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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무문은 과연 신사(도리이)를 베꼈나?
기사입력  2019/03/12 [15:48]   놀뫼신문

 

KBS 1라디오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란 프로가 있다. 본인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기자들이 내놓는 찌질한 변명과 반성의 시간이다. 댓글은 본인기사에만 달리는 게 아니다. 요즘 세상은 댓글부대도 존재하지만 무수한 정치인, 유명인들의 SNS 글을 수시로 읽어내야 하는 기자도 따로 존재한다. 미국엔 트럼프의 트위트 정치가 있다면 한국은 홍준표의 페이스북 정치가 있다. 시류를 따라 홍카콜라 유튜버로 갈아탔지만, 요즘 기자들은 현장 외에도 숱한 SNS와 유튜브 서핑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연무문이 신사의 문과 흡사하다”

 

논산에서 요즘 핫(hot)한 SNS는 전낙운 전도의원의 페북이다. 2월 20일자 “하늘 천(天)자를 형상화한 신사의 문 ‘도리이’를 국군장병의 요람인 육군훈련소 정문으로 세워놓은 어리석음을 깨치고 이번 3·1절 10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철거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는 게 첫 포문이다. 제2탄은 3월 5일 “육군훈련소가 왜색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문(연무문)을 철거하고 새로운 정문을 세우는 것으로 답변을 해왔다”로 시작된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환영을 표하는 댓글들이 연일 쇄도중이다. 첫 글은 좋아요가 210개에다가 댓글이 79개 달렸다. 두 번째는 258명이 좋아요 누르며 환호하는 가운데 151개의 댓글이 주렁주렁인 상황이다. 둘 다 합쳐보면 좋아요 468, 댓글 230이니 논산지역 페북의 통상 반응에 비추어보건대 이 정도면 가히 지각변동급이다. 

첫 번째 댓글 대부분은 예리한 지적에 감사함 표시와 동시에 그 동안 무심하였던 본인의 무지를 탓하는 글 일색이었다. 두 번째는 민원인의 수고를 치하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잔치집 분위기였다. 기자 역시, 일제잔재가 백주천하에 버젓하다는 사실 적시(摘示)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일을 공론화하여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사명감이 들었고, 지금도 그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눈은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기에, 팩트체크도 동시에 들어갔다. 우선 어색한 게, 연무문의 건립연대이다. 일제때 건립된 게 아닐진대 갑자기 신사참배 시비로 왜 휘말리는 것일까? 그런데 해방후 건립되었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데로 생각이 뻗쳐나갔다. 어쨌거나, 연무문을 일본의 신사 아류로 볼 것인가?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동일시(同一視) 여부이다. 외관상 문제제기자의 지적은 설득력이 강해 보이나, 결정적인 단서가 제공되지 않아서인지 2%는 긴가민가였다. 

 

검토 단계냐? 개축 확정이냐?

 

두 번째 사항은, 연무대측의 회신 내용 체크이다. 훈련소 공보장교에게 “<민원인 결론 = 정문을 새로 짓기로 했다> vs. <연무대측 답변 = 검토해보겠다> 이 둘 중 어느 게 정확”한지 구체적 질문을 던졌다. “회신 : 육군훈련소에서는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 의견수렴, 지역민 의견 등을 수렴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임을 말씀드립니다.” 논산 페이스북 축제 분위기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내용이다. 현재로서는 검토단계인바, 선 고증, 후 그에 따른 결정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 수준의 답변이다. 

이러는 도중, 수백 개의 댓글 중 돌출발언 하나가 등장하였다. “아니, 저게 기와집을 모티브로 한 건지 일본 신사를 모티브로 한 건지 파악도 안하고 외형상 비슷해 보인다고 때려부수고 짓는 건 또 뭔 뻘짓? 저거 1954년도에 만들어져서 반일감정 심할 때 만든 건데, 무슨 근거로 일본 신사꺼 베껴왔다고 하는 건지 참... 젊은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걸 참 나라돈 써가며 열심히 때려부수고 짓고 세금낭비에 향연~~” 이에 대한 전 도의원의 신상발언 = “제가 70년대와 그 후 두 차례에 걸쳐 그 정문으로 6년간 출퇴근한 사람인데~ 그것을 허투루 판단해서 제안을 했겠습니까?” 김태희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댓글의 재반론 = “.....기와집도 하늘천(天)자입니다만?” 이 단독 댓글 요지는, 검증부터 확실히 하고 보자는 것이다. 

 

시청이나 시민단체가 나섬으로써

 

이 논쟁은 갈길이 요원해 보인다. 부대역사기록집을 살펴보면 증축 당시 훈련소장이 누구이고 개략적인 축조내역은 알 수 있겠지만, 일반인은 열람이 안 되는 사항이다. 육군훈련소 민원담당관에게 일개 민간인이 접근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안은 이제라도 시에서 나서주어야 할 성격의 일이다.  

고증위원회가 열리고 하여서 결론이 일본 베낀 것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가도가도 황톳길 같다. 황국신민(皇國臣民) 교육의 정신적 몸통인 ‘국민학교(國民學校)’를 일제는 패전 후 바로 바꾸었지만, 우리나라는 이 개명에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자는 ‘국민학교라는 이름 바꾸자는 모임’에 깊숙 관여한 적이 있다. 법제화가 코 앞에 다가오자 “그 제안은 내가 먼저 했노라”며 들불처럼 일어나는 사람들, 특히 내로라하는 지성인들을 목도하여야만 했다. 연무문에 대한 의혹은 그 동안에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사안이다. 판명이 재건설쪽으로 나면 연공서열 다툼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개인 차원의 일이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정작 넘어야 할 벽은 요지부동, 복지부동의 현실이다. 온 몸 던져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면 일제가 물러나리라 기대했지만, 독립까지는 몇 십 년 걸렸다. 해방후 친일파는 순식간에 싹쓰리되는 듯했지만, 친일파 당사자와 후손들은 오늘날까지도 국회의원이 되어서 기세등등이다. 인근 부여 박물관이 왜색 건물이라고 매스콤에서 그토록 난리 쳤건만, 인근 백마강물만 변하며 흐를 뿐이다. 국회에서 장관들의 답변 ‘검토’는 ‘No’의 동의어에 다름 아니다. 이런 현실의 격랑 속에서 본다면, 논산의 페이스북 정치는 샴페인을 지나치게 일찍 터뜨리는 감이다. 

화랑관창 같은 단기필마의 전공(戰功)이 때로는 빛나지만, 공적인 일은 공적으로 접근하고 추진하는 게 모양새부터 빛난다. 그게 순리요, 가성비도 훨 높다. 그러니 ① 논산시 혹은 시민단체가 나서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 ② 일본디자인 베낀 것으로 판명날 경우, 민관군이 한데 머리를 모은다. 돈이 들더라도, 우리 육군의 등용문을 일본문양 그대로 놔두자 할 사람은 나서지 않을 거이니......

 

이진영 놀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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