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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부의 총체적 무능, 부끄러운 감염병 관리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이윤환
기사입력  2015/06/16 [09:33]   편집부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면서 국가의 감염병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초 환자가 발생하고 난 후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확진 환자와 격리자가 급속히 증가하여 국민불안이 가중되었고 가뜩이나 어려운 불경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식당에 손님이 끊기고 유통가도 개점휴업상태이다. 학교가 문을 닫고 노약자나 환자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겼으며 국민들은 현 정부의 무능을 생생히 목도하였다.
해외에서는 한국을 여행위험지역으로 지정하여 한국방문을 예약했던 관광객들의 취소가 잇따른다. 메르스가 발생한 초동단계부터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인식으로 총체적 위기상황을 불러온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SNS괴담이 유포되고 미숙한 뒷북행정으로 국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우려하고 분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과연 감염병을 제압할 능력과 의지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앞서기 때문이다. 세월호사건의 교훈을 망각한 채 국가재난 수준의 전염병이 창궐하는 동안 콘트롤 타워가 누구인지 조차 알 수 없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만일 메르스보다 훨씬 더 가공할 위력과 전파력을 지닌 감염병이 오거나 북한의 생화학적 테러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선다.
정부는 메르스 발생 병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알 수 없는 논리로 명단공개를 미루다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자 마지못해 발표하면서도 병원이름마저 틀리는 무능함을 보였다. 사태초기에 병원명단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책임을 망각한 채 매뉴얼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다가 온 국민을 공포와 불안속으로 밀어넣고 말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총력전을 펴야 한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어떤 가치도 국민의 생명보다 중한 것은 없다.
메르스사태로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지만 국가 재난 사태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 재난 상황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기 위한 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후 1년여가 지난 뒤 벌어진 메르스 사태에서 국민안전처가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민안전처의 대응을 보면 정부가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조직이 아직도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전염병이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데 재난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처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스럽다.

우리의 시민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메르스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서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의심자를 격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의심환자가 정부의 만류를 무시하고 외국으로 나가서 나라 망신을 시키는가 하면 어떤 이는 격리장소를 몰래 빠져나와 골프를 치기도 하고, 만류를 무릅쓰고 고향으로 가는 바람에 고향마을이 모두 격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의심자로 분류되어 격리되는 경우 물론 개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건전한 시민의식으로 불편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차분하게 그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감염병에 대한 총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 어느 구석에서 발생한 질병이라도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족한 병원시설을 보완하고 방역에 필요한 기본사항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전염병 의심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매뉴얼을 점검하고 수시로 훈련해야 한다.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의료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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