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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내러티브] 연산 하나로마트, 10년을 앞서간 결정

고 유병선 조합장의 뜻, ‘로쟈니에’에서 다시 살아나다

놀뫼신문 | 기사입력 2025/06/18 [09:12]

[맛있는 내러티브] 연산 하나로마트, 10년을 앞서간 결정

고 유병선 조합장의 뜻, ‘로쟈니에’에서 다시 살아나다
놀뫼신문 | 입력 : 2025/06/18 [09:12]

['이야기가 곧 브랜드' 맛있는 내러티브]

식당이나 점포 등의 진정한 품격은 매장의 크기나 매출의 규모가 아니다. '이야기' 즉 맛있는 내러티브가 그 핵심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맛있는 내러티브로 쌓이면서, 공유되고 전파되며 대중과 상호작용하여 점점 더 강한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곧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 유난이 대표     ©

  

농민이 웃는 세상을 꿈꿨던 고 유병선 조합장의 신념은, 시간이 흘러 그의 딸 유난이 대표의 삶 속에 이야기 즉 내러티브라는 옷을 입고 이어지고 있다.

2012519, 논산의 한적한 연산면 천동리에서 작지만 뚜렷한 역사가 시작됐다. ‘논산계룡농협 농축산물 종합유통센터기공식에는 황명선 당시 논산시장, 이인제 국회의원, 농협중앙회 임원들, 그리고 지역 주민 천여 명이 모여 미래를 향한 첫 삽을 지켜보았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현대적인 하나로마트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저 농산물 직판장 수준에 머물던 유통구조 속에서, ‘농축산물 종합유통센터는 지역 농업 유통의 판을 바꿀 거대한 시도였다. 농축산물 판매장은 물론 최첨단 시설을 갖춘 주유소와 문화센터, 주차장 등 복합 기능을 갖춘 유통 거점은 지금에는 익숙하지만, 당시로서는 그야말로 시대의 한 걸음 앞선 결정이었다.

이 과감한 도전의 주역은 바로 유병선 당시 논산계룡농협 조합장이었다. 그는 주변의 갑론을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민의 오랜 숙원사업을 밀어붙였다.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농민이 자신의 생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구조,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유통 환경, 지역경제의 순환 기반을 세우는 것이 그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그 희생은 너무나 아팠다. 유통센터가 마침내 완공된 직후, 과로와 지병으로 쓰러진 그는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생전에 펼친 비전은 남았지만, 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마음속 깊이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뜻을 잇는, 연산 하나로마트의 작은 가게 로쟈니에

 

시간이 흘러도 유병선 조합장의 뜻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뜻을 가장 가깝게 품은 이는 그의 딸, 유난이 대표였다.

연산 하나로마트 1층 한쪽에 자리한 로쟈니에’. 처음 가게를 보면 깔끔한 속옷점 같지만, 기능성 속옷 외에도 농업용 아웃도어 재킷과 농작업에 알맞은 장비까지 다채로운 제품이 놓여 있는 '토탈솔루션'이다. 고객은 농사 초보자부터 부모님께 외출복, 작업복, 속옷 등을 선물하는 자녀까지 다양하다.

로쟈니에는 원래 기능성 속옷 브랜드였어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좀 더 농촌 현장에 맞춘 실용 브랜드로 확장했어요. 어쩌면, 농민들이 더 편하게 움직이고,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옷을 파는 게 저뿐만 아니라 농협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 대표는 말한다. 과거에는 아버지의 추진력과 열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버지의 비전과 무게를 조금씩 되새기고 있다. “그땐 왜 그렇게 못 알아봤을까요. 참 미안하죠. 아버지는 늘 남들보다 앞서 계셨고, 굉장히 진취적이셨어요.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시던 모습이 이젠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녀에게 이 공간은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니라, 아버지가 남기고 간 '유산'의 일부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작지만 진심 어린 봉사의 공간이다.

그래서 유난이 대표는 하나로마트의 미래를 고민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현장의 감각 때문일 것이다.

고기류나 로컬푸드는 꾸준히 나가요. 그런데 생필품 쪽은 좀 덜 나가더라고요. 젊은 층, 특히 외국인 근로자 등을 위한 야채, 과일이나 간편식, 다양한 조리식품들이 많아지면 더 다양한 고객층이 유입되지 않을까요?”

 

 

 

 

'위대한 삶'이 아니라 '간결한 삶'을 위하여

 

유 대표는 지난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매주 서울 탄핵집회에 참여했다. 정치에는 본래 관심이 없었지만, 계엄 이후 그녀의 삶에는 거추장스러움이 밀려왔다고 한다.

저는 제 삶을 간결하게 살고 싶었어요. 감동적인 시가 쓸데없는 단어나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데 어느 날, 삶에 불필요한 장면이 너무 많이 끼어든 거예요. 그래서 촛불봉을 들었고, 마음이 후련해졌어요.”

그녀는 분명히 말한다. 정치가 더이상 권위의 수단이 아니라, 관계의 능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정치는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능력이 되어야 해요. 권력이 아니라 소통, 지시가 아니라 경청이 우선되어야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말을 꺼낸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어요. ‘정치는 남을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생각이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것이라고요. 저는 그 말이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해요.”

 


 

 

로쟈니에는 그저 단순한 옷가게가 아니다. 그것은 고인이 남긴 철학의 연장이자, 딸이 이어가고 있는 이야기 즉 내러티브의 현재형이다.

유난이 대표는 지금도 매일 가게 문을 열고 닫으며, 아버지의 흔적과 함께 오늘을 살아간다. 판매대에 걸린 옷 한 벌, 손님과 나누는 인사 한마디 속에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위대한 삶을 살기보다, 간결하고 정직한 삶을 사는 것이 더 큰 유산이라고. 논산 연산 하나로마트 한 켠, 조용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로쟈니에의 내러티브는 바로 그런 소중한 유산이다. 그 속에 담긴 유병선 조합장의 뜻은 오늘도 낡지 않고, 유난이 대표의 손길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나고 있다.

 

 

전영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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