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계룡에 위치하고 있는 12개의 농·축협과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오는 3월 13일(수) 동시에 실시된다.
지역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지역경제 수장을 뽑는 조합장선거가 2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으나, 대체 누가 나오는지?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한마디로 깜깜 선거가 되고 있다.
조합장은 지난 1988년부터 선거로 선출하기 시작하여 2005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선관위에서 조합장 선거를 관장하고 있다. 그런데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조합장선거가 각각 일정에 따라 진행하다 보니 후보자 매수, 금품수수, 흑색선전 등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10년 후인 2015년부터는 농협, 축협, 수협, 산림조합의 조합장선거를 전국 동시에 실시하였다. 이러한 동시선거 덕분에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전국적으로 농협 개혁과 운영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기회가 생겨나면서, 돈 선거 견제, 공약 감시 등으로 불법부정행위가 상당부분 감소하였다.
이런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81.7%이라는 높은 투표율과 46.6% 절반가량의 조합장을 교체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과거 10년간 위법행위 평균조치 1,421건에 비하여 상당수 줄어든 860건 위법행위에 의한 조치결과를 보여줬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선거규정
그동안 각종 조합장선거에서 돈선거 혼탁선거를 해 왔으니까, 이제부터 선관위에서 관리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선거규정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선거에 출마한 조합장 후보나, 조합장 선출하는 조합원이나, 투표 당일 투표용지에 도장 찍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후보가 누군지조차 모를 만큼 깜깜이 선거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끝난 2015년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해양수산부는 이를 보완하는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조합원의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 신설 ▲후보자의 배후자 선거운동 허용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범위 확대 등이 주요 골자인데,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조합장선거는 조합원인 농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연대하여 현장에서부터 농협을 개혁하고 바꿀 수 있는 최적의 골든타임이다. 조합장 한 명만 바뀌어도 조합엔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는데, 단지 혼탁선거를 막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은 대체 누구 건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월말 기준 농협중앙회 및 자회사의 직원 숫자는 8만9천여 명이다. 1975년 2만2천명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농가호수는 1975년 237만호에서 2015년 108만호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협동조합의 주인인 농민들이 몰락해 가는 동안 농협의 임직원들은 그들의 잇속만 챙겨왔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역농협은 “조합원의 생산성을 높이며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고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협동조합(協同組合)이라는 말 그대로, 농민의 생산을 도우면서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아 주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농협의 작태는 어떠한가?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하면서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신용사업 돈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계룡시의 경우에는 계룡시 농협시지부 산하 협동조합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논산계룡농업협동조합의 금융지점만 4곳이 있을 뿐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조합원수는 계속 줄어드는 동안 준조합원수는 계속 증가하여 2017년 말 기준으로 조합원 221만명에 비해 준조합원 1735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준조합원이 조합원의 7~8배를 넘어서고 있는 기현상이다.
이에 따라 농협의 상호금융은 조합원의 이용 비중이 20~30%에 불과하며, 비영농인을 위한 신용사업만 영위하는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위상은 이미 상실한 지 오래다.
오늘의 농협이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인지, 임직원의 주식회사인지 조합원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농협은 누구의 것인가?
제2회 동시선거는 ‘주인’이 주체가 돼야
지역농협은 조합장의 개인 역량에 따라 조합 운영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조합장은 지역에서 농협을 대표하여 업무를 집행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이다. 또한 직원의 임면권과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만큼 조합 내에서 가장 막강하고 중요한 자리이다. 따라서 조합장을 제대로 뽑는 일이야말로 지역농협을 개혁하고 지역경제를 살려내는 출발선이다.
조합장선거를 동시선거로 하게 된 취지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 매수, 금품수수, 흑색선전 등 혼탁선거에 의한 불법적인 요소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게 주목적이었다. 돈을 살포하거나 흑색선전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막고, 입과 발은 풀어 몸으로 뛰게 하는 정책선거를 유도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부적인 제도 미비로 입과 발 대부분을 묶어 정책선거를 제약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또 돈과 거짓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특히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예비후보 제도 신설과 정책토론회 도입 두 가지는, 정책선거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이 안 되고 그저 14일 동안 어깨띠를 후보자 혼자 두르고 명함을 나눠주는 선거만 하라니, 정책선거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2015년 첫 동시선거는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였다. 이번선거도 그에 못지않을 깜깜이 선거가 예상된다. 지역농협의 개혁과 번영을 위해서는, 농협 조직내 의사결정이나 조직운영, 사업경영 등에서 조합원의 민주주의가 관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유능한 조합장이 선출되어야 한다.
무자격조합원은 물론 이미 농업에서 손을 뗀 영세고령조합원과 이질적인 조합원들이 하나의 조합에 뭉쳐 있는 현재의 상황은 농협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들을 차츰 해소해 나가자면 유능한 조합장의 선출이 선결과제이다.
이번에 치러지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농협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여 농협개혁의 출발선이 되어야겠다. 법적 제도는 미비되었지만, 조합원들이 두 눈 부릅뜸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의미있고 실속있는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