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는 지난 5월부터 문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 대상으로 11월까지 진행된다. 마을 상황에 따라서 10주 하는 곳도 있고 30주 과정인 곳도 있다.
교육 장소는 임암리 마을회관, 행복마을학교, 아파트 노인정 등 다양하다. 공개된 장소에서 한글 공부하는 걸 꺼리는 분들이 있어서, 학습자가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교육도 병행중이다. 문해교육이라고 해서 한글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문맹은 컴맹, 폰맹 등으로 4차산업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는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문해교육을 5~8월 이편한 노인정에서 스마트폰 교육으로 시작했다. 한글, 한자, 영어 같은 언어 교육도 염두에 두면서 하루에 하나씩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손자손녀에게 안부는 물론 시까지 써보내며 기뻐라 하는 모습이었다.
8월부터는 경남아파트 노인정 어르신들 대상으로 생활 속 속담교실을 운영중이다. 학습자는 14명으로 평균 연령은 80대인데, 90대 어르신도 나오신다. 나 한 몸 건사하기도 귀찮으련만 분위기는 형님, 아우하면서 화기애애하다. 행여나 누가 결석하게 되는 날은 학습 종이를 하나 더 챙긴다.
순한글 속담과 연관된 4자성어도 곁들인다. 강사가 나누어주는 속담 프린트물도 인기지만, 각자 알고 있는 속담 하나씩 내어놓는 시간은 입이 귀에 걸리며 당나귀 귀가 되고 눈은 아이들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생활속 속담이야기 수업은 공감 100프로다. 지난날 기억을 되살리고, 닫혀 있던 삶의 지혜가 입으로 터지는 시간들이다. 기본 수업 후에는 돌아가면서 속담 하나씩 툭 던진다. 천재 아닌 분이 없다. 깨달음은 두 배가 된다. 내용이 생활 속의 속담이니까 그 실천도 함께 다짐한다.
문해교육이라고 해서 국어 공부만 하는 건 아니다. 노래 가사를 통한 공부도 효과적이라서 수업 중 노래도 곁들인다. 음악이 시이고 문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경남아파트 노인정에는 때아닌 색소폰소리가 울려퍼졌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웬일인가 싶은지 빼꼼 들여다 본다. 매번 수업때 선곡해서 배웠던 노래를 선보이고 뽐내는 시간이다. 바늘가는 데 실가듯, 이런 노래 시간에 반주가 있어야 제 격 아니겠는가? 같은 마을학교 교사인 윤혜숙 색소폰 강사가 찬조출연을 해주었다. 윤강사는 계룡 마을학교 1호 강사로 출발해서 현재는 드림섹소폰교실을 운영하는 계룡시 행복마을학교의 재원이다.
색소폰 강사가 찾아온 노래교실, 경남아파트 노인정은 서울 강남이 부럽지 않은 니나노 놀자판이 되었다. 박덕예 어르신은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 반주를 신청하였다. 젊은날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서 달래온 슬픔의 세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불렀다. 가사 하나하나 애절함이 묻어난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심전심 교감이 되었는지 눈물 글썽이는 분도 늘어났다. 서로 마음을 다독이며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21세기 문맹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옛것만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