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채운 벗들에승마장 송운영 원장
“시골아이라서 승마까지 즐겨요”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는 골프가, 2만불 시대에는 승마가, 3만불 시대에는 요트로 넘어간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승마의 저변을 늘리는 단계에 들어섰다.”라고 ‘벗들에 승마장’ 송운영 원장은 말한다. 채운면 야화리에 위치한 ‘벗들에 승마장’은 말 타는 공간, 말을 준비 운동시키는 공간, 마굿간(마방)과 말 아홉 마리가 있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생활체육으로서의 승마
9월 1일 토요일 10시쯤 ‘벗들에 승마장’에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은진초등학교 학생들이고 학교에서 신청을 받아서 여름방학부터 시작해서 개학 후에 주말마다 온다고 했다. 신나서 들뜨던 아이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말에 오르자 차분히 말을 몰았다.
휴게실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한 어머니와 얘기를 나눴다. 자녀가 학교를 통해 신청해서 승마를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공익’ 대상자는 100% 지원을 받고 일반 대상자는 비용의 30%와 보험료를 낸다고 한다(10번에 대략 10만원).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승마에 흠뻑 빠져 이것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아이가 굉장히 활동적인 아이였는데, 승마를 하면서 다소 침착해졌고 운동효과뿐만 아니라 자세교정, 정서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승마를 마친 아이들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휴게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재밌다,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계속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은진초등학교 아이들이 끝나고 황화초등학교 아이들 승마체험이 시작되었다.
승마장에 처음 오면 어떤 것을 할까
마침 오늘 처음 승마 수업을 받으러 온 반곡초등학교 1학년 나지원 어린이의 동선을 따라갔다. 말과 지원과의 교감을 위해 우선 말에게 먹이 주는 체험으로 시작했다. 주먹을 쥐고 먹이를 주면 앞니로 물릴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쫙 편 상태에서 손바닥에 먹이를 올려 말의 입 가까이에 가져다놔야 한다.
다음으로 안정수칙과 착용장비에 대해 설명했다. 낙마를 대비해서 머리와 몸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헬멧과 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챕은 부츠 대신 발목과 종아리를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다. 이때 챕을 고정시키는 밸크로나 지퍼는 반드시 바깥쪽에 위치하도록 신어야 한다. 불필요하게 말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말은 좁은 마방(마굿간)에서 나오면 날뛰기 때문에 조마(調馬, 준비운동)를 하면서 말의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말 앞에서 큰 행동을 해서는 안 되고 측면에서 접근하기, 방어자세로 뒷발치기하기 때문에 가급적 말의 뒤쪽으로 가서는 않기, 말을 칭찬할 때는 목덜미와 목과 앞다리 사이를 쓰다듬어 주기 등 다양한 말의 습성을 알려줬다.
지원이는 말을 조마시키는 곳에서 말을 끄는 연습을 했다. 이때 고삐 두 개를 한꺼번에 잡고 말에게 밟히지 않기 위해 말보다 한 발작 앞서 걸어야 한다. 말을 끌면서 자꾸 목소리를 들려줘서 음성에 익숙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하는 아이가 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따라하자 송 원장을 말에 오르고 내리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말 위에 올라탄 아이는 처음인데도 허리를 곧추세우고 송 원장이 끄는 말을 타고 몇 바퀴 돌았다. 잘 훈련된 말이고 전문가와 함께였지만, 이 모든 게 1시간 안에 진행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송운영 원장 인터뷰]
- 승마의 장점은 무엇인지요?
자신감이 생깁니다. 큰 동물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감이요. 자신감은 리더쉽으로 이어지죠. 물론 건강에도 좋지만 정신적으로 몰입할 수 있어 좋습니다.
- 처음 승마를 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거 같네요...
과체중으로 부정맥 진단을 받았는데 치료법은 운동밖에 없다는 의사소견을 받았어요. 다른 운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그 당시 은진에서 말을 탈 수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7개월을 꾸준히 탔고 85kg에서 67kg이 됐어요. 그러면서 건강이 매우 좋아져서 이후로 승마 마니아와 전도사가 됐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낙마의 위험인데요, 체험장에서는 낙마해도 크게 위험은 없지만 외승에서는 위험하다 할 겁니다.
- 이런 승마장을 차리자면 말 값도 고액였을 거 같은데요?
금전적인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했습니다. 처음 할 때는 말 값이 89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말 값이 많이 내려서 300만원 정도합니다. 승마경기에서 도태된 말들이 요즘 시중에 대량으로 나오거든요.
- 외승(外乘)은 어디서 할 수 있나요?
외승은 밖에서 타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 아스팔트로 갈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죠. 차뿐만 아니라 경적 때문에 더욱 위험해졌어요. 해변승마와 산악승마가 있는데 산악은 좀 더 위험해요. 갈 수 있는 곳은 서해안인데 관광객과 상인과 의견충돌이 있어 쉽지는 않은 현실입니다.
- 학생승마 프로그램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말사랑 육성법’으로 국가에서 승마장 허가를 권장했습니다. 농촌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승마장을 육성했지만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는 유지가 어렵다고 봐야죠. 나라에서 이것을 파악해서 어릴 때부터 시작하면 커가면서 승마인구가 점차 늘 거라는 판단 하에 학생승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학생승마 프로그램의 고충이 있나요?
어떤 지역은 학생승마가 내년에도 있을 것을 예상해서 학교 협조 하에 1~12월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논산시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면 그때서야 수익조사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하반기에 시작하게 됩니다. 1~12월 하는 사업과 6~11월 하는 사업은 승마장에 큰 차이가 있겠죠?ㅡ
-학생승마 프로그램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참가 학생의 수효를 근거로 시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노고를 알지만 학교에서 좀 더 학생들의 참여기회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초등학교에 비해 반월초등학교가 월등히 체험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교장선생님의 열의가 대단하십니다. 방학 때 승마수업마다 인솔교사를 배정하고 교장선생님도 매일 마지막 시간을 맡아 승마장에 와서 아이들을 격려하시더군요.
서울은 1월부터 시작하고 세종은 이것을 신청하려는 경쟁률이 100대 1까지 간다고 하대요. 욕심껏 얘기하자면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승마장의 수익 때문이라기보다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어서요.
-시민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승마가 예전에는 귀족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 등산, 마라톤, 축구처럼 과격한 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노후가 되면 관절로 고생을 많이 한다더군요. 그 사람들이 나중에 승마를 하는데, 여기도 그런 회원이 다수입니다.
승마는 말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있지만 몸에 무리가 없어요. 한 가지 흠이 낙마하면 다칠 수 있다는 점인데, 건강을 위해서 안전하게 타면 큰 걱정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승마인구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논산시에도 말 탈 수 있는 장소가 충분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생활체육도 있어서 승마에 그렇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압니다.
논산시에서 말을 탈 수 있는 곳은 하천부지 정도입니다. 그런데 동물이 들어가서 운동하면 배설물 때문에 오염이 된다고 하면서 기피하는데, 그런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우리가 10~20km 말마라톤에 참가하면, 그런 곳에다 승마장을 만들고... 철거할 때는 싹 치우는 식으로 합니다.
승마의 갈 길이 산너머산 멀어요. 어려워서 조금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대교다리 밑에서 말 타는 모습을 보면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 텐데 그런 부분이 참 아쉽네요.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하지만,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말 타는 사람을 봐야 저변확대가 되는데 조만간 그런 환경이 조성될 것을 기대해봅니다.
글 : 박용신 시민기자
사진 : 김선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