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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덕 교과서
문희봉 시인, 평론가 · 전 대전문인협회장
기사입력  2016/04/13 [15:46]   놀뫼신문

  

우리 사회는 유년의 인구보다 노년의 인구가 많아지는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출산율이 저하하는 데다가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이지만 청소년들은 나에게 도움을 줄 만한 어른들이 많겠구나.”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삼인행(三人行)에 필유아사(必有我師)’라는 말은 이제 고궁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말이 돼 버렸는가. 아무리 위를 바라보아도 본받을 만한 어른들이 적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왜 이런 청소년들이 생겨났는가? 어른은 도덕교과서라는 말이 있다. 어른들은 모든 면에서 청소년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데 어른들의 행동거지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게 행동하면 존경 받을 수가 없다. 존경과 사랑이 사라진 사회는 암담할 뿐이다.

 

몇 년마다 반복되는 선거, 그 때마다 자천 타천으로 입후보한 사람들 중에서 새로운 선량들이 많이 생겨난다. 대선도 치루고 총선도 치룬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당선된 사람들은 유권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당선되기 전과 당선된 후의 행동이 다르다면 유권자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게 된다. 강한 장수 밑에 약졸이 없는 법이다.

 

어느 신문사에서는 선거 출마자들의 유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그게 그 사람들의 얼굴 모습을 전부 찍어 보여준 것이 아니고, 입 모양만을 클로즈업 시켜 보여주었다. 진실이 담긴 말을 하는 사람의 입 모양과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비교해 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의 입 모양이 정상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주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국민의 대변자로서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향상시킬 의무가 있는 의원들이 원인이야 어찌됐건 국회의사당 출입문을 해머로 부수고 전기톱으로 자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화로 풀어야 할 사안인데 무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 사건은 내 자녀, 내 제자들에게 창피함을 넘어 국제적인 망신거리였다. 미개한 나라, 의회의 모습이라 그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생활 향상에 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신부와 국회의원이 한강물에 빠졌단다. 누굴 먼저 구조해야 되겠느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누굴 먼저 구조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둘을 같이 구조해야 마땅하다. 손에 먼저 닿는 사람부터 구조해야 함이 타당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게 아니란다. 국회의원을 먼저 구조해야 한단다. 왜냐 하면 한강물의 오염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의미가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답이 나온다는 것에 가슴 한 켠이 아려옴을 부인하지 못한다.

 

주위에는 뻔뻔스럽게도 거짓말을 굴비 엮듯 주욱 엮어가는 어른이 더러 있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을 하는 어른도 가끔 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그런데도 남의 말을 하는데 열을 올린다. 자신은 결점이 없는 사람인 듯이 말이다. 술자리에서도 가끔은 남의 단점이나 결점을 안주 삼아 희희낙락해 하며 먹고 마시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술맛이 확 가신다.

 

어느 정치인의 기자회견장에서의 하루 전 얘기가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될 때 나는 청소년들 앞에 서는 것이 망설여진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사람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을 말했다는 데 불쾌감을 느낀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내가 장본인인 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말은 훈련의 결과다. 그 사람이 자라고 배운 총체적 인격의 산물이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 횡단하는 사람도 대개가 어른이다. 거리를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오물을 투척하는 사람도 대개가 어른이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삿대질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람도 어른이다.

 

반성해야 한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어른들을 보고 청소년들은 무엇을 배울까.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등을 보고 배운다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육은 본보이기와 본받기이다. 학식과 덕망을 고루 갖출 나이에 재주는 있는데 덕이 모자란다는 말을 들음은 크나큰 수치다. ‘덕승재(德勝才)’가 되어야 하는데 재승덕(才勝德)’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법안을 처리하는 국회의사당에서의 이전투구 모습,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공장소를 무단으로 점거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농성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창피한 것을 모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니 큰 죄악을 짓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씨앗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친 땅에 뿌리면 거칠게 싹이 트고, 비옥한 땅에 뿌리면 비옥하게 싹이 튼다. 적당한 양의 산소와 알맞은 물기와 돌봄이 있어야 한다.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씨앗이 제 구실을 못함은 당연한 결과다.

 

칠실삼득(七失三得)이란 말이 있다. 상대방의 세 가지 잘못을 털어놓기 위해서는 일곱 가지의 자기 잘못을 먼저 털어놓으라는 말이다. 구사일언(九思一言)이라는 말도 있다. 뜻은 잘 알고 있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건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문제아가 나온다. 건전하지 못한 사회에서 불량 청소년이 나온다.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들의 명심보감이 되어야 한다.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는 사회는 암담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암담한 사회를 어른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음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등이 굽으면 남이 보기에 좋지 않은 것뿐이지만 마음씨가 굽은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되니 그게 문제다.

 

육체적으로 위대한 사람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작아 보이고, 정신적으로 위대한 사람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커 보인다. 덕을 쌓으면서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리운 오늘이다.

 

리더에도 급수가 있다. ‘3류 리더자신만의 힘을 이용한다. ‘2류 리더타인의 힘을 이용한다. 그런데 ‘1류 리더타인의 지혜를 조화롭게 이용한다. 2, 3류 리더와 다른 점이다. 남편, 아내, 의원, 사장이라는 말과 대비시켜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리라는 답이 나온다.

 

최근 꿈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대표적인 인물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을 드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도, 장관도, 사장도, 가장도 모두가 CEO.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거름을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혜안을 보여주는 일이다.

 

천년을 살아도 늘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타고난 본성에, 익히고 배운 성품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믿음을 주는, 신뢰를 주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첫눈 내린 들판을 이리저리 걷지 말아야 한다. 뒤 따르는 청소년들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처칠의 말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내가 조국에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노력과 눈물뿐이다.’라는.(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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