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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지수 낮추면 지방자치 저절로 된다
(사)한국갈등관리연구원 이사장 이준건
기사입력  2015/07/31 [15:41]   편집부

   
 
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즉 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국가 중 한국 사회의 갈등지수는 터키에 이어 2위(갈등지수는 높을수록 나쁜 것).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비중이나 규모, GNP 즉 1인당 국민소득 수준 등에 비해 대단히 높은 편이다.
갈등으로 연간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은 최고 246조원(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선임연구원, 2010년)에 이른다. 대한민국의 예산규모가 약 300조원(2010년 기준) 수준 인데, 사회갈등 비용으로 지출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공공정책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종 사업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책 집행과정에서 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못한 채 사업이 표류하고 적어도 수년씩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충남 서산 가로림만 조력발전소는 사업추진 10여년 가까이 지역 어민들과의 반대로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2014년). 대전광역시 서구 정림동 시립화장장은 이전이 시급하지만 마땅한 후보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이전을 추진하였으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채 도심 한가운데에서 가동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고 사업을 원만히 추진한다면 갈등으로 인한 거래비용이 낮아질 것이며 이는 결국 정부의 재정을 살찌우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미국(美國)하버드대 경제학과 대니 로드릭(Dani Rodik)교수는 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은 나라들의 다양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갈등의 경제모형’으로 분석한 바 있다. 소득 불균형 정도가 낮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사회 갈등이 적었으며, 이와 같은 나라가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짧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와 같은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사회갈등 지수를 개발하였다. 이 지수는 소득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민주주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민주주의지수’와 세계은행이 측정하는 ‘정부효과성지수’의 산술 평균으로 나눠 산출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민주주의 성숙도와 정부 효과성이 낮을수록 갈등지수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분배, 즉 양극화는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고, 민주주의와 정부 정책은 갈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소득 분배 수준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정부 정책을 잘하면 사회 갈등 정도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사회갈등 지수는 0.72(2위)로 OECD국가에서 갈등지수가 높은 1위의 국가는 터키(1.27)이며, 3위는 폴란드(0.59), 4위는 이탈리아(0.58), 5위는 그리스(0.53)이다. 이는 갈등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부끄러운 수치이며, 국가 경제규모 및 성장도에 비해 상당히 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의 평균 갈등지수는 0.44이다. 한 연구소는 한국이 사회 갈등 때문에 치르는 비용은 국내 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의 갈등 지수가 높은 것은 민주주의 성숙도가 꼴찌(27위, 2009년 기준)였으며 정부 정책의 효과성도 23위로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행정권이 다른 헌법기관보다 강하고, 정당 체계도 불안정하며, 반대 집단에 대한 관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지수가 낮게 나왔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부 규제가 세련되지 못해 정부 효과성지수도 떨어졌다. 따라서 지방자치 시대는 공공정책 갈등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하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특히 갈등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기에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시급하며, 나아가 정책입안 단계부터 갈등영향을 분석하고 대처하는 시스템 구축으로 참여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안정되어 그 위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꽃 필 수 있다. 사회갈등지수가 10% 하락하면 1인당 GDP가 평균 7.1% 증가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갈등의 문제는 이해당사자 간 상호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개방적인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디어와 시민단체도 갈등을 완화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사회적 공기(公器)역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갈등은 돈이 되는 지표로서 우리사회가 이를 잘 관리하면 대단히 큰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시켜주는 도구로 활용할 가치가 높다. 한국행정학회는 행정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진로)이 크게 떨어지고 과를 축소하는 등의 상황이 도래되자 대안으로 학회내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가칭 갈등관리법 입법’과 ‘갈등관리사제도’ 도입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여 이를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행정학적 측면에서 갈등관리 분야의 학문은 블루오션(Blue ocean)이며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갈등의 지수를 낮추는 일이다. 공공갈등지수가 낮은 사회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 국가이며, 성숙한 지방자치를 꽃피우고 삶의 공동체를 살찌우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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