도 교육청에서 3억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1인당 4백만 원씩의 교육비를 별도로 지원받아 컴퓨터, 책상, 책, 학교 통학용 자전거, 기타 학습용품 등 본인이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의 30억원 지원금으로 매년 해외연수, 졸업여행, 전교생 예체능 교육 및 훈련, 원어민 어학실습, 각종 문화체험 및 체험활동 등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살아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과 교육의 질적 차이는 몇 년 후 초등학교 졸업 시점에서는 확연한 격차를 벌여놓을 것입니다.
“100년의 역사가 넘은 학교를 어떻게 없앨 수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몇 년 후 폐교의 아픔을 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현 시점에서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두 학교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그 추이를 지켜보면서 강경중학교와 강경여자중학교의 통합과 강경상고와 강경고의 통합도 점진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을 낭만의 역사문화도시로 리모델링하고 싶습니다
강경중앙초와 산양초가 통합을 해서 강경중앙초 자리가 비워지면 강경 도심 초입에 새로운 신시가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에 강경여중과 강경중학교까지 통합을 하면 더욱 넓은 신시가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신시가지는 강경 미래를 위한 여러 용도로 활용되어 새로운 강경이 태어날 수 있는 근원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광객은 제2의 주민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논산시의 관광 자원은 여타 지자체에 비하여 놀랍도록 발전하고 계속하여서 정비 중에 있습니다. 탑정호, 선샤인랜드, 돈암서원, 충청유교박물관, 그리고 무엇보다도 100만 명이 넘는 육군훈련소 입영객과 가족들은 우리시의 무궁한 관광자원입니다.
옥녀봉의 낙조와 노을, 근대문화유산의 건축물과 기념물, 강경구락부, 소금집, 젓갈거리, 김대건 신부 순례지 등 수많은 강경의 관광자원은 강경 리모델링의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을의 중심에는 우리의 학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의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는 마을은 바로 학교의 혁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