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재발견] 논산의 하천
10년마다 바뀌는 노성천~논산천 진짜 주인들
논산천은 금강의 제1지류다. 그리고 노성천은 논산천의 제1지류다. 또 연산천은 노성천의 제1지류다. 이렇듯 작은 냇물이 모여 큰 냇물이 되고 큰 냇물이 모여 강을 이뤄 바다로 간다.
내가 사는 마을 앞에는 금강의 제2와 제3지류가 만나는 곳이다. 옛날에는 민물고기 조개 참게가 지천으로 깔려 있어서 그야말로 황금어장의 냇물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지금도 추억은 그 옛날 그 냇물로 귀결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 ‘금강하류 개수 계획’이 세워졌다. 논산지역의 자연하천은 인공하천으로 바뀌는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진행되면서 탑정리 일대는 저수지가 생기게 된다. 물론 식량 수탈의 목적을 가지고 시행한 20~30년간의 공사였지만, 결국 일본의 패망과 더불어 그 혜택은 현재에 이르고 있다.
탑정저수지 진짜 주인
혹자는 혜택(惠澤)이라고도 하겠지만, 결국 우리 할아버지 세대의 강제 부역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당연한 보상이요 우리 것이다. 실제 제방공사에 우리 할아버지는 부역을 하셨고,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도시락 배달을 하셨다고 들었다. 세월이 흘러 1970년대 우리 형제들은 그 제방길을 따라 10리 남짓한 거리를 자전거 통학으로 해서 논산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다.
1987년 물 난리를 나는 직접 목도했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아무리 높게 쌓은 제방도 무용지물이었다. 30년을 기준한 ‘예년’이란 통계수치도 “그저 인간들 니들 마음대로 정했지 않느냐?” 비웃는 듯 제방을 터뜨리며 하늘의 괴력을 과시하는 듯했다. ‘자연은 원래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는데 ‘새강’이란 이름으로 감히 강을 옮겼으니 하늘이 진노할 만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 논산천에 등장하는 주인들
요즘은 10년 주기로 제방이나 하천을 보축하고 정비한다.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10년 전 하천 정비 때, 하천내의 논과 밭 경작지를 모두 정비하여 생태 하천으로 만들었다.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제방 보축공사다. 요즘 하천이 점점 살아나고 있고 떠났던 철새들이 돌아오고는 있지만,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조류독감 때문에 철새도래지 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제방을 걷는다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철새도래지 방문과 관계없다. 유명 관광지를 찾았던 가을 여행, 그러나 요즘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게 논산천 여행이 딱이다. 요즘 날씨에도 딱 어울리는 노성천, 논산천이다.
물 따라 세월 따라 무대가 바뀌고, 제방 따라 계절 따라 주인공도 바뀐다. 내가 보기에 요즘 논산 강 무대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고 따로 있는 듯싶다. ‘새벽물안개’, ‘오후 햇살에 일렁이는 억새와 갈대’ 그리고 나처럼 강을 유유자적 따라가는 사람에게 운좋게도 보이는 “물수리”와 각양 각색의 새들이다.
- 김권중(항월1리장 ‘시인의 도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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