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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원오사에서 되새긴 수행과 깨달음의 길

놀뫼신문 | 기사입력 2026/05/06 [14:12]

계룡산 원오사에서 되새긴 수행과 깨달음의 길

놀뫼신문 | 입력 : 2026/05/06 [14:12]

[기획특집] 불기 2570부처님 오신 날

 

계룡산 원오사에서 되새긴 수행과 깨달음의 길

 

불교에는 석가모니의 삶과 수행을 기리는 4대 명절이 있다.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리는 음력 48부처님 오신 날’, 석가모니가 출가한 것을 기리는 음력 28출가재일’,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어 도를 이룬 것을 기르는 음력 128성도재일’, 그리고 석가모니가 80세에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하는 음력 215열반재일이다. 이 네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인간의 삶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불교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석가탄신일의 공식 명칭을 부처님 오신 날로 변경했다. 이는 한글 중심의 시대 흐름을 반영한 조치이자, ‘석가(釋迦)’라는 특정 민족명을 한자로 옮긴 표현 대신 보다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의미를 담기 위한 변화였다. 불교계는 이미 1968년부터 명칭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으며, 오랜 논의 끝에 공식화됐다.

본지는 불기 2570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계룡산 은골에 자리한 원오사를 찾아, 수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불교의 의미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계룡산 명당에 자리한 수행 도량, 원오사"

 

원오사는 육군 제31대 군종감을 지낸 원오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원오스님은 19858월 육군 대위로 임관한 이후 군종법사로 오랜 기간 복무하여 200412월 대령으로 진급했다. 이후 20071월 군종감에 보임된 뒤 20082월 예편했다.

스님은 군종법사로 근무하던 2003년 이곳 원오사의 위치를 현몽받았다. 꿈속에서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형상의 터를 보았고, 석달만에 그 인연을 따라 현재의 원오사 터를 찾게 됐다. 그리고 1년 후 천마산 정상을 마주보는 이곳에 1천 여평의 부지를 마련했다.

군종감을 마치고 전역한 후, 2010년 본격적인 불사를 시작해 2011년 낙성식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어려움에 대해 스님은 모두 수행의 일부였다며 말을 아꼈다.

원오사가 자리한 계룡산은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지리산과 함께 조선의 오악으로 꼽히는 명산이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진잠의 계룡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맑으며, 큰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 기록되어 있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20여 개 봉우리와 7개 계곡, 3개 폭포가 어우러진 계룡산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국고.보물 등 40여 건의 지정문화재와 80여 건의 비지정유산이 존재하고 있어 역사성과 문화적 깊이를 함께 지닌 산이다. 또한 통일신라 이래 국가 제사로 이어진 산신제의 역사성과 명성황후가 주도한 중악단의 의례는 계룡산의 문화적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계룡산은 동학사, 갑사, 신원사 및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는 구룡사 등 주요 사찰이 동서남북을 이루며 자리 잡고 있어 영산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왔다.

특히 원오사가 위치한 남쪽 국사봉 일대는 풍수지리적으로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명당으로 지기 및 조망이 계룡산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으로 평가된다. 이에 많은 풍수 전문가들은 천황봉을 뒤로 하고 좌청룡·우백호의 형세를 갖춘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지기와 지령이 뛰어난 곳으로 꼽고 있다.

 

 

 

 

 

 

절은 보는 곳이 아니라 배우는 곳

 

취재가 진행된 날, 원오사에는 인하대학교 불교학생회가 방문해 수행 체험과 강의를 진행했다. 원오스님은 학생들에게 절에 와서는 건물의 아름다움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스님은 학생들과 함께 갑사를 찾아 대웅전과 관음전 등에 걸린 주련을 하나하나 풀어 설명했다.

갑사 각 전각에 걸린 주련은 수행의 본질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경구들로, 불교 교리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관음전 주련은 자비의 근원을 설명한다.

무위심내기비심(無爲心內起悲心)은 집착과 인위가 없는 마음에서 참된 자비가 일어난다는 뜻이며, “무상광중유상신(無相光中有相身)은 형상이 없는 진리 속에서도 중생을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처의 존재를 의미한다.

이어 욕식자안진경계(欲識慈顔眞境界)는 부처의 참된 경지를 알고자 한다면, “낙화제조일반춘(落花啼鳥一般春)처럼 자연의 이치 속에서 깨달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대웅전 주련은 인간 인식의 한계와 깨달음의 본질을 강조한다.

견문여환예(見聞如幻翳)삼계약공화(三界若空花)”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과 이 세계 자체가 허상과 같음을 일깨운다.

그러나 문부예근제(聞復翳根除)를 통해 올바른 깨달음에 이르면 어리석음이 사라지고, “진소각원정(塵銷覺圓淨)과 같이 번뇌가 소멸되어 깨달음이 원만해진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극광통달(淨極光通達)적조함허공(寂照含虛空)은 마음이 극도로 청정해지면 지혜의 빛이 드러나고, 고요한 깨달음이 우주를 품게 됨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각래관세간(却來觀世間)유여몽중사(猶如夢中事)는 깨달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일이 꿈과 같음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삼성각 주련은 수행을 통한 변화와 명당의 기운을 상징한다.

계화위룡갑천하(鷄化爲龍甲天下)는 닭이 용으로 변하듯 수행을 통해 범부가 성인의 경지로 나아감을 뜻하며, “삼각장엄호시방(三閣莊嚴護十方)은 이 도량이 사방 세계를 수호하는 성스러운 공간임을 나타낸다.

또한 간산회운강영상(艮山回運降靈祥)만년명덕천형향(萬年明德薦馨香)은 길지에서 비롯된 상서로운 기운과 덕의 향기가 오래도록 이어짐을 의미한다.

요사 주련은 우주와 인간 마음의 일체성을 드러낸다.

대천세계탄토객(大千世界呑吐客)은 삼천대천세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존재를 말하며, “장신용각과벽해(藏身龍角過碧海)는 신묘한 경지의 수행자를 상징한다.

천극금강법기체(天極金剛法起體)”망망하수고불심(茫茫河水古佛心)은 우주 만물과 부처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표현한다.

진해당 주련은 깨달음의 내재성을 강조한다.

백억건곤족하장(百億乾坤足下藏)은 온 우주가 발아래 있음을 뜻하고, “팔천경권흉중출(八千經卷胸中出)은 모든 경전의 진리가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학수잠휘시적멸(鶴樹潛輝示寂滅)금강사리방광명(金剛舍利放光明)은 부처의 열반과 그로부터 드러나는 진리의 빛을 상징한다.

천수관음전 주련은 관세음보살의 공덕을 찬탄한다.

여시육덕개원만(如是六德皆圓滿)은 여섯 가지 덕이 완전함을 뜻하며, “자재치성여단엄(自在熾盛與端嚴)은 자비와 위엄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낸다.

진묵겁전조성불(塵墨劫前早成佛)위도중생현세간(爲度衆生現世間)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음을 이루었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이어 외외덕상월륜만(巍巍德相月輪滿)은 그 덕이 보름달처럼 원만함을, “어삼계중작도사(於三界中作導師)는 삼계의 큰 스승임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명칭길상급존귀(名稱吉祥及尊貴)응당총호박가범(應當摠號薄伽梵)은 그 이름이 존귀하고 상서로워 모든 존재 가운데 으뜸임을 찬탄하는 구절이다.

루각 주련은 깨달음의 길을 묻는 화두를 던진다.

갑생삼각법문개(甲生三角法門開)는 이곳에서 불법이 펼쳐짐을 의미하며, “간불연화군자처(艮佛蓮花君子處)는 성스러운 자리에서 수행이 이루어짐을 뜻한다.

대몽인천수대각(大夢人天誰大覺)은 꿈과 같은 세상 속에서 누가 참된 깨달음을 얻는가를 묻는 구절이며, “수정봉탑견여래(水晶峰塔見如來)는 결국 깨달음의 자리에서 부처를 만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갑사의 주련은 자연과 인간, 우주와 마음을 하나로 관통하며, 수행자가 나아가야 할 길과 깨달음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하고 있다.

 

"수행의 길, 일상 속에서 이어지다

 

원오스님은 불교는 특별한 장소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 속에 있다자신의 마음을 바로 보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산을 찾는 이유도 결국 자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이라며 부처님 오신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룡산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와 민족의 정신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 산자락에 자리한 원오사는 오늘날에도 수행과 깨달음의 의미를 전하는 도량으로 자리하고 있다.

불기 2570부처님 오신 날’. 화려한 연등과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도, 그 본질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번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본래 자리를 찾으라는 메시지.

계룡산의 고요한 산사에서 전해지는 그 울림은 지금 우리에게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 전영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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