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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부르면 알차지는 애국가 이야기
기사입력  2019/01/15 [14:30]   놀뫼신문

1. 다소 젊어진 애국가 ‘새음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한달 전인 구랍 17일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애국가 음원에 대한 저작권 기증식’을 열었다. 애국가가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엄숙하지만 다소 무거웠던 애국가 연주가 경쾌하고 친근해진 정도이다.  이번 녹음한 애국가는 전주와 간주 부분에 관악기의 연주가 두드러지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현대적인 느낌을 살려 연주됐다.

국민에게 가장 익숙한 애국가 음원은 1995년 KBS교향악단이 제작한 버전이다. 새롭게 녹음된 애국가 버전은 서울시향과 서울시합창단이 녹음했다.  부산시향 상임지휘자인 최수열과 지휘자 차웅이 각각 오케스트라와 합창 지휘를 맡았고 편곡은 박인영 음악감독이 담당했다. 최 지휘자는 제작영상을 통해 “예전 애국가가 딱딱한 제복을 입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좀더 편안해진 정장을 입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저작권위원회는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의 유족으로부터 2005년에 기증받은 애국가 악보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그건 악보까지였다. 애국가 저작권은 멜로디와 가사일 뿐 특정 음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은 1995년에 이어 2010년 KBS 교향악단이 배포한 버전이 쓰였다. 그러다가 이제부터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음원이 출시된 것이다. 새로 녹음된 애국가 연주와 합창은 저작권위원회 홈페이지 공유마당(https://gongu.copyright.or.kr)에서 다운받아 공식행사뿐 아니라 상업용으로도 쓸 수 있다.

 

2. 헛갈리는 애국가 가사 몇 

 

애국가 가사 중에는 발음이나 의미상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적확한 의미가 전달되기 어려운 단어가 몇 있다. 우선 2절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여기 남산은 서울 남산이 아니다. 어느 고장이나 ‘남산’이 있다. 논산 은진면에도 남산리가 있고, 공주 탄천에도, 천안에도 남산이 있다. 남(南)으로 인식하기 십상이지만, 원래 ‘남’은 ‘앞 남’이다. 즉 ‘남산’은 ‘앞산, 앞에 있는 산’이다. 마찬가지로 ‘북’도 북(北)이 아니라 ‘뒤 북’이었다고 한다. ‘북망산’ 간다는 것은 ‘뒷산’ 묘지를 가리킨다.

[바람 서리] 얼핏 잘못 들으면 바람 ‘소리’(풍성 風聲)로도 들린다. 정확한 발음은 바람 ‘서리’이다. 바람과 서리가 합쳐진 ‘바람서리’는 “폭풍우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피해”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한자로 바꿔 풍상(風霜)이라 할 때는 “많이 겪은 세상의 어려움과 고생”의 비유이다. 한 가지 더,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여기서 주어는 풍상이나 불변이라기보다, 기상으로 봐야 할 거 같다. → 우리 기상은 바람서리(에도) 불변하다“

[공활한데.... 광활?] 3절 시작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여기 나오는 단어 공활(空豁)은 사어 같지만, 애국가에 등극해 있으니 여전한 생명력이다. ‘막힌 데가 없이 트이고 넓다’는 의미의 ‘광활(廣闊)’로 바꾸어 쓰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한자이다. 생기가 있고 힘찬 활발(活發)이나, 큰 걸음으로 당당히 걷는 활보(闊步)의 ‘활’은 여기 공활의 ‘활’과 다른 글자이다.

활(豁)의 의미는  “활달하다, 열리다, 통하다, 크다”이다.  활달(豁達)은 사람의 도량이 넓고 클 때에 쓰니까, 일상에서 쓰기는 쓰인다. 활(豁)은 꽉 막힌 계곡(谷)을 잘라낸다[害]는 말이다. 해(害)자의 금문을 보면 입에 튀어나온 혀(舌)를 어떤 도구를 가지고 자르는 모양이다. 그래서 “뚫린 골짜기” 또는 “소통하다, 깨닫다, 넓다, 비다”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3. 끊이지 않는 애국가, 군가 시비

 

우리 나라 처음 애국가는 로버트 번스 작사/ 윌리엄 쉴드 작곡인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Style)에 가락을 붙여서 불렀다. 작년도 11월 8일 선샤인스튜디오 개막식 식전행사에서는 올드 랭 사인 곡으로 하여 다 함께 열창하였다. 공식행사가 시작되었을 때 다시 등장한 애국가는, 가수 나오미의 애끓는 독창으로 당시 의병들의 투혼을 되살려주었는 분위기였는데, 애국가도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올드 랭 사인을 대신할 새 곡의 필요를 느낀 안익태는, 1935년 11월 사 장조로 된 새 가락을 작곡했다. 애국가를 윤치호가 짓고 안익태가 작곡한 것에 대해서, 상해임정에서는 두 사람 다 친일 경력이 있어서 채택에 논란이 일었다. 이때 김구는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한 동지에게 “우리가 3·1 운동을 태극기와 애국가로 했는데 누가 지었는가가 왜 문제인가”, “작사ㆍ작곡가의 성향보다 애국가 안에 담긴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하며 국가(國歌)로 의결시킨다. 1940년 12월 20일이다.

백범 김구는 대한독립의 영원한 문지기이자 대부이지만 이 점에서만은 큰 흠집으로 남았고, 그리하여 애국가의 친일시비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씨이다. 친일파 시비는 “선구자”에 이어 국군의 공식 군가로 번지고 있다.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대표적으로 부르는 군가 ‘육군가’는 1951년 김동진이 작곡한 곡이다. 김동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공식 등재된 대표적인 친일음악가이다.

국방부 『군가총록집』에 수록된 군가 298곡 중 35곡이 친일파로 분류된 작곡가가 만든 군가이다. 일제의 징용, 징병을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작곡한 친일음악가 이흥렬과 김성태 작곡도 다수 포함돼 있다. 반면 ‘항일음악’이나 독립군 노래는 단 하나도 없다가 그나마 ‘독립 군가’ 1곡이 군가수첩에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다시 애국가로 돌아와 볼 때, 그 시빗거리는 안팎으로 이어진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 가사에서 신(神)의 호칭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에서부터...... 최근 남북공동행사에서 태극기나 애국가 증발 시비에 이르기까지 애국가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3·1운동 100주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애국(愛國)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며 쉬쉬 진행해오던 논의가 이제라도 100분 토론 등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할 때이다. 시대가 부른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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