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 발행인
1961년 이희승 선생이 편집한 국어대사전(민중서관 발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말을 가장 질서있게 정리한 사전이다. 이 사전에는 '공해(公害)'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애당초 '공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흐른 지금은 생활 곳곳에 공해투성이다. 산업공해, 공장공해, 악취공해, 개발공해, 먼지공해 등 공해 천국 속에서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초미의 관심이다. 이런 물리적 환경의 공해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다름 아닌 “정치공해”이다.
'정치공해'는 입법·행정·사법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한다. 즉, 원자력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등의 방사능에 의한 수질오염 및 자연환경 파괴, 군사기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 및 진동, 원자폭탄 등의 실험에 따른 대기오염 등이 모두 '정치공해'에 해당한다.
또 장기집권을 위한 헌법이나 법령의 제정·개정,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치,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정부패, 민생을 외면하는 고비용 정치구조 등도 포함된다. 8·15 광복이후 제1공화국의 부정부패로부터 유신헌법제정, 민주화 인사 탄압,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무차별 학살 등이 정치공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숨쉬고 있는 “청정 논산·계룡”도 정치공해에서만큼은 예외 지역이 아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보았듯이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이 난무하여 백성현 논산시장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허위사실유포로 고발조치까지 당했다. 계룡시에서는 볼썽사나운 몇몇 정치인들이 시민운동이라는 미명 아래 이미 선거가 6개월 전에 끝났음에도 아직까지 악의적인 정치적 의도를 품고 최홍묵 시장 흠집내기와 명분없는 반대 투쟁을 일삼고 있다.
며칠 전 2019년 예산을 볼모로 삼으며 논산시의회 김진호 의장의 꼬일대로 꼬였던 갈지(之)자 행보도 기실 50보 100보이다. 의장과 의원간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보지 않고 수직적 상하관계로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오만으로, 김진호 의장의 제왕적 권위주의가 정점을 찍은 정치공해의 백미(白眉)였다.
그대들이여, 전투위치로!!
논산시와 계룡시 공무원 정기인사가 곧 발표된다. 공정한 승진은 조직의 사기관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이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관심이 매우 큰 사항이다. 항상 인사는 연공서열로 판단할지, 아니면 능력 중심으로 일신하는 쪽을 택할지의 분수령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진로방향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능력 있는 인재 기용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간 조직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에게 적절한 보상도 조직 전체의 건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행정조직이 시대상황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화하며, 진보적으로 행정 서비스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다 능력있는 인재의 등용을 바란다.
공직자의 직무에는 책임이 따르고 직위에는 권한이 따르게 되어 있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직위(職位)라는 외양보다는 직무의 본질을 지키며 국민들의 자유와 이익을 수호해 온 것은 사실이다. 와중에 민주주의로 포장하면서 자행하는 정치인들의 지배와 군림의 단면들을 그 동안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모든 정치인은 아니지만 대다수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았다 하면 지배를 위한 정치를 했고, 군림의 행정을 펼쳤다.
수년전 새로 부임하는 국방부장관이 취임사를 마치며 장병들에게 구호를 외쳤다. “제군들, 전투위치로!” 군인에게 전투위치라는 구호는 당연한 내용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진리라는 현실을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의 ‘헌법 제1조’도 정치 스모그 속에 매립되어 있다가 5개월간의 촛불투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꿈꾸는 공해 없는 세상, 유토피아는 낭만적 감상이나 환상이 아니다. 2019년 새해에도 시민 각자가 냉정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본인의 자리를 지킬 때 정치인들은 보는 눈이 있어서 더 이상 정치공해를 유발하지 못할 것이다. 한해도 열심히 살아온 그대들에게 “그대들이여, 전투 위치로!” 소리가 위로(慰勞)와 격려(激勵)로 제야의 종소리로 들리기를 바라는, 다시 못 올 2018 세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