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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공간] 문화감동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무기
전영주 본지 발행인
기사입력  2017/09/17 [12:43]   놀뫼신문

   

논산시가 연타로 통큰 홈런을 친다. 9월 20일 김제동의 연무대 타운홀 미팅에 이어서, 22일에는 공설운동장에서 싸이쇼를 개최한다. 대도시에서도 만나기 쉽잖은 거물급 스타들이 대거 내려와, 논산 시민의날과 민족명절인 중추절 흥을 한껏 돋우려 황산벌에서 펼치는, 메가톤급 시민잔치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의 시각이 엇갈린다. 선심성 포퓰리즘이라 싸잡으면서, “싸이와 컬투 데려오는 데 3억원 이상이나 들었다, 뻑하면 연예인들 데려다 공연만 한다, 체육관에 사람들 모아놓고 선심성 정치쇼를 한다.....” 등등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내년도 지방선거 코앞에 둔 정치인들 눈이나 호시탐탐 약점을 잡으려는 언론인들에게 호재이다. 이러한 지적사항에 일리도 없지 않으며, 일단 목소리부터 키워 놓고 봐야 본인의 입지가 커지는 정치지형의 특성상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이런 논쟁의 관전 포인트는, 팩트에 이은 해석과 적용이라고 본다. 본지에서 확인해 본 결과, 싸이와 컬투가 2시간여 공연하는 데 2억5천만 원 상당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위 공연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이다. 문제는, 이 거액을 우리 논산시민들에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해석이다. 그 동안 논산시를 짓눌러오던 부채가 올 상반기에 청산되자 논산시는 대내외에 부채 제로의 해를 선포하였다. 그 동안 13만 논산 시민과 천여명의 공직자들이 피와 땀을 흘렸고, 올해에 이르러서야 그 빚잔치를 끝낸 것이다.

 

2억5천만원을 12만6천명 논산시민 숫자로 나누어 보니 1인당 2천원꼴이다. 이번 시민의날 논산시민들 밥상마다 2천원짜리 특별 메뉴가 올라가는 것이다. 입맛에 맞지 않다고 물리실 어르신이나 시민층이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골반찬이 많았지만, 대도시 사람들이나 맛보던 반찬도 이렇게 시식해봄으로써 가끔씩 편식을 지양해봄직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 대도시 고급 문화권에 진입하려면 십만 단위의 돈이 든다. 그런 문화의 장벽을, 내가 살고 있는 시에서 천 단위로 접근해준, 쾌거라면 통큰 쾌거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마지막 소원』에서 “우리의 부력(富力)은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설파하셨다. 오늘날 국제정세의 흐름을 보면, 복잡다단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국만의 이익 달성이 점차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중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우리 같은 약소국들을 이용하거나 조종하고 있다. 북한은 어떠한가? 내부의 모순 타개와 자체 생존 전략으로 핵과 미사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듯하다.

 

최신 무기나 경제력으로 맞서기에, 우리는 여전히 한 수 아래이다. 우리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있어야 한다. 핵배치, 싸드 같은 타국의 논리에서 답을 찾으면 값비쌀 뿐 아니라 갈등과 공멸의 길이다. 인류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지배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중국의 경우, 왕조가 그렇게 뒤바뀌면서도 간단없이 흘러온 주류는 무엇이었는가? 변방족의 무력 지배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빛나던 것이 한(漢) 문화였다. 그러한 중국대륙과 아시아 일대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 한류(韓流)이다. 싸이는, 아시아를 넘어 지구를 통채로 돌린 한류의 선봉장이다.

 

이웃과 친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축구 한 게임 뛰든지 꽹과리 한바탕 친 다음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밥 한 끼 먹으면 족하다. 문화의 힘은 그런 것이다. 경쟁국들을 우호적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은, 자신만의 문화능력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지도 모른다. 북한에 문화능력 없음은, 국민들 배도 채우지 못하는 데서 바닥이 드러났다. 국제적으로 볼 때 우리 역시 소득에 걸맞는 외교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다. 한류에 열광하는 아시아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에 관광 온 한국인들을 이제는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가?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던 습이 여실 드러나면서, 도덕이니 품격이니 하는 기대들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한국 문화 그 좋았던 이미지들이 풍비박산이다.

 

◾문화는 상호 소통이다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섬의 빌라그란데 마을은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유명하다. 100세 이상 남녀 비율이 1:1에 가깝게 남자 장수율까지도 높아서 특별 연구지역이다. 이곳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고, 자연 풍광이 빼어나거나, 건물이 멋지거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도 아니다. 집들이 빽빽 들어서 있고 골목과 거리가 서로 엉켜 있어 매우 조밀하다. 그렇다면 대체 뭐가 좋아서일까? 마을 곳곳엔 성당, 광장, 쉼터 등 사람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밝힌 이 마을 장수비결은 ‘사회적 교류’였다. 연구 결과, 맑은 공기, 고혈압, 운동, 체중, 금연, 금주 여부가 장수의 최고 변수가 아니었다. 장수의 최고 요소는 두 가지였다. 첫째 사회적 통합의 정도, 두번째 개인적인 친밀한 관계 구성이다. 가령 어느 이웃이 갑자기 아플 때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 급한 일이 있을 때 기꺼이 함께 있어 주거나 부탁할 분위기요 이웃 관계라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공동체 정신에 맥 닿아 있는 논산시의 ‘동고동락(同苦同樂)’과 ‘타운홀 미팅’이 장수사회의 기본 프레임이라는 점은, 브리검 영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으로 사례 입증된 바가 있다.

 

바야흐로 논산도 정치의 계절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상대 후보가 실족해 낙상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SNS에 편승하여 편향적이거나 독단적인 시각을 필터링없이 노정하거나 증폭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쓴다고 해서 다 스마트한 건 아니다. 시민들은 축축한 손에 악수하고 싶지 않다. 잘하는 것은 잘했다고 하는 사람이 반갑다. 잘해온 일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폄하거나 부풀리는 궤변에는 오히려 짜증이 난다. 싸이같은 경쾌함과 유쾌· 상쾌· 통쾌를 원한다. 문화시민은 애정어린 눈빛과 따뜻한 가슴, 통큰 이야기 들을 원한다. 혀가 맛에 정직하듯, 예민한 우리 문화 감동의 촉수도 거짓쪽으로 더듬이질하지 않기에 말이다.

 

전영주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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