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유진의 유람일지(儒覽日誌)] 기관지 『한유진』과 웹진 『솔비움』이 긷는 유교문화와 인문학의 샘
남형권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기획조정부 책임연구원
기사입력  2025/06/14 [17:33]   놀뫼신문

▲ 기관지 한유진 창간호     ©

 

▲ 웹진 솔비움     ©

  

간행물은 단순한 소식지가 아니다. 집단의 사유가 쌓이고, 서로의 마음이 맞닿는 접점이다. 때로는 거울처럼 독자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날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 있는 생각은 점점 더 귀해지고 있다.

작게 시작한 간행물이 큰 파장을 일으킨 사례들이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출발한 The Dial은 작은 철학·문학 모임의 간행물이었으나, 랄프 왈도 에머슨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같은 초월주의자들의 글을 실으며 미국 지성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문학과 철학, 사회운동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 간행물이었다. 영국의 Granta도 흥미로운 예다. 1889년 케임브리지 대학 학생들이 만든 소규모 문예지였지만, 이후 지그문트 바우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등 세계적인 사상가와 작가들이 참여하며 세계 문학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작은 학교 간행물이 시대정신을 품고 대중과 호흡하는 공론장이 된 셈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발행하는 인쇄물 기관지 한유진과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디지털 웹진 솔비움역시 유교문화라는 깊은 뿌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 두 매체가 다루는 이야기는 결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귀 기울이며, 그것에 응답하려는 사유의 움직임이다.

유교문화는 박제된 유산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회 질서와 공동체 책임, 그리고 마음과 태도의 문제에 대해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앞에 한유진솔비움은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로 서 있다.

기관지 한유진2023, 진흥원 개원 1주년에 맞춰 창간됐다. 제호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의 약칭이지만, 사람 이름처럼 부를 수 있는 친근함을 담았다. 기관지는 단순한 연구성과나 사업보고에 그치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일상과 사유, 유교문화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함께 담겼다. 문화예술 각계 필진들의 참여는 지면의 품격을 높였다.

창간호에는 김병일 도산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의 되살아나야 할 유교적 가치를 비롯해 김홍신 작가, 장석주 평론가, 정민 교수,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 황순우 연산문화창고 총괄기획가의 글과 인터뷰가 실렸다. 유교문화와 국학의 사유뿐 아니라, 사람들과 공감하며 만날 수 있는 정신문화 콘텐츠로 구성됐다. 재생지를 사용해 제작 과정에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실천하고자 했다.

2024년 발간된 한유진2호 외부 필진으로는 전 대통령실 실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한 정정길 서울대 명예교수가 유학으로부터 배우는 공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고, 김덕균 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과 김문준 건양대 교수 등 다양한 전문 필진이 함께했다.

올해 진흥원은 디지털 소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웹진 솔비움을 새롭게 선보인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비 온 뒤 새싹을 틔우듯 새로운 것을 움트게 한다는 뜻의 솔비움, 이름부터 성장과 가능성의 언어다. 4회 발행되는 웹진은 영화, 문학, 예술, 환경 등 동시대 문화영역에서 유교문화의 의미를 탐색한다. 유교가 단지 고전에 머무는 철학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위한 윤리이자 공존의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기존 한유진이 인쇄물에 적합한 깊이 있는 텍스트의 간행물이라면, 솔비움은 다양한 분야의 문화와 언어를 결합해, 보다 유연하고 흥미롭게 다가가고자 하는 웹진이다.

한유진솔비움은 서로 연계하고 진화하며 하나의 사유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인쇄와 디지털, 깊이와 확장,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두 매체는 유교문화의 공공성과 인문적 가치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갈등과 피로 속에 놓여 있다.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수많은 간극들이 깊어졌고, 신뢰는 얇아졌다. 소통과 이해가 절실한 시대다. 간행물은 그 간극 사이에 놓이는 조용한 다리이며, 한유진솔비움은 그 다리를 단단하게 놓고 있는 중이다.

한유진솔비움은 간행물을 넘어 하나의 기록이자 초대이며 제안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리고 그 답을 누구와 함께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매력적인 제안. 이 작은 간행물들이 던지는 말이 누군가의 생각을 흔들고, 또 다른 이의 삶을 비추는 울림으로 번지길 바란다. 조용한 말 한마디가 결국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믿음 속에서, 두 간행물은 오늘도 길을 묻는다. 독자의 관심과 응원이 그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 남형권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기획조정부 책임연구원

 
ⓒ 놀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논산시장실 전격 압수수색…
가장 많이 읽은 기사
[기업탐방] 세계 잼의 표준이 된『복음자리』 / 놀뫼신문
[표지초대석] 풍산FNS 류상우 대표이사 "국방뿐만 아니라, 논산과 상생하는 회사로" / 놀뫼신문
“논산시장실 전격 압수수색…기소 가능성은?” / 놀뫼신문
[팩트체크] 의뭉스러운 계룡시 오페라 계약의 실체는? / 놀뫼신문
논산 마지막 성매매집결지 ‘소쿠리전’ / 놀뫼신문
“㈜풍산FNS, 광석면에 제2공장 착공” / 놀뫼신문
[뜨는 명소] 애플수박농장, 논산을 붕~ 띄워줄 여름효자 “애플수박” / 놀뫼신문
백제의 고도 부여서 ‘제18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충남도대회’ 성대한 개막 / 놀뫼신문
섬마을서 15분 멈춘 심장, ‘삼박자’ 응급대응으로 기사회생 / 놀뫼신문
김태흠 충남지사, “지방소멸 막고 충남의 미래 100년 그릴 것” / 놀뫼신문
광고
광고