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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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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간통죄폐지의 사회적 의미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이윤환
기사입력  2015/04/21 [10:00]   편집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간통죄는 헌재 설립 이래 네 번이나 위헌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을 받았다가 드디어 위헌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것은 이혼과 혼외 성관계가 증가하는 등 성과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고 있는 현실이 뒤늦게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성생활을 국가가 통제하고 낙인찍는 간통죄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간통죄 폐지에 반대했었던 여성단체들도 입장을 바꿔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였다. 간통죄는 이러한 비난 속에서도 건전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제에 도움이 되고 부부 간의 신뢰를 지켜 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성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범죄자로 만들고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가정을 유지하는 신뢰관계형성과 무관할 뿐 만 아니라 성과 사랑, 결혼이나 이혼의 문제는 국가나 사회의 강요 없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가 결국 간통죄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간통죄로 유죄가 확정됐거나 재판 중인 사람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직전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 유죄가 확정되거나 현재 재판 중인 사람들은 모두 구제 대상이 된다. 대검찰청 집계를 보면, 마지막 합헌 결정 다음날부터 지난 1월까지 기소된 사람은 5466명이다.

이들 가운데 유죄가 확정되거나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는 3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유죄가 확정된 이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면 무죄를 선고받게 된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검찰의 공소취소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받게 된다. 2·3심 중이라면 검찰이 공소취소를 할 수 없어 법원이 무죄판결을 한다. 수사 중인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다. 구속된 사람들은 즉시 석방된다.

간통죄가 없어지면 불륜이 조장되고 성도덕이 문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간통죄가 간통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자료는 없다. 간통죄를 폐지한 나라에서 성도덕이 문란해졌다거나 이혼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없다. 그동안에도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개방된 상태여서 간통죄가 ‘규율’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과거 30년간 간통 혐의로 기소된 5만2982명 중 구속기소자는 3만5356명(66.7%)이었지만, 지난 5년간만 보면 5466명 중 22명(0.4%)만 구속 기소됐다. 실제로 이제 간통을 해도 형사처벌은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간통죄가 폐지되었다고 해서 간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지언정 형사처벌을 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 과정에서도 달라지는 점은 없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이유들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혼 사유인 ‘부정한 행위’는 간통행위를 입증하지 못해도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고 할 정도의 상태를 입증하면 된다.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밤이나 새벽에 장시간 통화하거나 애정표현을 한 문자메시지 등 불륜의 증거가 있으면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기존에 법원에서는 간통을 저지른 사람이 배우자에게 지급할 위자료로 1천만~3천만원 정도를 인정해왔다. 간통죄로 처벌받거나 해고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법원은 ‘이중처벌’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위자료를 많이 책정하지 않는 경향도 보여 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이런 ‘감경 요인’이 사라져 위자료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성계에서는 간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올리거나, 재산 분할에도 간통을 고려 사항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위자료나 재산 분할 규모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할 수 있지만, 간통죄 폐지로 당장의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우자와 불륜관계를 맺은 제3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

성생활은 본질적으로 사생활에 속하고 간통 행위는 범죄라기보다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결혼 계약에 대한 위반이라는 인식이 결국 간통죄를 폐지에 이르게 하였지만 간통죄폐지의 부작용을 막는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통죄 폐지에 따른 성 관념 등 가치관의 혼란과 혼인과 배우자에 대한 책임감이 가벼워지고 불륜이 늘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법적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통죄는 엄격한 증거를 요했지만 이혼사유인 부정행위는 엄격한 증거를 요하지 않는다. 외도한 배우자는 재산분할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위자료 액수를 대폭 늘려 금전적 대가를 무겁게 치르게 한다면 더욱 큰 고통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선고된 이상 혼인 제도와 가족생활의 보장,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 보호,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법적 보완은 물론 건전한 성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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