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찬원
출판 : 고려원북스
예고 없이 취소된 소개팅만큼 당황스럽고 억울한 일은 인생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흡사 봄이 찾아온 것 같이 룰루랄라 들뜬 마음이 느닷없이 혹한의 겨울 속으로 내동댕이쳐진 느낌이랄까? 여하튼 그건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 중의 하나이다. 불행히도 난 그걸 경험했다. 애꿎은 주선자를 붙들고 성을 내며 연유를 캐물은 즉, 상대방이 나를 봤다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얼굴사진을 봤다는 것이다. 연이어 드는 의문은 도대체 어디서 내 사진을 봤을까 였다. 평소 개인정보를 중히 여겨 웹상에 함부로 사진을 올리지 않는 나였다. 사실 내 얼굴사진이 타인의 품평거리가 되는 게 싫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내 얼굴사진을 보게 된 것일까? 알고 보니 직장의 홈페이지에 직원소개란에 걸려 있던 사진을 보게 된 것이었다. ‘아뿔사!’ 무릎을 탁 쳤다.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바로 문제의 사진을 내렸다. (그 후론 갑자기 취소되는 소개팅은 없었다.)
사진은 중요하다. 나의 경우처럼 한사람의 운명(?)이 한 장의 사진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득 근사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잘 찍었다’라는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일어 사진 관련 도서를 알아보던 차, 그런 나를 혼내는 듯한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라는 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예쁜 여학생을 보러 교회에 갔다가 목사님의 ‘순수한 마음으로 교회에 다녀야 합니다.’라는 설교에 뜨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책의 저자인 박찬원은 대표이사, 상임이사, 사장, 석좌 초빙 교수 등 예술가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미뤄왔던 가슴 설렘을 좇아 사진에 대한 만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과정의 결과물로서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본서는 사진을 찍는 기술에 국한된 책이 아니고, 사진을 대하는, 즉 찍고 감상하는 법에 대한 책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사진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일독할 것을 권한다. 저자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깨달은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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