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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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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봄은 봄인데 어째 뒤숭숭
시인, 논산문화원 부원장 권선옥
기사입력  2015/05/05 [09:24]   편집부

   
 
봄이다. 지난 겨울 동안 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나무마다 새 잎이 피고, 꽃이 만발하였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왔으면 사람마다 신이 나고 생기가 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막상 봄이 왔는데도 조금도 힘이 솟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일 모두가 권태의 연속이다. 내가 나이 들어 그럴까. 나이가 들긴 했어도 아직은 그렇게 봄의 흥취를 못 느낄 만큼 무디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권태와 무기력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은 신이 나야 사는 맛이 나고, 기가 죽지 말아야 하는 일이 제디로 된다. 기가 죽으면 무슨 일을 해도 마지못해 하니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일을 하기는 해도 즐거움이 없다.

● 욕망은 덫이 된다
지난해는 기억하기도 싫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하여 전 국민이 애도하고 분노하였다. 한 사람의 헛된 욕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참담한 구렁텅이에 빠트릴 수 있는가를 체험하였다. 아직도 세월호는 진행중이다. 정부에서 조사하여 발표하였음에도 이를 믿지 못하겠다고 <진실을 인양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같은 촌부로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기에 그런 생떼(?) 같은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슬프고 치욕스러운 일을 자꾸 되풀이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다. 어서 종지부가 찍혀야 할 텐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아무래도 그리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앞으로도 더 얼마나 이런 상처를 들쑤시고 아파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나는 순진하게도 이젠 우리 국민이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될 줄로 알았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의식이 고양되리라 믿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리라 생각했다. 특히 금쪽같은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그 중심에 설 것으로 기대했다. 자식을 죽게 한 것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나는 돈을 벌겠다는 그릇된 생각이다. 이를 통렬히 질타하고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이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사회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 나의 기대였다.
그것이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자들에 대한 가장 철저한 응징이며, 그들의 죽음을 높이 승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엉뚱한 데로 흘러가 본질이 흐려지고, 안타깝게도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 사월을 송두리째 지우고 싶다
또 사월은 왔다. 봄과 함께 온 사월은 또 우리에게 잔혹했다. 검찰 수사를 받던 사람이 죽으면서 남긴 메모쪽지 한 장으로 인하여 화약고가 폭발했다. 정치인들은 서로에게 비수를 겨누고, 열린 입이라고 온갖 험담을 쏟아냈다. 그들의 유희를 관망하는 국민은 깊은 상처를 받고 가슴은 혐오와 분노로 가득하다.
날마다 어느 방송을 시청하건 내용은 같다. 누가 우리 사회를 <냄비>라고 힐난했던가. 언론은 마치 이성을 잃고 쾌재를 부르는 것 같다. 아무런 절제도 없이 근거가 희박한 추측성 보도가 판을 친다. 방송이 여럿이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떤 언론은 검증되지도 않은 게스트들을 출연시켜 선동적이고 선정적인 말을 쏟아낸다. 저마다 다투어 마른 장작같이 쉽게 불이 붙는 우리 사회에 휘발유를 끼얹어 활활 장작불이 타오른다. 부글부글 끓어올라 냄비가 넘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또 한 차례 깊은 화상을 입고 말았다. 이번 일은 정치에 대한 부정(否定)과 환멸에 그치지 않는다. 나라 전체에 대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게 한다. 부정(不正)과 부패의 곰팡이 냄새보다 더 짜증스러운 것은 혀 끝에서 놀아나는 국민들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렇게 어두운 구렁텅이에 머물러야 한단 말인가. 우리 세대는 그럭저럭 살아가겠지만, 우리 후손들이 걱정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더 깊은 어둠에 갇히게 될 것임이 명백하다. 어서 빨리 사회가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요즘 들어 희미한 빛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이번에 실시된 보권선거 결과이다. 우리 사회의 안정을 바라는 민심이 강력하게 드러났다. 정국이번을 계기로 보다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런 갈등과 반목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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