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호남선 철도 개통일은 1914년 1월11일이다.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호남선의 한 역(驛)에 불과했던 논산역(연무대)은 해마다 전국에서 장정이 입소하는 관문으로 훈련을 받고 배출되는 충남의 한 도시가 됐다. 6.25 전란이 한참이던 1951년 11월5일 용병을 양성하는 육군훈련소가 연무대에 입지했다.
연무대(鍊武臺) 본래 명칭은 구자곡(九子谷)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대통령이 훈련소를 방문해 연무대라는 휘호를 쓰면서 오늘날 지명이 됐다. 구자곡은 아들을 많이 낳는 마을유래가 전해오고 있는데 육군훈련소로 현실이 됐다. 인근 구자곡리가 있고 구자곡초등학교가 증명하고 있다.
전국에서 해마다 12만명의 장정이 입대, 훈련받고 배출되고 있으며 전국 제1의 육군훈련소로 명망이 높다. 장병을 포함한 가족 등 연간 130명이 연무대를 찾아 지역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KTX호남선 개통으로 논산은 멀어져
논산시 양촌면 일대는 2017년 국방대학교가 이전하게 되며, 한 연구기관에서 국방산업육성에 관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논산시는 육군항공대 등 군사관련 지역으로 전 국민에게 알려진 고장이다. 호남선이 아니었으면 논산 연무대에 훈련소가 입지하기는 사실상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한 호남선이 이제 사실상 논산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말 서울(용산)에서 출발하는 호남선KTX는 천안~오송~남공주~익산으로 연결되어 논산을 비켜간다. 호남선은 100년만에 사실상 논산과 작별하게 된다. 무궁화호는 정차하지만 대중적 교통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계룡시 승격으로 오른팔 잃어
논산은 또 다른 아픔을 겪었다. 2003년 논산의 행정구역 일부가 계룡시로 분리됐다. 계룡시는 대전광역시와 경계지역이어서 지리적으로 교통과 문물이 오가는 요충지다. 계룡대에 3군본부가 들어서 있다는 특별한 지역이라는 명분으로 특별법에 의해 증평군과 함께 시승격을 받았다.
당시 계룡시는 잔치집 분위기였지만 논산시의 속내는 초상집이였다. 국방대학원을 논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온힘을 쏟았던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다. 지방자치시대 인구와 기관, 산업시설 등의 자원은 지역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뱃길이 발달했던 포구의 시대 강경읍은 서해에서 고깃배가 드나들며 상업이 발달했다. 황산벌과 호남평야가 이어지는 쌀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강경장은 대구, 평양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시장이었지만 철도교통에서 소외되면서 촌락은 쇠락하고 말았다.
공주는 철도 통과를 거부하고 도청을 빼앗기면서 아직도 옛 도시에 머물러 있다. 경북 성주도 지역의 토호세력이 경부선통과를 반대하면서 발전 축에서 소외돼 후회하고 있다. 도시는 늘 성장만 하는 게 아니다. 인구가 줄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도시는 쇠락한다.
논산은 10년전 계룡시를 살림내어 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인구15만명이하로 줄면 시청의 부시장은 부이사관급에서 서기관급으로 격하되고 3개국에서 2개국으로 줄고 실과 도 축소되는 등 지방자치단체 조직이 축소되며 각종 국고지원도 감소한다) 올해 말 호남선 KTX개통을 앞두고 또 한차례 위기를 맞을 것이다. 논산을 경유했다면 제2의 지역발전을 가져올 호기였을 것이다.
충북에서 배워라
2014년 올해는 6.4지방선거가 있다. 20년 넘게 지방자치 선거를 하면서 유권자의 의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선거가 지역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제대로 알고 투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지고 정당을 보고 묻지마 투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선거는 유권자가 단체장을 심판하는 기회다. KTX호남선 설계당시, 천안~남공주로 이어지는 직선노선은 건설비, 거리단축 등 경제적으로 월등히 앞서지만 천안~오송~남공주 노선은 충북지역 발전의 명분이 컸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민과 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하나되어 오송(청원)을 경유하도록 지켜냈다. 도로를 막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등 목숨을 건 사투였다. 이는 지역주민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잘 뽑았고 제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다.
선량을 제대로 뽑아라
논산은 KTX 훈련소역정차, 기호학파에 대한 역사적 고증 등의 문화적복원 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산적하다.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사람은 많지만 입신보다는 정녕 논산을 걱정하는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또 그러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논산의 미래가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