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논산형 주말농장 모델
‘텃밭과 정원이 공존하는 미래형 휴식 공간’
신양리 주말농장
▲ 신양리 주말농장은 대개 먹거리와 꽃나무가 공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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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면 신양리는 산촌이다. 계룡시에서 국방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산을 보면 연산連山은 이름 그대로 산을 연결해주는 요충지이다. 계룡시청 뒷산인 천마산은..... 연산면 천호리에서 천호봉, 천호산(371m)으로 우뚝 선다. 곧 이어 신암리에서는 함박봉으로 404고지를 찍은 다음 바로 옆동네인 신양리에서는 깃대봉(394m)을 꽂는다. 좀더 내려가면 최근 전원주택지로 확정된 양촌면 반곡리인데, 그 뒷산이 국사봉(332)이고, 거기서 좀더 내려가면 거사리 국방대이다.
산자락이 완만해서인지 산 중턱까지 파고든 전원주택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신양리 주말농장 바로 옆동네인 신암리는 전원주택들이 꽤 들어섰으나 도로 사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신양리 주말농장은 계획도시처럼 사통팔달이다. 그러니 주말농장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전원주택지로서도 손색 없는 인프라이다.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신양리에서는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이웃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황산벌활성화추진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조직 회원은 향후 예비농부들까지 규합하면 150여 세대로 보고 있다. 현재 이곳으로 귀촌 신청한 세대가 100여 세대나 되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공동체 조직을 갖추어가면서 동시에 논산시청과 공식적인 대화의 자리를 모색하고 있다. ‘황산벌활성화추진위원회’가 결성된 목적은 ‘신양리 주말농장 활성화 및 지역사회 발전 방안’을 제안하고, 현 농지에서 체류할 수 있도록 법규 및 제도 보완을 위함이다. 차제에 신양리 주말농장의 태동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상황, 그리고 향후 이곳에서 펼쳐질 청사진까지 일람해 보고자 한다.
▲ 최근 TV에 출연한 ‘꽃이랑 나무랑’ 카페 전경. 넝쿨나무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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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30년전 전원주택 겸 출발하려 했으나
이곳 대단지 한 코너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환경방사능평가팀이 운영하는 ‘환경방사능모니터링포스트’가 있다. 이 단지를 조성한 주체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알려주는 포스트다. 30년 전 이야기를 당시 분양자로부터 들어본다.
“80년도 서울에 있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어느날 대전 대덕구 연구 단지로 이사를 왔다. 집단으로 이주해야 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에게 지역 애향심 고취와 위로 복지 차원에서 주말 농장을 제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소는 논산 가다 못 미쳐 한성 신학대학 있는 곳 신양리인데, 그 곳에 대단지 주말 농장을 조성하고 분양한다고 설명회를 하였다. 워낙 전원 생활을 꿈꿔왔던 나로서는 참으로 반갑고 기쁜 소식이었다. 이후 86년 큰애가 5살 되던 해에 연산에서 복숭아, 살구, 벚꽃을 같이 심고 물을 주었다. 그러던 그 애가 어즈버 불혹의 나이가 되어간다. 이 후 친한 친구들이 놀러 오고, 그 친구들이 여기에 자리를 잡아서 함께 주말 노동의 클라이막스인 막걸리를 부부동반으로 나눈다. 그러노라면 세상 부러울 것이 무엔가 한다.”
단지 조성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자력연구원 500여명의 조합이 결성됐다. 당시 조합설립의 목적은 전원주택단지로 조성하려고 했으나, 당시 정책에 의해 주말농장 조성으로 출발했다. 다음해인 1988년, 필지 정리 및 등기를 완료하였는데, 진입도로 기부 채납으로 분양 면적의 1/2 정도씩이 모두 수용되었다.
[현재] 은퇴후 주부들이 더 열호하는 주말농장
이런 와중에도 초창기부터 줄기차게 이곳을 지키고 가꾸어온 사람이 있다. 육군대령으로 예편하여 이곳에 조경수, 야생화, 약초재배 등을 계속 해온 심규종·채은지 씨 부부이다. 얼마 전부터는 ‘꽃이랑 나무랑’이라는 전원카페도 운영중이다. 지난 4월 10일 KBS <다정다감>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곳 주말 농장에서는 남자들보다 여성파워가 더 극성인 거 같다는 후문이다. ‘꽃이랑 나무랑’의 안주인도 그러하다. 낮에는 꽃밭을 가꾸고 밤에는 체류하면서 카페를 장식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서 어느날 시청홈페이지 “논산시 열린시장실”에 글을 하나 올렸다.
[제목] 황산벌둥지 주말농장 활성화 요망
저는 주말농장에서 농사하며 지내온 지 15년이 넘어 가는 주부입니다. 그 사이 남편도 직장에서 은퇴하였고 이제는 이곳에 여력이 남는 기간 작은집을 지어 주말에만 다녀갈 것이 아니라, 아주 이주하고픈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중략).....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엔 여러 가지 제한사항이 있다고 하네요. 행정적 사항들 자세히 모르지만 이곳이 만들어진 지 거의 32년째가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난 탓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 들어오고 머물다 가는 집들이 많은 것을 봅니다. 초창기보다 눈에 띄게 점점 활성화가 되어가는군요.
대부분 이곳 주민들은 소비자로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기이고 활성화되도록 방안이 강구되면 주소 이전하여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하십니다.(중략)..... 농가주택이나 전원주택 혹은 가설건축물 제한사항을 좀 폭 넓게 두어, 이곳이 아름다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의견을 주민들과 나누며 소통하는 창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소박한 소망은 이곳에서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논산시와 주말농장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또 한 주민의 이야기를 중계해본다.
“제 남편이 한국원자력연구원 재직 시 분양받은 땅이 3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2000년도 잡초가 우거진 땅에 유실수를 심었고, 2005년 5월부터는 호미도 들어가지 않는 돌밭을 농작물 키울 수 있는 땅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과 공을 들인 지도 햇수로 15년째입니다.
일하다 보니 햇빛과 비를 피할 곳이 필요했고, 농기구가 점차 늘어, 보관창고가 필요했습니다. 초창기엔 대전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의 주말농장까지 거의 매일 출근을 했었는데,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컸고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당일의 관리만으로는 이도 저도 아니었기에, 며칠 묵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잠자리도 필요했습니다.(중략).....
저는 이미 반은 논산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 경제에도 나름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연산시장을 이용하고, 농협하나로마트를 즐겨 찾고 해마다 마을 주민분들의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습니다.(중략).....
부디 논산시와 주말농장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랜드마크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로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뿐인 농장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논산시가 획기적이고 앞을 내다보는 행정을 펼치사 다른 지자체에도 모범사례가 되는 좋은 효시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결같이 소박하고 건설적인 제안들이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 당시 원자력연구원 분양자에게 마이크를 넘겨 본다 .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청개구리와 메뚜기를 보면 까무러치는 오리지날 도회지산 아내가 주말이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연산 갈까?” 한다. “에이~ 대간혀....” 쯔쯔 혀를 차면서도 내심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숲속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꼬아서 아지트를 만들고 마음이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기쁘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그 곳에 들어가면 세상에서 보호받는 아늑한 나만의 진지가 되었었다. 연산 주말 농장이 바로 슈베르트의 ‘보리수’가 연상되는 그런 안식처이다.”
▲ 구 한민대학 쪽에서 내려다 본 신양리 주말농장. 100여 세대가 농막을 지은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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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선생님 집에 가서 차 나무도 가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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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밑의 집. 뒷동산이 산책로로 연결되고 큰 나무도 많은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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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텃밭과 정원이 공존하는 미래형 휴식 공간
“콘테이너에 데크를 설치하고 어설픈 웃음을 짓는 자화상은 내가 봐도 무척이나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나무는 30년을 지나 울창하게 하늘을 감싸고 있고, 그 나무에 나의 꿈이 서려 있다. 680필지로 이루어진 주말 농장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단지이다. 미국 체류시 방문하여 감명받았던 뉴욕주 상부 이타카에 위치한 세계적 에코빌리지도 40여 가구로 이루어져 있고, 자급 자족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주말 농장은 대전에서 30분 거리로서 대도시와 근접한 지역이다. 이곳은 미래 우리나라의 농촌-도시 가교 모델이 될 것이며, 혁신적인 농촌 문제 해결의 모범적 시범 단지가 될 것이다.”
최근 황산벌둥지 주말농장 발전 추진위원회에서는 “황산벌둥지 주말농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였다. 그 보고서의 핵심 주제는 <텃밭과 정원이 공존하는 미래형 휴식 공간>이다. 10여 쪽에 달하는 이 제안서에는 독일, 영국, 일본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독일 클라인가르텐] = 도시 주민들이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유휴 대지를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소정원 형태의 주말농장.
[영국 Allotment(시민농장)] = 전국에 33만 개의 얼로트먼트 가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지원자가 많아 2년 기다려야 임대 가능.
[일본 시민농원] = 체재형보다는 도시지역의 녹지보전과 아이들에게 풍부한 자연교육의 장소로서의 역할 겸비(도쿄에서는 최첨단 스마트 농법을 도입하여 지하에서 LED 활용한 채소 재배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장 운영)
[국내 사례] = 경기도는 2007년부터 체재형 주말농장을 지자체 주관으로 운영,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도시민들에게 ‘작은 농장과 별장(체재시설)’을 임대료를 받고 운영중이다. 양평, 가평, 연천, 여주, 파주 등에서 지자체별로 특색있는 체재형 주말농장 단지를 조성해놓았는데, 초창기에는 14대 1의 분양 경쟁으로 인기가 높았다.
결론적으로 제시된 ‘텃밭과 정원이 공존하는 미래형 휴식 공간’ 추진 방안은 네 가지이다.
1) 현재 연산면 신양리 주말농장 단지에 축조되어 있는 기존 가설건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조례를 제정
2) 논산시는 이에 필요한 농막 시설 및 농장 운영 등에 관한 ‘체재형 가족농원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가족농원 입주민들은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협조
3) ‘체재형 가족농원 규정’ 제정 후 새로 가족농원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경우, 논산시 입주 허가제로 전환
4)가족농원의 자치운영, 신양리 지역주민의 불만해소 및 논산시의 정책과 지도를 협의할 수 있는 상설 소통 창구로서의 자체 가족농원 공동체를 구성
이러한 제안에 대한 반응은 현재진행형이고, 아직은 미래형이다. 김형도 도의원은 “상위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야 어떻게 해서든 신양리 가족농원을 현실화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시청의 행정지원과 직소민원팀과 조속한 시일내 미팅도 주선해보겠노라고 약속하였다. 시에서도 이 제안이 공식적으로 올라오면 ‘적극 행정’의 일환으로 긍정 검토하되, 입주자들의 구체적인 의무도 동시에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논산시가 무엇을 내놓았다 하면 ‘최초’니 ‘최대’니 하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선진행정, 진보행정 부문에서 각종 상을 싹쓸이하다시피해왔다. 대외적으로는 괄목상대할 경사이다. 등하불명, 이제 눈 돌려야 할 곳은 대내(對內)이다. 민관이 함께하는 행복시대를 펼칠 적재적소, 그런 곳들을 찾아내고 육성해가는 적극행정이다.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