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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트] 가야곡면 육곡리 한글대학 이영순님 "고생, 고생, 나만큼 한 이 또 있을까"
기사입력  2020/09/15 [17:56]   놀뫼신문

[가야곡면 육곡리 한글대학] 이영순 어르신

고생, 고생, 나만큼 한 이 또 있을까

 

장마가 한풀 꺾이고 해가 쨍 뜬 무더운 여름 어느 날, 가야곡면 육곡리에 사시는 이영순 할머니(88세)를 찾아뵈었다. 까맣게 머리를 염색하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신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렇게 더운 날 웬 한복을 입고 계시느냐?’ 걱정스레 물어보니 평상시 한복만을 입으신단다. 할머니는 평생 습관이 되어서 한복이 불편한 줄 모르신단다. 그러나 고운 한복차림의 이영순 할머니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결코 곱지만은 않은 고생의 연속이었다.


 

 

너무 일찍 떠나버린 남편

 

이영순 할머니의 고향은 육곡리에서 멀지 않은 가야곡 삼전리이다. 삼전리는 전라북도 완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길게 형성된 동네로, 예부터 지금까지 논산에서도 외진 곳이다. 할머니는 20살 때 면소재지인 육곡리로 시집갈 때는 큰 도시로 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남편 서민선 님은 할머니보다 다섯 살 많은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 남편과는 정확히 15년 살았다. 남편은 위암 판정을 받고 40살 되던 해에 정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때 할머니의 나이는 35살이었다.

“15년 살았지만 애는 육남매를 낳았답니다. 많이 낳았지요? 남편은 밤낮없이 놀음에 빠져 살았어요. 아마 식구들한테 미안해서 일찍 간 모양이에요.”

남편은 놀음으로 얼마 안 되는 논과 밭을 다 날려 버렸다. 할머니는 그런 남편과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오히려 논과 밭이 다 날아갔을 때 이제는 남편이 ‘더 이상 놀음을 안 하겠지’ 생각했단다. 이렇게 남편이 놀음에 빠져 집안을 돌보지 않을 때 모든 가사와 육아는 온전히 할머니의 몫이었다. 그렇게 고생은 시작되었다.

 

▲ 처녀 때 사진 제일 오른쪽이 이영순 할머니     ©

 

 

남편 몫까지 일하려니 고생

 

어린 아이 6남매를 굶기지 않으려면 할머니는 당장 일을 해야만 했다. 농촌에서 땅 한 뙈기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고개 너머 석회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남자들이나 하는 석회를 퍼서 나르는 일이었지만 할머니는 찬밥 더운밥 가릴 계제가 아니었다. 그때는 일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공장에 나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격한 노동으로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밤에 끙끙 앓아누워야만 했다. 그러나 그 아픈 몸보다도 하루 종일 그 어린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오는 것이 마음에 더 걸렸다.

“공장 일을 마치고 밤에 공동묘지가 있는 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왔어요. 공동묘지 지날 때는 귀신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산 사람이 더 무서웠지요. 못된 남자들이 쫓아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정신 나간 여자 흉내를 내면 욕을 하고 달아났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큰 애들은 학교를 빠지고 물 길러오고 나무를 하러 산으로 다녀야만 했다.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막내는 집에서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해두어야만 했다. 그러다 막내가 아직 추운 어느 이른 봄날 미나리꽝에 기어들어갔다. 그 질퍽질퍽한 찬 물 속에서 한나절을 있는 바람에 손과 발과 온 몸이 다 얼어터져서 막내는 몇 년을 고생해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형들과 누나가 나무하러 물 길으러 모두 나간 사이, 막내가 집에 불을 내었다. 막내는 아궁이에 있는 불붙은 나뭇가지를 그 옆에 쌓아놓은 싸리나무 더미에 옮겨 붙인 모양이었다.

불이 나자 동네 사람들이 급히 불을 잡아주었다. 할머니는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하다 말고 급히 집으로 달려왔다. 집은 반이 넘게 탔다. 할머니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안부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친 아이들은 없었다. 불을 낸 막내도 무사했다. 집에서 키우던 돼지 두 마리가 있었는데 불에 타 죽었다. 집이 반이 탔고, 돼지 두 마리가 죽었지만 할머니는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을 낸 막내가 하는 말이, “타나 안 타나 보려고 불을 옮겨 붙였더니 잘 타대!” 할머니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말한다. 불에 타서 죽은 돼지는 동네 어른이 가져다가 팔아서 제 값을 받아 주었단다.

할머니는 그 공장 일을 아이들 다 클 때까지 8년 동안 했다. 하루하루 일이 너무 고되고 삶이 힘들어서 죽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그래도 그 공장 덕분에 어린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 당진에서 목사로 있는 셋째 아들네     ©

 

▲ 막내 내외와 함께     ©

 

▲ 막내 아들 가족사진     ©

 

 

▲ 동네사람들과 놀러가서     ©

 

▲ 동네 친구인 전종임 할머니와 함께     ©

 

 

이제는 다 자리 잡은 자식들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하면 하나씩 큰집으로, 작은집으로 나가서 살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일찌감치 빈주먹으로 나가 독립을 했다. 독학을 해서 대학을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모두 일가를 이루고 전국에 흩어져 잘 살고 있다. 손주들이 모두 20명이다.

첫째 아들은 서울에 살고 있으며 손자가 신학교를 다닌다. 둘째 아들은 충주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셋째는 당진에서 목사로 목회를 하고 있는데 그 아들 역시 목사란다. 넷째는 대전에서 떡집을 하고, 막내는 충주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하나 있던 딸은 근처로 시집을 가서 가깝게 살았는데, 10년 전에 유방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사위도 얼마 전에 세상을 떴단다. 할머니는 그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래도 외손자가 군목으로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신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모두 효자로 동네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할머니의 생신날이면 자식들이 와서 마을사람들을 모두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한다. 또 할머니는 넓은 마당에 모시를 키우는데 그 모싯잎을 따서 대전에서 떡집을 하는 넷째 네에 공급한다. 그러면 아들이 그 값을 넉넉히 쳐서 용돈으로 주신다며 은근 자랑이시다.

할머니는 아주 오래 전부터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주일은 물론이고 매일 새벽기도도 거르지 않고 있으며, 또 가끔 철야기도도 드린다. “그 어려운 시절을 이런 신앙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버티고 견뎌낼 수 있었을까 싶다”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 덕분이었던가. 할머니의 자손 중에는 유독 목회자들이 많다. 그리고 모든 가족들이 교회를 열심히 나가는 신자들이라고 뿌듯해하신다.

“나는 고생을 말도 못하게 많이 하며 살았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매일매일 자는 아이들 머리맡에서 그 아이들 잘 키우게 해달라고 기도한 덕분이라 생각해요. 이제는 모두 처한 곳에서 각자 행복하게 열심히들 살고 있으니 그 기도대로 된 거지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할머니는 육곡교회 권사님이기도 하시다. 할머니가 건강을 잃지 않고 계속 신앙생활을 잘 하시며 늘 행복하게 지내시기만을 바라며 그 집을 나왔다.

 

▲ 배웅하는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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