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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자모독서회~놀뫼독서모임 30년] 서書로 통通하는 독서모임, 그 토론의 꽃
기사입력  2019/10/02 [11:11]   놀뫼신문

▲     © 놀뫼신문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벌써 누구는 어디에 나가게 되었고, 누구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얘기가 시간을 재촉했다. 난 취직을 해야 마땅하다. 밑에 남동생들이 둘이 있다.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맘에 썩 드는 회사가 없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를 써주지 않을 것 같다. 대학교 4년 내내 한 것은 시위였다. 강의실보다는 강의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학교 중앙에 위엄 있고 상징이기도 했던 도서관에 간 것은 손꼽아 몇 번밖에 없었다. 읽은 책은 많았다. 모두 한 쪽으로 치우친 내용의 책들이었다. 1학년 때 읽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자의 죽음』(우린 ‘아미자’라고 불렀다)은 짜릿한 전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뚫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대학교 4년 동안, 많은 책들(거의 금서였고 제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을 읽고 토론도 끊임없이 했다.   

 4년 내내 우리나라는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시기였다. 2학년 때 대통령 직선제 개헌과 민주화를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으로 6·29민주화 선언을 얻었다.  

  1988년에 놀뫼독서회의 전신인 ‘논산자모독서회’가 결성되었다. 매달 한 번 가진 모임의 성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89년에 ‘놀뫼독서회보’를 만들었다. 1992년에 제 4집『사랑의 봇짐』이 나온 이후, 2019년까지 제 29집 문집이 꾸준히 발간되었다. 그 때의 글을 읽으면 선생님들의 숨은 이야기와 풋풋한 감정이 새롭고 재미있다. 

  나는 과외를 하면서 1년 동안 대학원 준비를 했다. 대학원에 가서도 전공 외의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원서 보기에도 버거워서 하루가 모자랐다. 바쁘게 대학원 석사 시절을 보내고 유학을 결심했다. 전공 외의 책을 읽을 시간이 더욱 없어졌다. 캐나다 어학연수 동안에는 하루 대부분을 영어와 사투를 벌였다. 특히 듣기가 너무 취약했다. 이미 모국어 듣기에 굳어진 귀가 뚫리지 않았다.  듣기 점수는 늘 거기서 거기였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고 박사과정을 포기했을 때, 아쉬움도 있었지만 드디어 영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홀가분하고 그 때서야 내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을 즐길 수 있었다. 

 도서관에 가서 영어 동화책을 맘껏 읽었다. 예쁜 그림과 다양한 내용의 동화책은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접착제였다. 시내 중심에 있는 큰 도서관 외에도 조그만 동네의 도서관에 가는 것도 놀이였다. 작지만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 강의 등이 외국인도 끌어들였다. 독서모임도 있었지만 영어에 서툰 외국인이 들어가 토론하는 것이 부담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가입하지 않았다. 

 놀뫼독서모임은 예전보다 더 체계적인 모임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지역 주민과 학생을 위한 독서와 관련된 여러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간단한 소식과 몇몇 회원들의 글을 올렸던 수준에서 문집을 꾸준하게 발간했다. 회원들의 시와 수필들이 날로 발전해갔다. 회원들 중에는 ‘시인’, ‘수필가’로 등단하고 책도 출판한 작가도 있다. 

 

자기개발서가 주지 못했던 것을...

 

한국으로 돌아와 1997년에 영어 학원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금융위기, IMF가 찾아왔다. 학생 수가 날로 줄어들어 대출금 갚기가 버거워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다. 그 화풀이를 캐나다에 있는 남편에게 수화기를 통해 그대로 전했다. 

모든 국민이 예상치도 못한 사태 속에 처해 있었다.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고, 우수한 기업들이 헐값에 외국 자본가들의 손으로 넘어 갔다. 그에 따라 실업자들이 늘어났다. 가족이 해체되고 회사, 많은 사회 조직이 와해되었다.

 그런 역경 속에서도 놀뫼독서모임은 뿌리를 단단하고 깊게 내리고 있었다. 회원들 간의 정이 두터워지고 제대로 가지를 뻗어 갔다. 시간의 물결과 함께 흘러갔다.

 결국 나는 이곳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가기로 결정했다. 살면서 처음 맛본 큰 패배감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영주권자여서 6개월만 한국에 있고 6개월은 캐나다에 있어야 했던 남편이 시민권을 땄다. 곧 한국에 들어온 남편과 다시 학원을 재정비하고 계속 학원 일을 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적자가 조금씩 줄어가고 정신없이 바빠졌다.

 교육안을 짜고 프로그램 개발하느라 책과는 점점 더 멀어졌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건강은 쇠약해져 15분 이상 걷지를 못했다. 숨이 헐떡거리고 스패너로 볼트를 죄이듯 심장이 조여 왔다. 조금씩 운동 시간을 늘여가며 학원 일을 멀리 했다. 학원 운영하면서 사람이 싫어졌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튕겨져 나갈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쉬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로 베스트셀러, 자기개발, 재테크에 대한 책이었다.  책에 구멍이 날 정도로 집중했다. 새로운 사실이나 확실하게 알게 되면 흥분이 되었다. 자기 개발서를 읽으면 벌써 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재테크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책 내용대로 성공한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모든 내용이 포말처럼 사라졌다. 항상 제자리였다. 열심히 책을 읽었어도 생각 하나, 마음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 안의 햄스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 화장실 입구에 놓여 있는 놀뫼독서모임 문집을 보았다.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된 놀뫼독서모임은 넓은 시간과 깊은 하루를 주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도 다시 생생해졌다. 상처 난 곳에서 싱그러운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독서는 혼자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독서 후, 함께 느낌과 내용, 작가에 대해 토론을 하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생각이 더욱 확장되고 더 넓은 세계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많은 간접 경험으로 사유는 유연해져 무한대로 뻗어간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재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글로써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놓쳐버린 순간을 기억해 낸다. 끊임없이 삶의 나무를 돌보고 가꾼다. 이것이 여러 독서모임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놀뫼독서모임도 30여 년 동안 하나의 목적으로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왔다. 30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360번의 만남. 갓난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의 자식을 낳는, 묵직한 시간이다. 한 사람의 중요한 순간이 녹아 있는 시간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벼워지고 빨라진다. 만났다 헤어지고 버리는 것이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책으로 만난 모임도 여지없다. 그래서 놀뫼독서모임은 독보적이다. 내가 사는 고장에, 크지 않은 고장에 큰 모임이 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이제 소수만의 모임이 아니다. 논산에서 중요하고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다. 놀뫼독서모임은 앞으로도 계속, 논산 문화와 독서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서(書)로 통(通)하는 모임, ‘서’로 ‘통’하는 논산, 충남, 대한민국...

 

- 김선영(놀뫼독서모임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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