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강경젓갈축제 나들이]
강경의 영화(榮華), 금강에서 되찾을 때
강경젓갈축제가 올 가을로 22번째 막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3년 연속 우수축제로 선정된 바 있는 젓갈축제는 시월 10~14일 닷새 동안 금강변을 들었다 놨다 했다.
장소는 작년 시내상권으로 파고들던 포진과는 달리 물로, 강으로 접근하였다. 주무대는 강경금강둔치에 두면서 옥녀봉으로 확대하는 대형을 취하였다. 이 일대에서 5개 분야 67개 프로그램 행사가 시공 점유하며 각자 나름의 나래들을 펼쳐나갔다. 저녁때 뚝방을 넘어오는 두 아줌마에게 어땠는지 말을 건넸다. “몽땅 재밌어요! 아침에 전주서 넘어왔는데 이제는 다 둘러보고 건너가려고요.”
금강특위 발족과 강경 뱃길
이번 축제가 널럴한 강변 평지인 금강둔치에서 열린 덕에 ‘만선배맞이’가 대표 행사로 가능했다(위 사진). 이 행사는 뱃놀이라기보다 풍물놀이하고 고사 지내는 일종의 풍어제였다. 이 외에도 강경포구 플래시몹, 포구서커스, 조랑말, 열차를 이용한 포구탐방 등 포구를 중심으로 한 강변놀이가 대거 등장하였다. 강경(江景) 이름 그대로, 강이 생명수인 도읍이 강경이다. 축제가 시작된 11일 충남도의회는 ‘충남도 금강권역의 친환경적 발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항시켰다. 금강특위 위원장으로는 논산 오인환 의원가 선임되었다.
금강 특위는 충남의 젖줄인 금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금강생활권 삶의 질 향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족됐다. 특히, 농업·공업용수로서는 곤란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금강 수계와 연결된 하천 오염 배출 실태를 파악, 개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향후 이 특위가 가동되면서 전개될 생활적, 생태적 유의미한 활동들은 기실 금강하구뚝 허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금강 특위도 가동했고, 그리하여 언젠가 바닷물이 다시 밀려오는 그날, 강경은....... 옛 영화를 회복하면서 부활할 것인가? 그렇게만 된다면 강경축제는 풍향계를 달아놓고 황포돛배에 올라서 강변이나 강복판으로 노를 저어가야 할 때이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천혜의 갈대밭 오솔길로도 사람을 끌어들여야 할 분기점이다.
대흥천 서편 썩은물, 강감찬 작전으로
논산천은, 강경에 다 와서는 강경천을 맞아들이자 마자 곧장 백마강, 아니 이름이 금강으로 복귀되는 금강물과 합수한다. 그러나 수로로 해서 배가 읍내 깊숙이 들어왔던 곳은 강경포구길 대흥천이다. 강경천이 내려오다가 어느틈인가 왼쪽 터진 데로 살짝 빠지는 지류가 대흥천이다. 대흥교~염천교~서창교를 지나 그 예전 강경 영화의 상징이었던 수문으로 해서 금강으로 직접 빠져나간다.
이탈한 샛강, 강경 읍내에 없어서는 안되는 꼭 필요한 개울이다. 문제는, 시내를 관통하는 이곳 수질이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는 현실이다. 3대축제라고 하여 기대에 차 강경을 찾은 이들의 눈과 코를 닫게 할 수도 있다. 그들의 지갑마저 닫아버릴 소지가 있다. 군산 금강하구언 뚝이 터져서 밀물과 썰물이 강경의 금강까지 출렁일 때 그 시간 맞춰 수문을 열어놓으면 자연정화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강경초입인 상강경교 수문을 닫아서 강경천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그 물로 대흥천을 확 쓸어버리게 하자>는 강감찬 식 발상이 축제때마다 대두되는 대안이다.
『소금』, 젓갈공장, 동네사람들
『소금』은 대체 어디에?
강경 포구 수문 위로 옥녀봉이다. 옥녀봉 아래쪽으로 국화판이 벌어져서, 스타벅스의 사이렌처럼 과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그에 앞서 행사장 초입 뚝방길은 온통 코스모스 지천이다. 여심(女心)만 뒤흔드는 게 아니다. 축제 끝나고도 남아 있을 꽃길은 여심보다 더한 매력이다. 그러나 이런 꽃길은 찾아보면 전국 도처이다. 젓갈축제를 다 둘러보아도 뭔지 허하다.
그래, 소금! 젓갈을 젓갈답게 해주는 소금이 빠져 있는 것이다. 젓갈축제가 염전축제는 아니지만, 젓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소금일진대.... 주인공이 빠진 연극 같다. 마침 연극 경연대회에서 소금장수가 등장하여 소금의 중요성을 외쳐댄다. 소금 빠진 젓갈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박범신이 고향 논산에게 헌정한『소금』의 실제 모델이 살던 집이 옥녀봉 위 북쪽으로 외따로 방치되어 있다시피다. 반면 국화밭이 널려 있는 남쪽으로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대자보 江景風文강경풍문이 집주인 행세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강경산 문화공간이 조성중인 상황이다. 미래사업과 역사문화개발팀이 추진중인 이 사업의 주 목적을 보면, 강경근대역사 문화 공간과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 및 내방객들에게 휴식, 체험 및 만남의 공간 제공한다는 취지다. 총 33억 규모의 공사이다. 지상 2층은 체험공방 5실, 지상 1층은 323㎡전시실, 지층은 북카페, 강연, 영상 등이 가능한 54석 규모의 다목적실로 설계가 되어 있다. 무엇이 전시될지는 아직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번 축제 역시 강경근대문화거리와의 연계성을 염두에 두었다. 간이열차도 동원하였다. 강경축제에서 좀더 천착하고 염두에 둘 연결고리는 소금이며, 소금은 소금이야기~ 강경상인들 애환~ 즉, 문학이다. 근대문화거리가 생명력을 뿜어내지 못하는 것은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영화세트장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강경을 강경으로 느끼게 하려면 리얼한 역사실화나 스토리가 실핏줄로 깔려야 한다. 그 역할을 멋들어지게 수행해주는 주역이 바로 구전 문학, 추억 어린 옛건물, 때묻은 소품들이다. 내년도 23회때는 새하얀 소금산과 박범신의 소금책이 축제장 한 켠이라도 점할 수 있을는지....
지속가능한 강경장 꿈꾸며
어느 중년이 휴지 꾸러미를 한아름 들고 행사장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상 받으신 건가요?”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아녀유! 돈주고 산거여유!” 축제장 초입부터 그랬다. 강경장날때처럼 거리 장터에는 푸드트럭 같은 게 즐비하고, 각설이패도 축제장과과 따로 논다. 자연발생 장터들이다. 축제장 내부도 20% 할인 젓갈골목이 주종을 이루는 거 같지만, 연산대장간, 강경부녀회 식당, 타지 농협차 등등 5일장을 방불케 한다. 젓갈을 가오마담으로 내세우면서 8도 산물이 죄 올라와서 온 고을 장터가 흥청거린다.
강경의 또다른 숙제가 수산물가공공장과 수산물유통센터이다. 수산물가공협회는 현재 34개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상인회업체가 85집인 것에 비하면 40% 정도인 셈. 작년 젓갈축제 폐회식때 김종민 의원이 무대에 올라가, “가공공장 추진이 잘 될 거”라면서 랑보로 전했다. 그러나 산양리 예정부지는 아직도 광활하기만 하다. 부지의 분할측량이 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표류하는 중이라고 한다. 통상 10~20%인 자부담비 비율이 30%를 웃도는 공사이다 보니, 지원을 받아도 고마움이 덜 느껴지는 모양새다. 최충식 위원장이 축제에 전념하는 동안 실무적으로 이 일을 앞장서 추진중인 홍동우 이사는 걱정이 산넘어 산이다. 축산과에서 추진중인 이 공사가 올해말까지 추진 안 될 경우부터 딜레마이고, 이제라도 토지문제가 잘 풀려 일사천리로 나가주다 해도, 향후 시설 운영비 등 협회 자체가 헤쳐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강경의 명성에 걸맞는 최첨단 시설의 위생적인 젓갈공장은 이 협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강경 전체의 이미지, 숱한 젓갈가게들의 매출과 직결될 수 있는, 공적인 과제로 다가온다.
내년도 23회 축제에서는 대한민국 3대축제답게 명실공히 테마에 충실하면서도 금강을 낀 강경논산 사람들끼리 한덩어리 합수가 되는 동네잔치판으로도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른, 아니 스무두살 잔치는 끝났지만 금강은 오늘도 흐른다~~ 옥녀봉을 품은 갱갱이사람들의 애환과 웃음에 귀 쫑긋하면서....
- 이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