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탐방] 윤석성 대한노인회 논산지회 강경분회장
‘대한민국 최초 경로당’ 자부심으로 강경 키우고 어르신들 섬겨
대한민국 역사 상당 부분은 강경이 써왔다. 특히 근대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은 곳이 강경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경로당은 강경 ‘동흥동경로당’이다.
사설경로당으로서 최초는 강경의 ‘중앙경로당’이다. 지금 중앙리에는 1리 2리 경로당이 둘 있는데, 그 경로당이라기보다 부여세도, 익산망성, 성동 등 당시 강경이 이 지역의 중심부에 있어서 중앙(中央)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강경번영회장을 하던 윤훈 씨가 사비로 세운 경로당인데, 이제 고인이 된 윤훈 회장의 추모제는 지금도 매년 10월에 열리고 있다. 그를 기리는 기념비와 누각은 옥녀봉에도 있고, 비는 강경분회 초입에도 서 있다.
▲ 2015년 강경읍 '행복경로당' 개소식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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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노인회 논사지회 강경분회를 이끌어온 역대분회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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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마당 함께 쓰며 면학~친교 분위기
대한노인회 논산지회 강경분회는 강경 읍사무소, 경찰서, 한전쪽에서 꺾어 들어오면 바로, 보건소 못 미쳐 있다. 대지 150평 규모인데... 마당은 강경침례교회와 맞닿아 있다. 남도젓갈상회, 혜정상회, 영진상회 등이 이웃이다. 시내 한복판이어선지 논산시 15개 읍면동 분회와 다른 게 한둘이 아니다.
우선 다른 분회에서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경로당분위기가 아니다. 1층은 일주일에 한번씩 식사를 하는 행복경로당용으로 50여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고, 한켠에 사무실이다. 2층은 노인대학전용 강의실과 사무실, 풍물보관소와 다용도실이다. 다른 분회는 늘상 나와서 화투도 치고 동호회놀이도 즐기는 전용공간이 기본인데 비하여 강경은 친교와 면학 분위기다. 굳이 논다면, 회장실 겸용인 분회 사무실이 되겠다.
사무실에는 윤석성 분회장 외에도 중앙2리경로당 박남규 회장과 임창성 총무가 자리를 함께 하였다. 강경분회는 30개의 경로당이 있다. 논산은 리동마다 경로당 없는 곳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1리에서 5리까지 있는 황산리에서 유독 2리만큼은 경로당이 없다. 대신 강경에는 여자경로당 많은 게 특징이다. 남교리, 동흥1리, 홍교리는 할머니방이 별도로 있다. 아파트경로당은 대부분 여성이 회장이어서 강경에는 7명의 회장이 여성이다. 이번 노인의날 시상식에서 지회장상을 받은 남옥순 황산4리경로당 회장은 아파트 행사때 음식 해내는 일 등에서 솔선수범하는 마을활동가이다. 시장상은 대개 경로당회장이 받는데 이번 강경에서는 남교리 경로당 김중근 총무가 받았다. 추진력이 뛰어나고, 기실 경로당 일 실무 대부분은 총무가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정제재 강화하니까 노인회일 꺼려
“오늘 어느 신문에도 나왔지만 경로당 회장이나 총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요즘 보조금 정산철인데, 영수증 붙이고 운영대장 기록하고, 식대는 참석자들 사인 일일이 다 받아야 하고... 행정간소화는커녕 점점 더 강화일로입니다. 이러니 누가 회장, 총무 하려고 하겠어요? 무보수인 것도 그런데다 주변에서 말이라도 해싸면 속 터지는 자리죠. 돈 함부로 못 쓰게끔 농협체크카드로만 쓸 수 있도록 장치해 놓았는데, 실은 그 거래내역 하나면 다 되거든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윤 분회장이 사자후를 토한다. 그렇다고 윤회장이 행정실무에 어둡거나 불필요하다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노인회 현실이 그러하므로 최소한의 행정으로 이름 그대로 ‘행복한 경로당’이 되도록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회장은 논산복지관 초대관장으로 정년퇴직한 행정의 베테랑이다. 지금도 중앙리에서 <윤석성행정사> 간판을 걸고 일하는 현역이기에 그의 지적은 다분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65세 노인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본인 거주지인 중앙2리 노인회일을 2006년부터 9년여 해왔다. 2010년 입회한 직후에는 경로당회장을 맡았다. 현 이용주 부창동분회장이 65세 최연소인 것에 비하면 한 살 늦었지만, 둘다 소장파 회장으로 기록된다. 모두 행정에 밝았기 때문이다. 2014년 윤회장은 강경분회장이 된다. 무투표로 당선이 되었는데, 당시 그는 “투표할 거면 분회장 후보로 나가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선거 후유증도 그러하지만, 무보수인 노인회 분회장이 순전 봉사직인 이유도 있었다고 술회한다.
동서남북, 있을 거 다 있는 강경
당시 중앙2리 경로당은 현재 강경분회 2층에 있었다. 현재는 45평 정도로 넓어졌지만 당시는 15평 정도로 작은 옥상건물이었다. 윤회장 취임 후 2억5천의 공사비로 2층을 올렸고, 강경노인대학 전용건물이 되었다. 이에 따라 중앙2리 노인회는 마을회관으로 이사갔다. 분회 주소는 계백로167번길12, 구주소로는 남교리101-1이다. 분회터가 행정구역상 남교리지만, 남교리 경로당은 강경상고 맞은 편 주택가 속에 있다. 이름이 ‘백운경로회관’일반주택인데, 20여 년 전 백남근 씨가 집과 논5마지기를 시사해준 것이다.
남교리(南校里), 남쪽에 학교가 많아서 붙여진 지명 같다. 그러고 보니 근대도시 강경은 동서남북 각각의 이름이 있다. 동흥리, 서창리, 남교리, 북옥리....행정구역 이름대로 딱딱 맞는 거 같지 않아 헷갈리기도 하지만, 강경 읍내가 밀집해 있어서 구분에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지 않다. 분회 조직을 보면 부회장은 한덕수 회장(대흥3리), 손상용 감사(남교리), 방한택 사무장(중앙1리)으로 지역분포가 골고루다.
중앙2리 임창성 총무는 분회에 와서도 사무장과 함께 분회의 살림을 꾸려나가는 맥가이버이다. 군대에서 폭파사고로 콩팥 한쪽을 잃고 제대했지만 유공자로서 학교 행정실에서 평생 근무를 하였고 요즘은 그 경험들을 살려 분회일에 동참하고 있다. 중앙2리 박남규 회장은 원래 채운에서 살다가 강경으로 이사와 정미소를 운영한 사업가이다. 15년 정도 하였는데 당시 논산 15개 읍면 정미소 연합회장으로도 활동하였기에 우리 농민사, 특히 미곡(米穀)의 추이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연합회장때도 그렇고 중앙2리 경로당회장이 된 이후에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단체여행인데, 최근에는 윤 분회장의 추천코스를 다녀왔다고 한다.
분회와 노인대학에서는 어떤 공부를?
분회에서는 코로나 이전에 연1회 경로당회장 중심으로 야유회를 다녀왔다. 윤회장 자신이 1년 반 월남파병을 다녀왔기에 애국의 의미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 도라산역이나 거제도포로수용소, 천안함역사관뿐 아니라 인천대교, 신안천사대교 등 뉴스에 나오는 곳도 다녀왔다. 분회에서 일상적으로 행한 프로그램은 웃음치료, 난타 등이다. 노인대학에서는 노래교실과 요가를 1.5시간씩 총 3시간을 한다. 연회비 5만원인데도 100여 명이 운집한다. 올해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일정액을 돌려주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인대학은 원래 분회장이 겸직하였다. 7년 전 윤회장이 취임하면서 분리 운영하였는데 올해 7월 다시 겸직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노인대학 특강시간에 외부인사 특강도 하지만 윤회장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교통안전, 안보, 웰다잉처럼 일상적인 내용들을 나누고 싶다고 내비친다.
노인대학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1946년생으로 올해 75세인 윤회장은 1968년 월남에 간다. 1972년 강경에서 행정직공무원을 시작한다. 시청에서는 가정복지계장, 생활민원계장, 병사계장을 두루 거친 뒤 마지막에는 초대 종합복지관장이 된다. 2004년, 그 동안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 후 쉬다가 2010년 중앙리에 행정사무소를 연다. 그 동안 소유권 이전 등 행정업무를 200여 건 처리해주었는데 무료로 해준 경우가 상당수이다. 돈이 안 되는데 힘들지 않은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을 하면 정신건강에 유익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강경분회’ 선장, 불편한 몸으로 분골쇄신
기자가 사무실 들어섰을 때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윤 회장의 보행이 불편해 보였다. “좀 있으면 다 낫겠지~” 대수롭지 않게 답하시기에 경미한 사고인 줄 알았는데, 얘길 더 해보니 아니다. 20여 년 전 낙상하여 허리를 다쳤고, 그 후 호전되어 퇴직 후에는 매일 아침 덕유정에 나가 한시간씩 활을 냈다. 자전거도 즐겼는데, 매일 아침 성동 우곤리쪽 뚝방길을 질주하는 걸로 하루를 열었다. 그런데 아뿔싸, 5년 전 안개 속에서 질주하다 역방향의 자전거와 정면충돌한 것이다. 예전의 상처까지 들고 일어났지만, 윤회장의 얼굴에는 그림자 같은 게 보이질 않는다. 세상에, 성한 사람도 쉽지 않은 분회일을.... 그 뒤에도 줄기차게 해오고 있는 것이다.
멘탈 건강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935만원을 들여서 2층마루바닥에 카펫타일을 깔았다. 3년 전에는 전낙운 도의원이 신경 써주어서 2천만원 규모의 이중창 공사를 하였다. 연임하여서 이제 임기가 1년여인데도 윤 분회장 눈에는 할 일 투성이다.우중충해진 건물 도색도 해야겠고 2층 노인대학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숙제다. 예산이 2억이나 들어간다고 해서 기자가 놀라니 “옆의 중앙초등학교는 단 한 명을 위해서 설치했다”고 설명해준다. 노인대학은 수업료를 내야, 그만큼 학습의욕이 덩달아서 높아질 거라는 기자의 논리에 “모르는 소리! 늙고 돈 나올 데 하나도 없어봐요, 그런 소리가 나오나....”라면서 일축한다. 노노(老老) 케어! 다같이 늙어가는 이웃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하는 윤 회장의 충정이 고스라니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