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미국을 ‘국제표준’으로 인식해왔습니다. 산업화의 교과서, 민주주의의 본보기, 자본주의의 정점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미국은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오랜 관성을 내려놓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좌표를 찾아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와 외교, 기술, 문화의 중심국입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본받기에는 한계와 모순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무너진 사회 안전망,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천문학적인 교육비, 극심한 소득 불평등과 정치 양극화, 일상화된 총기 사건들. 세계 최강국이라는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민낯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왔습니다. 성장 중심의 정책, 경쟁 우선의 문화, 시장 논리에 기댄 복지와 교육 시스템까지. 우리는 미국 모델을 답습하며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와 동시에 높은 자살률, 세계 최저 출산율, 극심한 노동 강도, 삶의 만족도 하락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부유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더 이상 미국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유럽 국가들, 즉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이 우리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작지만 강한 나라’로서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안정성을 조화롭게 실현해왔습니다. 핀란드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으며, 스웨덴과 덴마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평등한 육아휴직을 제공합니다. 노르웨이는 국가가 축적한 석유 자산을 미래 세대와 공동체의 복지에 투자하고 있고,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들이 ‘삶의 질’ ‘행복지수’ ‘사회적 신뢰도’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북유럽과는 다른 문화와 구조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들의 모든 정책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의 ‘방향성’입니다. 사람 중심, 공동체 중심의 정책,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치적 의지, 그리고 사회적 신뢰의 회복.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지금부터 고민하고 설계해야 할 미래입니다.
미국의 그림자를 벗어나 새로운 좌표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따라가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국민 모두가 더 안전하고, 더 평등하며,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입니다. 북유럽은 그 길의 힌트를 이미 우리 앞에 놓고 있습니다.
이제는 묻습니다. 미국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의 길을 새롭게 개척할 것인가. 그 선택이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