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자가 격리 중이야. 밖에도 못 나가고 진짜 죽을 맛이야. 매일 같이 울리는 문자 보기도 겁나고,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외출 자제’ 세 단어들이 주는 위압감은 상상이상이거든. 겨우 배달음식으로 바깥공기 흡입하는 정도라니까. 카페에서 커피 한잔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그리워” 지인들과 통화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요즘의 일상이다. 필자 역시 업무적인 일을 제외하면 가급적 자가 격리에 동참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택배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집 앞에 뭔가를 두고 간다. 전전날 밤, 신나게 온라인 쇼핑한 결과물이다. 김, 참치, 냉동식품 등 생필품들의 반복 구매가 시작되었다. 불안심리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엄지(손가락)는 대단한 역할을 배정받은 양, 빠르게 움직인다. 클릭 몇 번으로 가볍게 욕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일시적인 만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위는 이어진다.
그동안 방방곡곡 소문난 맛집들을 찾아다니고, 카페에서 지인들과 편하게 수다 떨고, 운동센터에서 건강관리를 했던 그 시간들이 이렇게도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할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이 머문다. 하루 일상이 빡빡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러 이유들을 들어 미뤘던 일들의 목록을 적어봤다.
첫 번째는 지인에게 배운 쿠키 플레이를 만들 때, 냉동생지 대신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 보는 것. 두 번째는 집주변에 있는 나무를 활용해 꽃밭 둘레를 만들고 다듬는 미니 조경에 도전하는 것. 세 번째는 스트레칭을 하루 30분씩은 꼭 하는 것. 우선 세 가지만 적고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평소 가족들이 빵을 좋아해 냉동생지를 대량으로 구입해 오븐에 구워 먹곤 했는데, 생지를 직접 만드는 일이 간단치가 않았다. 레시피대로 하는 일이 필자는 참 힘들다. 평소 요리를 할 때도 레시피를 따른 적이 없다. 계량이 아닌 손 가는 대로를 선호한다. 요리 후에는 손맛이 좋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레시피대로 해봤다. 결과가 참패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다시 해볼 마음까지 빼앗기지 않은 정도다.
목록 2는 남편의 도움으로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톱과 망치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 일은 의외로 재미를 주었다. 흥미롭기까지 해서 조만간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란 기대까지 해본다. 사실 목록 3이 가장 힘들다. 하루 30분씩의 스트레칭. 이것이 나와의 싸움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몸이 말을 안 듣는 것 같아 주문까지 외웠다.
“나는 몸과 마음을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내 팔과 다리는 오늘의 운동을 통해 더 건강해집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아마도 매일 주문을 외워야 세 번째 도전도 이어갈 것 같다.
필자가 세 가지 도전을 실천하는 사이, 친한 선배가 전화를 걸어왔다. “태영아, 요즘 나와의 대화를 시작했어.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어 *튜브에 빠져 있었거든. 정신이 피폐해지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정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매일매일 나를 위한 시간에 정성을 쏟다 보니 매 순간이 감사한 거야. 그리고 우리의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인지 눈물이 다 나는 거 있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선배의 음성에 미세한 떨림까지 느껴진다. 필자는 선배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다.
소확행(小確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지난 2018년 소비 트렌드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이 소확행을 다시 소환하고 싶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시일 내에 종식되어 전 국민이 소확행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노태영 행복을 리츄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