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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어능력지수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정경일
기사입력  2015/08/03 [10:18]   편집부

   
 
10여년전 우리 사회의 핫이슈 중의 하나가 영어 공용화 논쟁이었습니다. 소위 국제화 시대를 맞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경쟁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따라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언어인 영어(English)를 익히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과제로 대두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영어교육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었고, 이에 대한 여러 반성들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교육 방법들이 도입되어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전환기를 맞이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틈타 아예 영어를 우리 사회의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였었지요.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의 생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국제화 시대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영어를 차제에 공용어화하여 우리도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국가로 발전시키자는 얘기였지요. 그러나 이런 주장은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피곤하게 했을 뿐 이제는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필자가 이 해 묵은 문제를 다시 떠 올린 것은 최근 우리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한 재벌그룹 가족들의 한국어 사용능력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독자여러분도 잘 아시고 계신 바와 같이 롯데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부자지간, 형제지간, 그리고 친족들 사이에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재벌가의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다툼이 이 그룹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싸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한국어 능력입니다.

한국어는 한국인의 민족정신

10여년전 우리 사회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거센 논의를 거부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한국어는 한국사회에서 쓰이는 유일한 공용어이고 한국어는 단순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민족정신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고 누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세상이 되면 우리의 정신세계도 서서히 영어화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수천년을 이어 온 우리의 정신문화도 시나브로 변모하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20세기초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했던 외국의 사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국제화 주창자들의 논의를 거부할 수 있었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어를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기능적 관점이 아닌 민족정신 문제로 접근할 때 롯데그룹의 최상위 경영진이 보여주는 문제는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우리나라 재벌 순위 5위, 자산규모 80조, 한해 매출 20조, 임직원 숫자만도 25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집단의 핵심 경영자들의 한국어 능력지수는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최초 창업자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나 그의 부인은 물론 이번 싸움에 등장하는 아들들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대부분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부자지간의 대화는 물론, 임직원 회의와 업무보고 또한 일본어로 진행하는 이들의 머리 속에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요? 과연 그들의 경영방침이 기업을 키워서 국가에 보답한다는 기업보국이라는 이념과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요? 이 그룹은 과연 어느 나라 기업인가요? 단순히 주주들의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정신적인 지향은 어디에 있을까요? 누구를 살 찌우기 위해 기업을 이끌고 있을까요?

우리 국민의 한국어 능력은?

롯데그룹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한국어를 일상 속에서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말과 글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한국어능력에 대해서 단순히 지나가는 가십성의 얘기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진정 우리말에 담긴 우리 정신을 제대로 키워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한번쯤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찍이 주시경 선생은 국가를 이루는 삼요소로 영토와 민족 그리고 언어를 꼽은 바 있습니다. 물론 당시와 현재가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그분의 가르침 속에 담겨 있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정신이야 옛과 지금이 다를 리가 있겠습니까?
한심한 재벌가 다툼 얘기를 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더운 여름에 공연히 체온만 오릅니다. 독자 여러분! 무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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