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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세상이야기] 건강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 ‘다가서기’
기사입력  2019/06/12 [18:33]   놀뫼신문
▲ 노태영 라이프코치     ©놀뫼신문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만남이 기다려지고 실제 그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다. 관계를 오래 지속하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 게 행운이란 생각도 든다.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관계를 맺어왔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건강을 챙겨본다고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다니고 있는 한 요가센터에서 알게 된 K에 관한 이야기다.

나보다 한참 아래로 보이는 그녀는 초기에 친구와 함께 운동을 나왔다. 항상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네면서 깔깔거리는 그녀들의 모습에 ‘좋은 때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며 속으로 부러움을 삼키곤 했다.      

K는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넨다. 자신보다 연배가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가끔 회원들이 여담을 나누면, K는 그들 곁으로 다가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의 자세에 돌입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박장대소하며 흥겨운 반응을 보인다. 유쾌하고 발랄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어느 순간, 운동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     © 놀뫼신문

 

어느 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센터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언니, 같아가요”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니 K였다. 함께 오던 친구는 다른 운동으로 바꿔 타기 했다며 “언니 저랑 짝꿍 해요. 끝나고 밥도 먹고 차도 한잔하는 것 어때요?”라고 말했다. 조금 뜻밖이었지만 나는 기분 좋게 수락했다. 그러면서 나는 K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타지에서 온 탓에 논산을 잘 모르니 시간 되는대로 논산 투어를 하자고 말했다. 그 말에 나보다 K가 더 신나했다. 

그날 이후로 K와 함께 탑정호, 관촉사, 명재고택 등 대표적인 명소 공간부터 쌈밥, 생선구이, 닭갈비, 칼국수 등 현지인 강추 맛 집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K는 논산 토박이답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가이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었다.

걱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K는 유난히 애착이 심한 아들 녀석 때문에 몇 해 동안 마음고생이 좀 많았다. 여기에 낯가림도 심하다 보니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애를 먹었다. K 역시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만 했고, 결국 그녀 역시도 우울과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먼저 손을 내밀자.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아들을 데리고 또래 친구들과 그들의 부모를 만나 아들의 상황을 솔직히 얘기하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고, 함께 모임도 하자는 제안을 했다. K의 용기 있는 행동에 그녀의 아들은 차츰차츰 좋아졌고, 그녀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 긍정의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은 주변 사람들 사이에 K와 그녀의 아들이 빠지면 앙금 없는 찐빵 같다는 얘기를 할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이 크다고 한다. 물론 부모로서 어린 자식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K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몰랐던 논산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그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K 특유의 가감 없는 리액션 덕분에 나의 입꼬리는 처질 줄을 몰랐다. 그래서 K에게 별칭을 하나 붙여주었다. ‘동안 리액션의 달인’이라고. 필러, 보톡스 등 의학의 힘을 필요로 하는 우리 나이에 돈 들이지 않고 동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니 밥을 사도 내가 더 많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식으로 고맙다는 나의 인사에 K는 “언니, 저 언니한테 논산의 이곳저곳 알려주려다가 제가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사실 없던 애향심도 생겨난 것 같고요. 언니 너무 고마워요. 언니 덕분이에요.” 어쩜 이렇게 멋진 말을. 

지금은 K의 시댁에 일이 있어 투어는 당분간 휴업 상태다. 더 나은 모습으로 개점을 약속한 K는 휴업 중에도 논산의 크고 작은 행사 정보를 문자로 전송해 온다. 물론 애정 어린 안부 전화도 잊지 않는다.

‘좋은 관계가 좋은 삶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 하버드 연구진이 75년간 연구,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관계이다. 은퇴 후 가장 행복했던 사람들은 직장 동료와 친구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던 사람들이다’라는 결과가 있다. 

물론 K처럼 좋은 사람이 먼저 다가올 수도 있지만, 내가 좋은 사람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 이것이 새내기 논산인이 된 나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두고, 경청하며 호감을 보이는 태도. K가 내게 보여준 그런 모습으로 나도 다시 관계 라인을 리셋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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