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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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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살어리랏다] 살맛, 죽을 맛
권선옥 시인
기사입력  2017/09/05 [14:50]   놀뫼신문
▲ 권선옥 시인     © 놀뫼신문

 

여름 동안 지독한 더위 때문에 고생했다. 그러나 비가 자주 와서 곡식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다. 지독한 더위에 가뭄이 겹치면 아침부터 식물들이 축 늘어진다. 그것들을 보는 나도 힘이 빠져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팔월이 되어서도 지루하게 비가 계속 내렸다. 비가 오다 그치면 여지없이 폭염, 이른 아침부터 에어컨에 의지하여 하루를 보냈다.


풀을 매고 돌아앉으면 어느새 또 풀이 났다. 특히나 장마 기간에는 풀을 맬 시간이 적어서 풀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기고만장이다. 입추가 되고, 처서가 지나자 더위는 꺾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 여름내 지독하게 기승을 부리던 잡초도 기세가 꺾였다. 텃밭에 무성하던 잡초를 매고 나니, 한여름처럼 풀이 나지 않는다. 밭고랑이 깨끗해졌다. 잘 씻은 아이 얼굴마냥 말쑥하다.

 

● 세상이 죽을 맛일 때가 있어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같은 자세로 한참을 지나고 나면 몸이 굳는다. 젊어서는 이렇게 몸이 굳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가 많이 상했다. 몇 개를 때우고, 씌우고 하였다. 얼마 전부터는 아예 이를 뽑고 새로 이를 해 넣는 임플란트를 하여야 했다. 소문보다 그 과정이 길고 지루하지는 않았다. 치과 의사가 친절했기 때문이다. 어찌나 친절한지 치과에 가는 날이 싫은 것이 아니라 외려 기다려질 정도였다. 그들은 정말 정성을 다했다. 그리고 늘 상냥했다.


올해 법에 의해 노인으로 인정받는 만 65세가 되었다. 임플란트 가격도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또 이를 뽑았다. 그런데 이를 뽑고 나자 몸살기운이 있어 온몸이 오그라붙었다. 그냥 넘어갈 것 같진 않아 약을 먹었다. 그러다가 텃밭에 나갔다. 단감이 주렁주렁 열어 가지가 늘어졌기에 그것을 묶어 주려다가 쐐기에 쏘였다. 쏘이자마자 벌겋게 부어오르며 화끈거렸다. 나는 유독 해충의 독에 약하다. 아뿔싸, 이를 어쩌나. 해독제를 바르고 발라도 부기가 갈앉지 않고 가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득이 해독제를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먹는 약이 치과 처방약에 감기약, 그리고 해독제까지 세 가지가 되었다. 설상가상이라더니 눈 온 데에 서리 내리고, 그 위에 꽁꽁 얼어붙으라고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가 끝이 아니었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소화가 되지 않았다. 세 가지 약이 모자라 또 소화제를 먹는 꼴이 되었다. 약이 네 가지가 되었다. 이 여러 가지 약을 한 번에 먹을 수가 없으니 이리저리 시간차를 두고 네 가지를 먹어야 했다. 몸은 천근만근, 누워서 약만 먹는 가련한 꼴이 되었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 살맛나는 일도 생기기 마련


그런 지경인데도 미룰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이웃 도시의 문화원에서 하는 문예강좌에 출강하기로 약정이 되어 있었다. 이런 몸으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강의를 처음 시작하는 날이라서 휴강을 할 수도 없고, 누구로 대신할 수도 없었다. 최대한 몸을 회복하고 강의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비장한(?) 각오를 했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는 그 곳 문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분은 최근에 수필집을 낸 분이라서 내가 축하하는 의미에서 대접을 하여야 할 관계이다. 그러나 몸이 무거워서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그래 내 몸을 더 혹사해 보자, 하는 생각에서 그러마고 약속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로 갔다. 전화를 한 분만이 아니라 평소 가까이 지내던 몇 분이 함께 나왔다. 그들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했다. 무거웠던 몸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식사 후에 강의를 하러 갔다. 처음 만나는 수강생들과 대면하면서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진지하게 내 강의에 열중하는 수강생들은 내 몸에 힘을 보태 주었다. 재미있게 두 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강의를 끝내고 나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몸이 가벼웠다. 나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는 호의와 수강생들의 호응이 나에게 <살맛>이 나게 한 것이다.


죽을 맛이었던 나는 다정한 사람들로 하여 살맛을 얻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정말 첩첩산중일 때가 있다. 그러나 힘을 잃지 않고 갈 길을 가면 험한 골짜기를 벗어날 수 있다. 세상의 부귀영화도 지나갈 것이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궁핍과 고통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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