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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이야기] 우리씨앗, 우리 힘으로 지키고 살리자!
기사입력  2019/08/12 [11:35]   놀뫼신문
▲     © 놀뫼신문



논산 토종씨앗 도서관, 더불어 농원(대표: 신두철, 권태옥, 논산시 상월면 소재)은 농장명대로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자연농법으로 빗물을 받아 논과 밭에 물을 대고 인분으로 액비를 만들어 고집스레 토종작물, 특히 돈이 안되는 잡곡 중심으로 작물들을 키워내고 있는 농장이다. 생산과정에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저탄소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팥은 붉은빛만 있는 줄 알았는데, 녹두같은 초록의 녹두팥, 시집가는 딸을 안쓰러워하며 함께 보낸 흰팥, 개골팥, 잿팥 등. 우리가 지금 잘 지켜내지 못하면 다시 만나지 못할 씨앗들. 소중한 우리 씨앗들이다. 

 

토종 종자를 지키고 살리는 것의 의미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식량자급률 48.9%, 사료를 포함한 수치인 곡물자급률은 23.4%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을 포함하여 23%정도이다. 콩을 제외한 잡곡류는 1%에 미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평균 자급률이 95%정도이고, 호주,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의 곡물자급률은 100%를 상회하고 있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곡물자급률은 식량안보, 식량주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역분쟁이나 식전쟁 발생 시 돈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정부는 2018~2022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55.4%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목표치 60%에 비해 낮은 설정으로 식량안보를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후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종자를 지키고 살리는 것은 힘겨운 일이지만, 종자 주권 및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교두보라 할 수 있겠다. 

 한국토종연구회에 의하면 토종이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 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하고 선발하여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토종 종자는 특정 지역에서 자연이나 인간에 의해 오랜 시간을 거쳐서 지역환경과 여건의 기반에 맞는 선택된 종자를 말한다.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종자는  ‘살아 숨 쉬며, 다음 세대로 재생산할 수 있는 유기체’라고 말한다. 

토종 종자의 멸종과 감소는 특정 종자에 대한 농민들의 종속 심화, 종자주권 상실로 이어진다. 지역농업의 다양성을 떨어뜨려 농업기반의 약화를 야기시키고, 수천 년 이상 내려오던 지역 종자들이 사라짐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토종 종자야말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종자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토종 종자가 멸종되고 감소한다는 것은 국가와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종 종자는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학술적·문화적·실용적 가치를 가진 자산이다. 토종 종자가 사라지는 것은 종자에 대한 지식·영농법·보관법·조리법 등도 사라짐을 뜻한다. 토종 종자로 생산된 식재료 공급이 중단되면, 지역민들이 즐겨먹던 추억의 음식들도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수백 년, 수천 년간 지역에서 내려오던 지역전통음식에 접근할 수 없고, 그 맛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다. 

토종 종자의 멸종과 감소는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 엄청난 자원 손실이고, 후세들이 쓸 자원이 줄어드는 일이다. 토종 종자를 지키고 살리는 것은 환경과 기후의 변화 속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농촌 현장에서는 토종 종자의 멸종과 감소는 심각하다. ‘농부는 죽어도 씨앗을 베고 죽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씨앗은 농민의 생명이었다. 현재 산업형 농업의 확산, 효율성 중시의 영농, 상품화된 씨앗의 재배확대 등으로 토종 종자는 더욱 빠르게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씨앗이 상품화 되면서 씨앗은 더 이상 농민의 것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생산품이 되어버렸다. 현재 3개의 다국적 종자회사가 인수·합병돼 세계 종자 시장의 71%를 지배하고 있고 종자의 품종과 가격을 독점하고 있다. 

한국도 IMF 때 몬산토(현재는 바이엘 이름으로 합병), 신젠타, 노바티스 등 다국적 회사가 우리의 종자회사를 인수한 상태이고, 이들의 다국적 회사가 한국 종자 시장의 70%를 점령했다. 비록 우리나라의 종자이지만 몬산토에서 판매하는 청양고추 씨앗에도 로열티를 내야만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토종 종자를 지키려는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 역시 토종 종자의 멸종과 감소에 대응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많은 토종 종자가 사라지고 있다.

 

▲     © 놀뫼신문

 

민·관이 더불어 우리 씨앗을 지키고 살려내야 할 때

 

우리의 토종씨앗, 종자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토종 종자가 갖는 의미와 현실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토종 종자의 멸종과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국가와 지자체는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토종 종자 보존활동에도 관심을 두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토종씨앗운동은 농업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의미 있는 재발견이기도 하다. 

이제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여성들은 대부분이 70대가 넘는 고령의 여성들이며, 미래에 이 할머니들이 안 계시면 씨앗도 사라져버리고 만다.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종자은행에 보관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토종씨앗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재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도시농부들이 텃밭을 통해 토종씨앗을 심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토종농사를 지원하고 토종작물을 소비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함께 해야만 토종씨앗살리기 운동은 가능하다. 

어쩌면 토종종자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종자를 심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 개발, 가공품을 생산해 내는 일은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는 일일 수도 있다. 세계화가 우리들의 삶 곳곳에까지 침투되어 오고 있는 현실에서 종속이 아닌 자립의 중요성을 각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등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원숭이 꽃신’의 짚신을 신고 오소리를 등에 업고 힘겹게 걸어가며 한탄을 하는 원숭이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내 힘으로, 내 힘으로’

 

▲ 김인원 (밥상살림 식생활센터장)     © 놀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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