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 발행인
대한민국 인구는 작년 말 기준, 5164만 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은 73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9%를 차지하고 있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을 고령인구로 잡고, 그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그리고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새천년 들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논산시의 경우에는 작년 말 기준으로 124,298명의 논산시민 중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29,161명으로 23.4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논산시민 네 명 중에서 한 명은 노인으로, 논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논산시는 『100세행복과』라는 노인 전담부서를 만들어 동고동락(同苦同樂) 등 노인들을 위한 시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 충남도의 ‘행복경로당 사업’이 일몰되어 15개 행복경로당의 식사비 및 일자리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황명선 시장은 자체 추경예산 3억 원을 세워서라도 3월부터 행복경로당 사업을 재개하도록, 노인정책에 대한 줄기차고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노인의 사회적 역할
한국은 2017년 합계출산율이 1.06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2100년에 한국 인구가 37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기정사실시 되고 있다. 이제 필연적으로 노인의 시대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만큼 살아남은 노인네들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얼굴의 주름은 보톡스, 필러로 감출 수 있다 해도 정신의 주름은 감추기 힘들다. 타인에게만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늙음은 언젠가 어느 누구에나 찾아오게 돼 있다. 기실 늙는다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자연의 법칙이요 순리이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이 가니 늙는다고 믿는 ‘노인’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가꾸고 남을 배려하는 존경받는 ‘어르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노인(老人)’은 살아온 관성의 영향으로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에 얽매여 스스로를 내세우고 군림해서 지배하려고 한다. 한편 ‘어르신’은 자신의 생각보다 남을 배려하고 감싸안고 나누는 후덕함으로 주위의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다. 거친 세파를 이겨온 지혜와 경륜이 축적되어, 필요할 때 현명한 길잡이로 나서서 우리 사회에 귀중한 충고와 채찍이 되고 있다.
따라서 어르신이 노인은 될 수 있으나, 노인이라고 해서 다 어르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노인회 지회로서의 품격
대한노인회는 1969년 노인 복지증진과 노인 권익신장을 목적으로 설립된 이후 6만5천여 개의 경로당과 18개의 해외지회를 둔 대한민국 대표 노인단체이다.
논산시에도 지회를 비롯하여 15개의 분회와 515개의 경로당이 운영중이다. 이들 경로당의 운영을 위해 매년 10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데, 논산시에서 가장 큰 사회단체이다. 작년 3월 노인회장 선거에서 임장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접받는 노인이 아니라, 대접하는 노인이 되겠다』는 슬로건을 내밀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임장식호’ 논산노인회는 순항중인가? 1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선 소통의 부재와 단절이 가장 크게 표출되고 있다. 임회장의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수직적 문화가 노인회 조직과 상충되며, 이제부터라도 민주적 리더십, 하의상달식 의사결정 등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시 담당부서 공무원에게는 물론 시의원에게도 일방적인 업무 요구가 빈발하는데, 거의 갑질 수준이라는 평이다. 내부 분위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만 해도 그렇다. 본인 식구인 논산노인회지회 직원들에게 독단적이며 일방적인 업무지시로 각종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주고 있는바, 특히 인사권을 빌미로 한 갑질은 중식 후 음주를 곁들이면서 일부일 증폭 일로이다. 주벽으로 인한 소동이 담을 넘을 때도 있다. 지난 1월 7일의 경우, 음주를 곁들인 점심식사 후 시장실을 찾아가 난동 수준의 면담을 강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어르신’이라기보다 ‘노인’으로서의 행태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노인회 지회장은 비상근으로서 명예직이다. 현재 매달 경로당에서 지회로 올려보내는 회비는 월 1만원으로 총 515만원 선이다. 이 중에서 매달 195만원이 지회장 업무추진비로 고정 지출되고 있다. 여기에 1년에 2번 명절휴가비가 150만원씩 지급되고 있어, 이쯤에서 ‘대접하겠다’는 슬로건의 주어가 어떻게 뒤바뀌어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인의 삶? 어르신의 삶?
우리가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하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개개인의 생각과 이해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생각과 이해가 충돌하게 되면, 서로 양보하며 타협해야 한다. 그 타협의 과정에서는 일방(一方)은 통하지 않는다. 격동의 세월 동안 쌓아 올린 지혜와 경륜이 자랑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보를 전제로 했을 때에만 빛이 나는 법이다.
지역에서 제일 큰 어르신으로 추앙받아야 할 노인회장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논산시지회 회장님은 상대방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꾸자꾸 장벽만 쌓고 있다. 경직된 사회에 필요한 원기소는 단절된 벽이 아니라 이어주은 다리이다.
기자는 질문하는 게 직업 자체이기도 하다. “다스는 누구의 것 입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함으로써 올바른 방향이 제시되고 난제를 풀 새로은 패러다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의 질문은 권리가 아닌, 의무이다. 그 질문에 어떤 억압이나 불이익이 가해지더라도 응당 해야만 하는 질문은 던져야만 한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임장식 지회장님에게 드릴 질문은 하나뿐이다.
“회장님, 노인으로 사실 겁니까? 어르신으로 사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