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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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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부끄러운 민 낯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이윤환
기사입력  2014/12/16 [18:57]   편집부

   
 
라면이 설익었다며 항공기 승무원의 머리를 때리고, 좋아하는 자리에 주차하지 못하게 한다고 호텔직원의 뺨을 때리고, 나이 지긋한 대리점주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 갑의 횡포에 나라가 떠들썩 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온 국민을 맨붕상태로 만드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른 바 대한항공 땅콩리턴사건이다. 재벌가 3세인 대한항공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내쫓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소위 전형적인 갑질을 한 것이다.
‘갑질’이라는 말은, 갑(甲)과 을(乙)로 표현되는 한국사회의 계약 관계에서 생겨난 은어이다. 일반적으로 계약 관계에서는 주로 돈 주는 쪽을 ‘갑’, 돈을 받는 쪽을 ‘을’ 이라고 하는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갑을관계는 선택에 의한 관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을의 위치에 서 있다. ‘갑질’ 이란 이러한 막강한 ‘갑’들이 상대방과 자신의 입장을 이용하여 볼썽사나운 진상을 부리는 행위를 말한다.
철학자 아론 제임스는 권력의 피라미드에 올라갈수록 ‘진상(또라이)’이 발생될 확률이 높다고 말하며 “그들은 선대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편승하여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당연하게 여기고 일상의 행동에서도 뿌리 깊은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자녀가 부리는 진상질은 바로 그들의 권력과 특권의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스콧 월터무스의 연구에 따르면 “권력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함에 있어 더욱 엄격하고 더 심한 벌을 주려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별것 아닌 행동에도 필요이상으로 엄격히 대하게 된다. 비행기 안에서 땅콩을 봉지 째 자신에게 서비스하는 행동을 보고 보통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거나 불만이 있더라도 심하게 닦달하지 않지만 권력을 가진 부사장은 자기가 직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오너라는 의식에 승무원의 사소한 실수(?)를 참지 못하고 그를 매우 비도덕적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노발대발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홍보영상에도 견과류를 봉지 채 제공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해당 승무원이 이역만리 외국 땅 공항에 홀로 버려질 만큼의 실수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번 대한항공 부사장이 보여준 행태는 우리나라 도처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갑질 가운데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여러 재벌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자금을 만들어 해외로 빼돌리는가 하면 원정출산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고 자녀의 편법입학 의혹에 이르기까지 이루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진 자들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가진 자들의 막무가내식 횡포아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을 되내이며 눈물 흘리는 이 땅의 대다수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줄 아는 착한 부자는 정녕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돈과 권력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언젠가는 혹독한 댓가를 지불한다는 것이 이번 대한항공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가진 자들이 아무리 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윤리경영을 강조해도 감동의 울림이 전해지지 않는 이유는 진정성과 신뢰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윤일병 폭행치사, 언어폭력으로 인한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 교수의 제자 성추행,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등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벌어진 갑질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 보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승무원에게 돌리려 한 재벌의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다. 조직을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으로 다른 사람을 멸시하고 정죄하기 이전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남을 비판하는 기준으로 자신을 비판할 줄 아는 겸손함을 가질 때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겉으로는 도덕군자인척 하면서 뒤로는 내 욕심부터 챙기는 오너라면 종업원들이 먼저 알게 된다. 가진 자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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