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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집현전과 규장각
기사입력  2020/12/29 [15:35]   놀뫼신문

조선에는 모두 26명의 임금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임금을 꼽으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아마 우리 국민 가운데 절대 다수는 세종을 1위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2등은? 1등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아마 정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선의 전기와 후기를 살아간 이들은 그들이 임금이 되었던 과정의 차이만큼이나 살았던 시대적 환경도 달랐고, 이루어 놓은 업적에도 여러 모습에서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그들이 조선을 대표하는 임금으로 꼽히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필자는 하나의 공통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는 그들이 각각 집현전과 규장각을 설치하고 학문에 힘쓰고 전통문화를 진흥하고자 노력했고 이를 위해 인재 양성에 노력하였다는 점입니다. 

 

학문과 연구, 정책의 중심 기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집현전은  세종시대의 대표적인 학문연구기관입니다. 조선은 유학을 통치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로 설정한 국가입니다. 유학은 고려 말엽에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고, 고려를 허물고 조선을 건국한 새로운 권력층은 이 새로운 이념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국가를 건설하였습니다. 그러나 유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조선에서 온전히 유교주의적 제도와 의례, 규범을 확립하여 국가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동시에 명나라와도 새로운 친선관계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집현전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재의 양성을 위하여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훗날 우리에게는 훈민정음의 창제 기관으로 더 알려져 있지만, 집현전은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는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나가던 학문 연구기관이었습니다. 

불행했던 아버지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외척세력의 횡포를 꿋꿋이 견뎌내고 왕위에 오른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규장각을 설치합니다. 실상 규장각은 정조 때가 처음은 아니었지요. 이미 세조 때 집현전의 후속기관으로 규장각이 설치되었었는데, 당시 왕권의 집중과 강화에 반대한 신하들로 인해 폐지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정조는 즉위한 직후 외척 및 환관들의 역모와 횡포를 누르기 위한 혁신 정치의 중추로서 이를 되살립니다. 대체로 집현전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규장각의 가장 큰 특징은 검서관이라는 제도였습니다. 검서관은 말 그대로 서적을 검토하고 학문적 업적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들이 주목되는 것은 조선 건국 이래 실력은 출중하나 신분의 한계로 인하여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한 서얼출신들을 중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정조가 이들을 검서관에 임용한 것은 물론 그들이 학문이 뛰어난 점도 있었지만 그 외에 18세기 중엽 이후 서얼들의 차별 폐지 운동과 정조가 구상했던 허통정책(許通政策), 즉 유능한 서얼들을 일정한 한도에서 관리로 등용한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정조는 이러한 신분제도의 변화를 통해 조선 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의도를 규장각에 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허통정책은 탕평책과 어울려 조선 후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던 것이지요.

 

인재를 키우는 나라가 발전하는 나라

 

집현전에서 훈민정음을 만들 때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성삼문, 신숙주 등은 당시 약관의 나이였습니다. 세종은 당시 집현전의 리더였던 정인지나 최만리 등의 노학자들보다는 이들 신진학자들에게 커다란 비전과 역할을 맡겨 결국 인류사에 가장 훌륭한 한글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정조 또한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서얼들을 중용하여 중요한 역할을 맡김으로써 조선 후기 문화혁명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이들 임금들이 기존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인재를 키워냈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 우리는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나 살펴봅니다. 과연 지금 우리의 교육제도가 인재양성의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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