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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품격이 있어야 사람이다
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
기사입력  2015/07/21 [19:36]   편집부

   
 
능소화가 아름답게 피었다. 이른 봄에 잔가지를 잘라 주었더니 꽃이 풍성하게 피었다. 나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사진을 찍어 몇 사람에게 보냈다. 잎도 깔끔할 뿐만 아니라 꽃송이 또한 탐스럽다. 아내를 불러 꽃을 보라고 하였더니 자기가 심은 것이라고 공치사를 한다. 나는 능소화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동네 어떤 집에 능소화가 있었는데 생명력이 강해서 줄기가 높은 가죽나무 끝을 향해 치달렸다. 물론 그의 질주가 결승점까지 도달하지는 못하였으나, 그런 악착이 나는 싫어서 그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꽃의 색깔이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인데도 불구하고 영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동료 직원 한 사람이 능소화 예찬론자였다. 그는 능소화를 좋아하여 몇 십만 원짜리 나무를 사다 심었다. 그리고 몇 차례 능소화에 대해 예찬하는 것을 듣고 난 뒤로 나의 능소화에 대한 약간의 혐오는 사라졌다.


● 절정의 낙화, 그 아름다움
그런데 요즘은 능소화에 대하여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능소화는 꽃이 싱싱할 때에 통째로 떨어진다. 추하게 시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떤 꽃은 아름다운 시절을 다 지나고 꽃이 시들어도 줄기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그 자리에서 색이 바래고, 시커멓게 썩어가도 그냥 모르쇠이다. 원래 이 자리가 내 자리라고 버티는 것 같다. 한때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 바라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 공로는 인정한다. 그것은 아름다웠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들었으니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린다고 했다. 또 박목월은 「난」이라는 시에서 여유가 있는 하직은 아름답다고 했다. 여유가 있는 이별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갈 데까지 간다. 가다가 가다가 도저히 안 될 때에라야 손을 든다. 이런 태도는 아름답지 못하다.
난초 역시 그 끝의 초라함을 내보이지 않는다.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자존심, 그것이 품격이다. 그래서 나는 꽃에도 품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마땅히 그래야 하리라.

● 자존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문제다
품격은 자존감에서 나온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절제할 줄 몰라서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이 없이 오직 자신의 욕망만을 쫓아서 행동한다. 그 자리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앉은 사람은 마땅히 그에 걸맞는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동네 골목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도 품격이 있어야 하고, 어두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니는 시정잡배(市井雜輩)의 세계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자존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까이에 있으면 피곤하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는 데에 정성이 없으니 일을 성공적으로 매듭짓지 못한다. <눈감 땡감>, 나는 일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 않겠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체통을 지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다.
도척은 도둑이었는데, 그는 의리가 있어서 부하들이 그를 잘 따랐다. 후세의 사람들은 그의 의리를 아름답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어느 전직 대통령의 청문회에서 비서실장을 한 사람이 나와서 잘못된 일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사람들은 그 대통령을 미워하면서도 그런 수하(手下)가 있는 것을 부러워하였다. 그 부분만큼은 아름다웠다. 때로는 그렇게 누구의 잘못을 자신이 뒤집어쓰는 것도 의리이고, 품격이다.
의리를 좇는 것은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의리를 지켜야 한다. 특히 공직을 맡은 사람은 국민과의 의리를 지켜야 한다. 자신의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일도 눈감 땡감을 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렇지 않으려거든 그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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