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기 초대전] 바람의 언덕에서 “시간을 보다”- 회색빛 골판지에 새긴 시간의 무늬
- 산노리 날맹이에서 만나는 용기, 민용기 - 바람의언덕갤러리에서 4월 26일까지
지금 산노리에서는 자연문화예술촌이 대공사 중이다. 산노리가 문화촌이다 보니 그 연장선상에서 예술촌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지상천국이 있다면 산노리 평매마을이지 않을까 싶다. 길 옆에 없는 과일이 없다. 손만 뻗으면 닿는 과수원길이다. 문화적으로도 별천지다. 식당도 그러하지만 주택도 별장분위긴데 예술인들 둥지 같다. 이런 분위기의 꼭지점, 사령탑 같은 곳이 있다. “바람의 언덕 갤러리”
9년 전, 이현주 관장이 이곳에 들어왔다. 전시, 공연, 스몰웨딩 등 문화기획을 펼쳐왔다. 이름은 물론 이미지가 갤러리로 굳어지면서 한달 어떤 때는 두어 달에 한번꼴로 미술전시회를 열어왔다. 일전 기자가 찾은 때 민용기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 타이틀은 “시간을 보다”, 민용기 개인전으로서는 세 번째다. 2021년 여름 <지나갔으나 그리운 것>이 첫 번째, 3년 후의 봄 <회색빛 추억>은 두 번째다.
기자는 첫 번째 개인전을 봤다. 5년이 지난 후 만난 작품들은 닮은듯 다른듯이다. 세월 탓일까, 거칠던 야성미가 차분해지고, 그 자리에 세련미가 앉았다. 본질은 그대로겠지만 기법이나 방법론에서는 약간씩 변화를 거쳤는지 모르겠다. 유화 물감의 돌출된 질감 대신, 골판지와 도자기를 붙여 솟아난 양각이 역동성으로 오가는 이의 시선을 이끈다.
정규코스로 배우지 않은 미술이기에 작가 특유의 독창성이 펼쳐지는 듯싶다. 설명을 들어보니 작품마다 음악을 녹여놓았단다. “이번 전시회에서 민용기 작가의 더 깊어진 색채 그림은 가슴 깊은 곳에서 전해지는 무언의 소리를 들려주는 거 같아요.” 이현주 관장의 워딩 ‘소리’ 속에는 당연 음악 포함이다. “그의 작품은 묵직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 음색을 닮아있는 거 같아요, 심연을 가만 터치하는, 인간 음성과 흡사한 음색요~” 한참 들여다 본 다음 느낌을 가감없이 발하는 관람객 목소리도, 바람의 언덕에서는 자연의 소리로 들린다.
심미안에 부족함을 느낀 기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다. 하나는 작품에서 음악이 들린다는 관객의 이야기요, 다른 하나는 전시회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작가 자신의 소회다. ‘바람의 언덕’은 전시장이 센터 중 센터지만, 뷰는 2층이랄 수 있는 옥상이다. 거기서 탑정호를 조망하며 눈에 담아온 시간을 반추하는 관객의 소리부터 중계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람객은 조건을 단다. 기사에 자기 이름이 들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고. 작가가 작품마다 이름 달지 않으려는 맥락처럼 들렸다. ‘무제’가 아니라 아예 작품명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으려는 작가는, 자칫 이 부분에 오해가 있을까 봐서 그런지, 설명이 길다.
이렇게 회고하는 작가는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보는” 거 같다. 기자 역시 5년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본다’. 그때 우리가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었나 싶었을 정도로 나름 심층 인터뷰를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대화 내용은 상당부분 여전하다, 작푸에 제목 없음 등등.
산노리도 여전하다. 25년 전, 에땅이 수변에 수평선을 펼쳤다. 그 뒤를 이어 한참 후에는 이탈리아풍 알바노가 수직선을 세웠고, 지금은 자연문화예술촌이 그 사이를 채우고 있다. 해오름사과밭 밑쪽의 ‘자연문화예술촌’은 이름만큼 자연스레 보이지는 않지만, 갤러리 바람의 언덕 등과 함께 어깨동무하면 이 일대가 천혜의 예술벨트로 성채가 될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민용기의 작품은 자연이다. 인공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활 속의 인공은 이미 체화된 자연이어서다. (민용기 작가와의 첫 인터뷰 : https://nmn.ff.or.kr/17/?idx=7106182&bmode=view)
[글] 이진영 [사진] 여병춘
<저작권자 ⓒ 놀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